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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 퍼퓨머 제1권 빛의 물

2. 1부. 마가의 봉인(2)

# 카타콤의 전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너는 소합향(지중해에서 주로 자라는 큰 서양 때죽나무에서 채취한 수지)과 나감향(랍다눔, 지중해의 Citrus ladanifeurs 잎에서 생산되는 고무 수지를 말한다. 시프르와 오리엔탈 조합에 특별히 잘 어울린다)과 풍자향(楓子香, Galbanum : 갈바늄, 주로 이란에서 자라는 초본식물인 미나리과 아위(阿魏)의 줄기에 구멍을 내어 얻어지는 수지)의 향품을 가져다가 그 향품을 유향에 섞되 각기 같은 분량으로 하고, 그것으로 향을 만들되 향 만드는 법대로 만들고 그것에 소금을 쳐서 성결하게 하고, 그 향 얼마를 곱게 찧어 내가 너와 만날 회막 안 증거궤 앞에 두라 이 향은 너희에게 지극히 거룩하니라, 네가 여호와를 위하여 만들 향은 거룩한 것이니 너희를 위하여는 그 방법대로 만들지 말라, 냄새를 맡으려고 이 같은 것을 만드는 모든 자는 그 백성 중에서 끊어지리라“(출애굽기 30:34-38)     


고대의 향은 수지를 주로 이용하였다. 지금의 향은 에센스 오일로 증류해서 쓰고 있지만 이 당시의 기술로는 액체 형태보다는 고체나 가루의 초기 형태인 인센스(incense)로 자연 그대로의 향료를 많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각 향료를 섞어 소금을 쳐서 성결하라고 한 것을 보면, 소금은 가루 상태인 향료의 부패를 막는 방부제로 쓰인 것이다.


하나님은 자신을 위해 만들 향은 거룩한 것이니 사람들을 위해서는 만들지 말라고 하였다. 그리고 만일 맡으려고 만들 시에는 엄청난 징벌이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서 신에게 바쳐질 향과 인간이 쓸 수 있는 향이 구별됨을 알 수 있다. 하나님께 드려지는 향은 신성한 것으로, 향기를 통해 분명한 구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에덴동산에서 아담에게 경고한 것처럼 하나님과 인간의 경계를 냄새를 통해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성 마가(Saint Mark)가 AD 50년경 알렉산드리아(Alexandria) 근교 바우칼리스(Baucalis)에서 기독교 공동체를 창설하고 포교 활동을 시작하였는데 바로 콥트교회의 시작이었다. 5세기 이래 이 그리스도교도들은 단성론(그리스도의 신성만을 인정하는 견해) 교회에 속했으며, 스스로를 이집트 교회라 불렀다고 한다.

   

이세가 눈을 뜨니 낯선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 있었다. 누군가 “무려 3일 동안이나 잠들어 있었네”라고 말하였는데, 아마 이곳 책임자인 것 같았다. 그는 키릴루스 주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벌써 죽었을 것일세. 자네는 다른 사람들에게 없는 향에 대한 강한 면역력을 지닌 것 같네”그는 계속해서 이곳은 카타콤의 지하로 마가의 유지를 따라 전통적으로 ‘유다의 봉인’을 지키는 콥트 십자 기사단의 본거지라 하였다.

콥트 기사단은 1명의 주교와 20명의 십자 기사단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였다. 역에서 이세를 데리고 온 사람들이 바로 십자 기사단 소속의 기사였던 것이다.     


키릴루스 주교는 이세가 왜 여기 왔는지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마가가 이곳에 왔을 때 예수를 팔아 얻은 유다의 삼십 개 은화 중에 열 개를 가져왔었네. 그런데 그 은화는 어둠의 힘이 있어 은화를 담근 물은 사람들의 영혼을 마비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어둠의 세상으로 만들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녔기에 마가는 은화를 항아리에 봉인하여 대대로 십자 기사단으로 하여금 지키게 하였다네”

“주교님 그런데 왜 제가 여기로 왔나요?”

“그 일이 저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건가요”

“계속 듣게”

“15년 전에 기사단의 기사 한 명이 아몬의 유혹에 빠져 이곳 지하에 봉인해 둔 유다의 은화를 모두 훔쳐갔다네”     

그 후 우려했던 일이 시작되었는데, 그것은 아몬이 유다의 봉인을 풀어 거기 있던 은화를 사용하여 테네브로사 아쿠아(Tenebrosa aqua 어둠의 물)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징조는 ‘어둠의 물’의 발매에 앞서 출시한 하쉬쉬의‘누보 미라블리스’향기에서 나타난 것이다.     

“앞으로 한 달 후인 6월 6일에 세상을 지배할 ‘테네브로사 아쿠아(어둠의 물)’가 전 세계에 동시 발매될 것이네”

“이것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빛의 물’이 있어야 하네”

주교는 계속해서 말하였다.

“이세군, 발매가 시작되기 전에 하쉬쉬 향수회사의 향수 저장 탱크에 있는 어둠의 물에 빛의 물을 혼합시켜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어둠의 물을 통해 악마의 왕 아몬은 온 세상을 지배할 것이네”

“오직 빛의 물만이 어둠의 물을 이길 수 있네. 그 방법 외에는 달리...”


이세는 가슴이 답답해오기 시작했다.

“주교님 그럼 어떻게 빛의 물을 만들 수 있나요”     

그는 이세의 얼굴을 쳐다보고 한숨을 크게 쉬며 말을 계속 이어갔다.

“빛의 물(Lex Aqua)은 두 개의 포뮬러(처방전)를 가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인 웨스트 포뮬러는 마가의 부하인 레위족의 조향사가 만든 것으로 육계, 박하, 창포, 향모, 주안, 셰난타스. 렌티스크스, 라우라스, 카시아 등을 각 동량씩 채취하여 건조해 분말로 만들어 잘 섞어 놓고 같은 양의 페니키아 두송, 카시아, 헤나, 시프르, 론그스를 일주일 동안 포도주에 담가 놓고, 건포도도 5일 간 포도주에 담가서 테르핀 수지와 봉밀을 섞어 놓고, 이 모두를 혼합하여 몰약을 더한 후 전체를 잘 혼합하여 제조하는 것인데 이미 마가 시대에 만들어 놓은 것을 십자 기사단에서 잘 보관하고 있다네”     

“하지만 문제는 또 하나의 처방전인 이스트 포뮬러에 있다네”

그의 설명은 이어졌다. 100년 전 웨스트 포뮬러의 유출로 인해 콥트교의 주교, 이세의 증조할아버지 등 당대의 최고의 조향사들로 구성된 팀에서 아몬이 알지 못하게 동양의 향으로 이루어진 포뮬러로 따로 만들어 둔 것이다.


이 두 개의 포뮬러에 의해 만들어진 향을 섞어야 비로소 하나의 완벽한 빛의 물이 탄생된다는 것이다.     

이스트 포뮬러에 의한 향을 제조할 수 있는 사람은 당대 최고의 조향사인 이세의 아버지뿐이라 이 일을 맡겼다고 한다. 그래서 이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스트 포뮬러에 기록되어있는 향 원료를 찾으러 동양 여행을 떠나게 되었으며, 이때 한국에 들러 이세를 외할아버지에게 맡기게 된 것이었다. 그때 이세의 나이가 불과 일곱 살 때였다.

이세는 한의사인 외할아버지 집에서 자란 덕분에 동양의 향기를 다룰 수 있게 되었고, 18살이 되었을 때 프랑스로 건너가서 모리드 할아버지에게서 서양의 향기를 배웠기에 이미 이 일을 위해 준비된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주었다.     

키릴루스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참! 자네 부모님은 이스트 포뮬러의 향 원료를 찾는 여행 도중에 말라카에서 실종되었다네. 알고 있었나?”

“아! 아니요. 저는 그동안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신 줄 알았어요”

“아닐세, 아직 생사는 알 수 없지만 아몬의 짓이 분명하네. 그래서 자네를 이리로 부른 세. 이스트 포뮬러를 완성시킬 수 있는 모리드 가문의 유일한 조향사니까 말일세”

“주교님! 부모님의 행적을 따라가며 두 분의 생사를 꼭 확인하고 싶어요”

“그리고 음, 부족하지만 제 생명을 다해 부모님이 못다 이루신 이 향기를 만들어 낼게요”

“고맙네”     


카타콤을 떠나는 날 키릴루스는 아몬의 계략에 대하여 상세히 얘기해주었다.

만약 아몬이 빛의 물까지도 가진다면 세상은 영원히 그들 것이 되기에 빛의 물의 제조법을 찾고 있다고 하였다.

은화의 탈취 후 15년 동안 조용히 있던 아몬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최근에 파리 근교에 향수회사 하쉬쉬를 설립하여 ‘누보 미라블리스’를 만들어 사람들의 영혼을 조정하고 있으며 단순히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것은 곧 그들이 어둠의 세상을 만들려는 계획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특히 이세 아버지의 실종은 어쩌면 아직 죽이지 않고 살려서 이스트 포뮬러를 빼내려고 하거나 아니면 이미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하지만 완성되지 않았기에 그들은 이세를 제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키릴루스는 추측하였다.     

“주교님! 이스트 포뮬러는 어디에 있습니까?”

“이스트 포뮬러는 사라졌다네”

릴루스 주교는 사리진 포뮬러에 대하여 얘기하기 시작했다.      

“자네 아버지가 가지고 갔는데 말라카에서 실종되면서 이스트 포뮬러의 행방은 묘연하다네”

“그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완공되었어. 당시 자네 부친의 친구인 장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외벽 조각을 맡았었고 그곳에 이스트 포뮬러의 단서를 남긴다고 나에게 말한 것이 전부라네”

“그럼 장 아저씨는 지금 어디에 계시나요”

“불행히도 도서관 완공 후 도서관 외벽 수로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어”

아직까지는 이스트 포뮬러가 아몬의 손에 들어가지 않은 것만은 분명했다. 올리비에가 찾으려고 했던 것이 바로 그 포뮬러였을 것이다.

  

“아몬은 빛의 물을 만들 수 있는 선택받은 조향사를 납치하여 빛의 물까지 만들어 그들의 힘을 더 강하게 하거나 아니면 빛의 물을 만들 수 없도록 조향사의 가문을 없애는 것이 목적일세  ”

“자네가 기차역에서 향수 학교 동료를 만난 것도, 향기로 죽이려 했던 것도 다 아몬의 짓이었다네”

“예! 이제야 알 것 같네요”

“항상 조심하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꼭 명심하게”

“먼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으로 가보게. 장이 무엇인가 단서를 남겨 놓지 않을까 하네”     

키릴루스는 이세를 꼭 안으며 말하였다.

“자네만 믿네”

그리고 웨스트 포뮬러에 의해 만들어진 향유를 담은 크리스털병과 누런색의 작은 주머니를 함께 주었다. 은화는 여기 주머니에 꼭 넣어서 보관하라고 하였다. 은화를 직접 만지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물건이란다.

이세는 키릴루스의 배웅을 받으며 카타콤의 지하를 나와 눈부신 지중해의 햇빛 속으로 사라진다.


#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기원전 332년, 알렉산더 대왕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북서쪽으로 210km 떨어진 곳에 알렉산드리아라는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를 건설했다. 자신이 세운 도시가 세계 학문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도시 중심에는 최고의 교육기관을 세울 것이며 그 속에 학자들을 매혹시킬 책들로 가득 채우겠다고 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죽자 이집트는 그가 가장 신임했던 장군 중 한 명인 프톨레마이오스에게 넘겨졌다. 프톨레마이오스 1세의 목표는 그리스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책을 갖는 것이었다. 책이 몇 권인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대략 50만 권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의 침입으로 도서관은 파괴되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2002년에 다시 재건되어 우리들에게 나타났다. 1987년 유엔 문화 과학교육기구(UNESCO)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요청으로 세계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건립의 지원을 호소한 이래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건립에 동참했다. 특히 화강암으로 만든 도서관 외벽은 건립에 도움을 준 국가의 문자로 조각되어  있다.     


이세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앞에 서있다. 외벽의 화강암에는 수많은 문자가 새겨져 있다. 천천히 걸으며 외벽을 살펴보지만 특이한 문자는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찾다 지칠 무렵 왼쪽 벽 끝에 ‘우ᅟ궐’이란 한글이 눈에 띈다. 조각가의 실수라면 이것은 ‘월’이다. 또 글자를 발견한다. ‘세’, 그리고 물이 흐르는 오른쪽 중앙에 ‘강’과‘름’이 있다. ‘세월, 강, 여름’을 의미하는 것 같다.

      

“세월, 여름, 강”혼자 반복하며 중얼거린다.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이세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강과 름 사이에 큰 글씨의 한자가 눈에 들어온다.

“저건 画라는 중국 간체로 그림을 뜻하는 화를 말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여름과 강 그리고 세월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불현듯  이세는 어디선가 이것이 상징하는 그림을 본 적이 있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가슴이 설렜다. 아버지는 이 외벽에 이세만 알 수 있는 흔적을 남겨둔 것이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아몬에 대한 분노가 한꺼번에 밀려와 눈물과 떨림으로 치를 떨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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