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이 저술은 2016년 정부(교육부)의 후원으로 한국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Grant funded by the Korea Govenment
이 글에 대한 활용 방안은 저술한 내용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후각 연구와 아울러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후각 도시디자인, 후각 예술, 전자코, IT와의 연계, 후각 치매진단 프로그램, 후각 교육, 게임, 의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활용에 대하여 밝혀두었다. 이미 3차 후각 혁명은 시작되었고, 4차 산업혁명과 맥을 같이하여 후각은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 그래서 이런 중요한 감각인 후각을 깨우고 알리기 위해 기초연구 자료들을 수집하고 연구하여 이렇게 저술하게 된 것이다.
*출처 : 후각 혁명, 송인갑, 2020
1. 후각은 공감각적 고리이다
기억해내지 않아도 그리워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후각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향기가 더해지면서 순간은, 일상의 수평적 시간과는 달리 높이와 깊이가 있는 입체적 수직성을 지닌 시간이 된다.
냄새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하나의 공감각적 고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나간 일직선의 시간 속에서 한 지점에 일시적 집중이 아닌 지속적 기록, 하지만 되돌릴 때마다 다르게 느끼게 되는 요소, 바로 그러한 고리가 된다.
기억해내지 않아도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의 대부분은 후각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바다 냄새를 맡으면 어릴 적 추억이 저절로 떠오르듯이 후각은 과거로의 감각적 시간 여행을 쉽고 간편하게 인도한다. 이는 후각이 대뇌의 편도체(감정 조절 기관)및 해마 (기억저장소)와 직접 연결되어 있어, 인간의 감정 및 기억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디지털 세계는 ‘후각 혁명’이 주도할 것이다.
후각에 대한 인문학적 논의가 없이는 과학적 발전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2. 후각은 개인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사람이 숨을 쉰다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후각은 숨을 들이키고 내뱉는 역할만 하지는 않는다.
후각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향에 있어서 주체는 향이 아니라 우리의 "후각-인식"이다. 사람의 후각은 각자의 타고난 감각과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그러므로 향에 있어서 주체는 사람의 "후각-인식"이지 결코 "향-본연"이 아니다.
사람마다 "후각-경험"이 같지 않음으로, 향을 인식하는 순간 냄새는 서로 다르게 기억되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보편적인 향기는 실재하지 않는다.
3. 후각은 본질을 향해 가야 한다
세상이 변해가고 있다. 이제 우리가 맡고 즐기는 냄새와 맛은 현실이 아니다.
세트장에 갇혀 가상의 세계에 살고 있는 트루먼처럼, 우리도 진짜 같은 거짓 냄새가 지배하는 왜곡된 후각의 세계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게 되었다. 하지만 진짜 세상을 향해 용기를 내어 나간 트루먼같이 우리도 후각을 열고 진실된 냄새의 세계를 추구한다면 세상의 진정성에 더욱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스스로의 본연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냄새는 분명한 인식이 있다. 그러나 그 실체는 찾아보아도 쉽게 발견할 수가 없다. 보거나 들을 수도 없는 대상이기에 그 탐색은 더욱 어렵다.
그러나 개개인의 후각이 순담함으로 채워진다면 그 본질을 향한 인식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4. 후각은 미래사회에 다양한 방향의 발전에 기반이 될 것이다
후각은 인간의 감성 감각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제6의 감각이라고 불릴 정도로 연구해야 할 가치가 높고 활용분야가 다양하다.
학문적으로는 인문과학, 사회과학, 공학, 의학, 교육, 인문사회학, 예술 등의 학문 분야와 IT, 교육, 관광, 문화 복원, 힐링, 의료 보건, 음식, 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융합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후각의 문화 사회적 접근과 해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 글은 독자에게 후각과 관련된 인문, 사회과학, 공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의 발견에 기여함은 물론 인간의 감성을 연구함으로써 인간의 숨겨진 능력개발과 발견 그리고 새로운 신기술의 개발과 첨단 디지털 융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어떤 냄새를 설명할 때, 언어는 그 표현력이 부족하다. 말은 "감각-표현"의 작은 구성 요소이다. 말은 지시적 형태이고, 외부에 초점을 맞추고, 개념을 모으고, 생각을 정리한다.
냄새와 뇌는 언어중추와 빈약한 연결고리를 가진다.
하지만 냄새와 기억중추, 그리고 범감각 통로와의 연결은 그렇지 않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컴퓨터와 로봇에 의해 대부분 일상생활이 처리됨으로써 인간성은 점차 희미해져 갈 것이다. 사랑하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 감성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후각은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감정을 깨워줄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다.
예를 들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야기를 멋진 영상과 감동적 스토리로 소개를 해도 실제 어머니의 냄새를 맡는 것보다 감동을 리얼하게 전달하지 못함과 같다.
따라서 미래 디지털 시대의 인간성 회복을 위한 대안은 후각에 기반을 둔 아날로그 콘텐츠가 될 것이다.
5. 후각 기억에 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다
종래의 후각 기억의 이론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개인적이고 무의식적인 후각 기억을 말하였지만 헨리 애덤스는 그의 3인칭 자서전에서 진정한 후각적 회고록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즉 의식적 후각 기억을 말하고 있다. 그가 묘사한 남북전쟁 발발 전 어린 시절의 냄새를 통해 독자는 다른 시공간에 있는 타인의 코를 빌려 냄새를 맡는다.
애덤스 스타일의 후각 기억의 범위는 넓다.
개별적인 사건이 아니라 다양한 에피소드를, 고립된 냄새라기보다는 전반적인 냄새 풍경을 다룬다.
애덤스 스타일의 후각 기억은 모든 계절을 마음대로 재생할 수 있고 향기를 강조할 있는 필름으로 편집된다. 애덤스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너무나 충격적이다. 애덤스 가문의 기운은 그들에게 자연이라는 또 하나의 교육이 있었기에 감성과 다양성 등이 학습되었으며 애덤스식 후각 교육은 오늘날 아동들에게 충분이 제공해줄 수 없는 환경을 의식적 후각 기억 학습법을 통해 자연의 분별력과 감각의 다양성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유아시절의 감성 교육이 성인기의 정신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사물이나 현상을 이해할 때 주로 시청각 자료에 기초한 정보 학습에 의존하고 있지만 실제로 사물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중 감각 그중에서 후각적 요소도 함께 학습되어야 한다. 특정 사물을 이해할 때 냄새도 함께 기억이 되면 오랫동안 사물을 기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물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사고 습관을 학습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곧 인간에 있어서 후각은 미래를 지향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던 감각을 깨워야 한다.
위에 서술된 이러한 후각에 대한 나의 작은 생각과 사람들에게 후각을 열고 세상의 냄새를 맡아보기를 권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한마디로 나의 후각 상상력을 재구성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후각에 관한 명확한 이론과 근거가 최근에 와서 과학적으로 조금씩 증명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후각에 관한 역사와 문화에 대한 명쾌한 정리가 되어 있지 않기에 연구 결과와 저술 방향을 고려하여 융합적인 정의를 내리는 것은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인문사회학적 정의와 다양한 분야로의 융합이 숨겨져 왔던 후각의 학문적 근거와 연구를 활발하게 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