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위에서 나를 마주하다
#16 글 속에 내가 머무는

#16 글 속에 내가 머무는 시간, 그 안에 살아 있는 시간

by 박동욱

글을 쓸 때,
나는 잠시 세상 밖으로 나와
조용히 나만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곳은 누구의 간섭도 없고,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르는 곳이다.
세상은 바쁘고 시끄럽지만
내 글 안에서는
내 마음이 천천히 걸을 수 있다.

나는 그 안에 머문다.
글이 완성되기 전의 혼란한 마음도,
문장이 흘러가기 시작할 때의 설렘도,
조용히, 깊게, 나를 지나간다.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내가 아닌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예전에 스쳐간 사람,
내가 놓아버린 감정,
혹은 한 번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진짜 나 자신.

나는 그들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눈다.
말로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문장으로 조금씩 흘러나오고,
그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나는 지금 여기에 살아 있다" 는 걸 느낀다.

삶은 늘 흘러간다.
하지만 글을 쓸 때만큼은
그 흐름을 잠시 붙잡을 수 있다.
흐릿해지던 감정도,
잊힐 뻔한 순간도
글 안에서는 선명해진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그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
내가 살아 있음을 기억하기 위해.

그 시간은 짧지만,
그 안에는
내가 느낀 가장 진짜의 감정들이 머문다.

그리고 나는 그 감정들 안에서
조금은 따뜻해지고,
조금은 살아진다.



글 속에 머무는 그 시간이
내 삶의 가장 고요하고 진실한 시간이었다.
나는 그 안에서 비로소, 살아 있는 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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