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비평] 악성 민원, '민주주의의 꽃'인가 '국가

내 시선 속의 이슈

by 박동욱



민원(民願)은 시민의 정당한 권리이자 행정과 소통하는 민주주의의 통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악성 민원'은 더 이상 권리가 아니다. 그것은 공공 서비스라는 한정된 자원을 갉아먹고, 성실한 공직자들의 영혼을 파괴하며, 종국에는 선량한 시민들의 기회비용을 가로채는 '국가적 에너지 낭비'이자 '행정 테러'에 가깝다.



1. 공공재를 사유화하는 '행정 폭력'의 실상

악성 민원은 단순한 불편 토로가 아니다. 자신의 사적인 감정 배설을 위해 공적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명백한 위해 행위다. 반복적이고 악의적인 민원으로 인해 정작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기회비용의 증발: 악성 민원인 한 명을 상대하기 위해 투입되는 수많은 공무원의 시간과 세금은 고스란히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


공공서비스 질의 하락: 감정 노동에 지친 공직자들의 사기 저하는 곧 행정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직결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체 시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2. '엄단'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민원인은 왕'이라는 잘못된 프레임에 갇혀 악성 민원에 지나치게 관대했다. 범죄에 가까운 폭언과 협박조차 '서비스 정신'이라는 이름으로 감내하게 했다.

하지만 범죄를 인지하고 행하는 악성 민원인에게는 촉법소년 논란과 마찬가지로 '무관용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민원인은 더 이상 '민원인'이 아닌 '범죄자'로 대우해야 하며, 사회적 격리와 법적 제약을 통해 공공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엄격한 법적 조치는 처벌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행정 시스템의 권위를 회복하고 공공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기제다.

3. 시스템의 진화: 투명성과 공정성으로 무장해야

물론 처벌 강화가 전부는 아니다. 진짜 '불편 신고'와 가짜 '악성 민원'을 가려낼 수 있는 정교한 필터링 시스템이 필요하다.

민원의 데이터화와 투명성: 민원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억울한 피해자를 방지하고, 악성 민원의 패턴을 분석해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행정 시스템의 현대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단순 반복 민원을 자동화하고, 악성 민원 대응 매뉴얼을 법적 근거로 명문화하여 담당 공무원의 개인적 희생을 막아야 한다.



결론: 청정한 행정 환경은 '상식'의 회복에서 시작된다

국가는 무한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다. 시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유한한 자원의 관리자다. 악성 민원으로 인한 국가적 낭비를 방치하는 것은 곧 국가의 직무유기다.

이제는 악성 민원을 '개인의 일탈'이 아닌 '사회적 범죄'로 규정하고 강력한 법적, 시스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범죄적 의도를 가진 민원인에게 엄중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무너진 공공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시민들에게 국가의 손길이 닿게 하는 '행정의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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