오늘의 詩
극악했던 더위가 물러난다
선선한 바람이 옷깃을 만진다
꽃내음은 희미해지고
차디찬 가을이 한 걸음 앞으로 선다
이 정도의 차가움이 좋다
곧 표독스러운 겨울이 올 것을 알면서도
지금의 공기를 오래 붙든다
방 한켠에 묵던 카메라를 꺼낸다
스트랩을 목에 건다
손바닥의 온도가 금속에 스민다
나는 걷고, 빛은 따라온다
멀리 가지 않는다
버스 정류장 은행잎이 노랗게 번진다
골목 고양이 꼬리가 바람을 가른다
카페 창틀 위에 오후가 얹힌다
엘리베이터 앞 바닥에 햇살이 네모로 눕는다
초점을 맞춘다
숨을 한 번 고른다
셔터가 짧게 대답한다
지나간 장면이 필름의 현재가 된다
문장도 쓴다
그러나 오늘은 렌즈가 먼저 말한다
단정한 빛, 흔들린 그림자,
내가 서 있던 자리의 온도
많이 남기지 않는다
정확히 남긴다
화려함 대신 분명함으로 남긴다
겨울이 문을 두드리기 전까지
나는 다시 걷고, 다시 멈추고, 다시 눌러 담는다
목표는 하나
뷰파인더로 가을의 정수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