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FI(Fragrance Identity)케이스스터디 :대통령의 향기
옛날 중국의 전설에 의하면 십주기 취굴주에 커다란 나무가 있었는데, 단풍나무와 비슷하다고 한다. 잎의 향은 수 백리 밖에서도 맡을 수 있어 반혼수라고 부르고, 옥가마에 끓이면 즙이 엿과 같아서 경정향 또는 진령향, 반생 향 혹은 마정향, 각사향이라 불리었다. 한 종류에 다섯 가지 이름을 가진 영물이라, 향을 수 백리 밖에서 맡아도 시신이 땅 속에서 살아났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품질 뿐만 아니라 점점 디자인이나 다른 특별한 점을 찾고 있다. 이것은 이성보다는 점점 감성에 끌려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팅도 이성보다는 감성에 더 많은 호소를 하는 방법을 사용해야한다는 것이다. 감성마케팅 중에서도 특히 후각을 이용한 마케팅은 많은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후각은 사람들의 기억과 느낌을 가장 직접적으로 불러일으키는 감각이기 때문이다.
대선 막바지에 달한 요즘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가는 자리에선 독특한 향이 풍겨난다.
처음엔 톡 쏘는 듯한 라벤더 향이 나다가 조금 지나면 부드럽고 달콤한 느낌으로 바뀐다.
한데 당 안팎의 공식, 비공식 행사장에선 물론이고 유세 차량에서 응원단이 깃발을 흔들며 춤 출 때도 이 향이 난다.
캠프 관계자 중엔 "거참 향이 좋네"라며 알아차리는 사람도 있다. 바로 '그레이트 코리아(Great Korea)'라는 향수다.
이것은 판매용이 아니라 선거 캠페인용으로 자체 제작됐다.
이명박 후보 캠프가 지난 8월 중순 한나라당 경선 이후, 비밀리에 추진해오고 있는 '향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캠프 내에선 '대통령의 향기'라 부른다.
이 프로젝트는 후각을 자극해 후보의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몸에 직접 뿌리는 향수라기보다 대중 장소에 맞게 제작된 향기에 가깝다.
캠프에선 이 후보의 비서실 소속 김해수 부실장이 총괄하고 있었다.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은 사람은 광고기획자 출신인 오치우 문화예술팀 기획국장이다.
오치우 기획국장은
"선거관련법은 인쇄 홍보물, 영상 홍보물은 물론 유세 차량의 스피커 볼륨 크기, 포스터 사이즈와 부수까지 모두 규제한다"며
"현행법상 규제 대상이 아닌 후각이 시각이나 청각보다 강렬한 효과를 가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 후보가 청계천을 뜯어고치고 삽질만 잘하는 불도저 스타일이 아니라, CEO 출신으로서 향기 같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문제를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대통령의 향기' 팀은 그간 비밀에 부쳐온 이 프로젝트를 이제부터 입소문을 낸 뒤 대선 투표 당일 현장에서 이 향기를 뿌릴 예정이다.“ 주1)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자 캠프의 '향기 프로젝트'팀에서 '대통령의 향기' 아이디어가 나온 뒤 이 후보의 이미지에 맞는 향수 제작이 시작되었다. 프랑스의 세계적 조향사들로부터 수학한 조향사가 '희망' '승리' '열정'이라는 키워드에 맞는 향수 원액을 만들었다. 200㎖짜리 1000개가 제작된 뒤 후보자의 방문지 곳곳에 뿌려졌다.
하지만 이 향기는 의도와는 달리 일반 유권자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물론 당선이 되었기에 이 프로젝트도 한 몫을 했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성공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일이다.
우연한 기회에 대선 캠프에서 일하였던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 향기를 맡을 기회가 있었다. 그 냄새는 동물향이 강한 남성 향이였다. 후보자의 강한 이미지를 나타내게 하기 위한 것인지는 몰라도 이대통령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오히려 역겹게 느껴질 수 있는 냄새였다.
캠프에서는 향기를 선거의 홍보에 사용한다는 기발한 발상에 초점을 맞추었지 냄새에 숨은 내면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에 집착해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몰랐다고 할까? 아니 그들은 애초부터 소프트웨어 자체를 몰랐던 것이다.
또한 당시 선거 시기는 겨울이었다. 겨울에는 온도와 습도가 낮아 향기 발산이 더디며, 냄새의영역이 좁아진다. 그러므로 단순히 스프레이를 이용한 분사방식으로는 기대하는 효과를 낼 수 없다. 짧은 시간에 넓은 영역을 향기화하기 위해서는 바람을 이용하는 아주 단순한 기법도 알지 못해다는 것은 얼마나 그들이 얼마나 냄새에 대해 무지한 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었다.
기업이나 단체 또는 기관에서 조직의 이미지를 통일하여 외부에 알리고 내부 조직의 일체감을 유도하기 위하여 기업이미지통합 작업을 한다. 이때 흔히 쓰는 기법으로 CI(Corporate Identity)나 BI(Brand Identity)를 널리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 통합은 기업이 제품의 로고, 디자인, CM song, 등으로 주로 시각과 청각을 이용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 기법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고 홍보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쉽지 않기에, 보다 강렬하고 거부할 수 없는 어떤 방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감각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후각으로 이미지를 통합하고자하였다. 기업이나 단체의 이미지를 고유의 냄새로 표현하여 그들의 제품이나 광고 그리고 고객을 위한 공간에서 맡을 수 있는 향기를 만들어 그 기업의 이미지를 무의식적으로 각인시키며,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홍보를 병행하였다.
이미 유럽에서는 센트 아이덴티티(Scent Identity)라는 이름으로 기업이나 단체의 향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이는 후각의 기억이 가져다주는 효과를 활용한 것이고, 특히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냄새를 다시 맡았을 때 무의식적으로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점을 마케팅으로 전가한 것이다. 그것은 우연히 그 냄새를 맡았을 때 자기도 모르게 제품이나 기업의 이미지가 형성됨을 말한다.
이러한 후각의 이미지는 중세에 왕족이나 영주들이 사용하였던 향수에서 시작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가문의 문장과 아울러 사적인 향제조자를 두고 자신만 사용하는 향수를 만들어 사용하였던 것이다. 향기로 자신의 권위와 권력을 상징화시키며 통치의 수단으로 활용하였음은 물론이다.
렉서스 자동차의 고객 라운지에는 초코렛 칩 쿠키 향으로 가득 채워 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여 ▶ 고객들에게 편안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소니는 미국 내 매장(37개)에 시트러스와 바닐라 그리고 소니만의 비밀 재료를 이용해 맞춤향기를 만들어 도포하였다.
▶ 자동적으로 자신의 개성있는 냄새로 고객들에게 기억할 수 있는 인상을 제공하였다.
미국 뉴욕의 유명 백화점 블루밍데일은 유아의류 코너에 베이비파우더 향, 속옷 매장에 라일락 향이 나도록 하는 전략을 사용하였다.
▶제품과 결합된 자동 연상 구조로 고객들의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삼성 체험관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삼성 브랜드 향을 적용 하였다.
▶가전 업체로서 편안한 이미지를 확보했다.
영화관 CGV는 전국 상영관에서 편백나무 향을 이용한 ‘산림욕 공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밀폐된 공간이라는 제한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심신에 좋은 향기를 뿌려 준다.
▶고객들이 CGV에 들어오면 숲에 들어와 있는 듯 편안함을 느낀다.
LG생활건강은 업계 처음으로 향 전문연구소 ‘센 베리 퍼퓸 하우스’를 만들었다. 이곳에는 7천여 가지의 향이 저장돼 있다.
▶ LG전자의 ‘초콜릿 폰’ 1천만 대 판매 대박 신화 뒤에는 초콜릿 향기가 한몫 했었다.
금호타이어가 선보인 타이어 ‘엘스타 DX 아로마’는 타이어에 들어가는 카본블랙 성분 때문에 나는 고무 타는 냄새 대신 라벤더 향을 맡을 수 있다.
▶평균타이어보다 더 높은 가격 책정이 가능했다.
베스킨라빈스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더 많은 구매욕을 느끼게 하는 것을 목표로 향기 마케팅을 도입하였으며, 시험은 2차에 걸쳐 행해졌고 1차에선 코코아 쵸콜릿을 2차에선 페퍼민트 향을 사용하였다.
▶도입 후 평균 1일 매상이 40% 증가하였다.
음향기기 메이커인 인켈이 전국 매장을 향기 매장으로 전격 교체해 주목을 끌었는데, 인켈은 은은한 과수원 향을 사용하였다.
▶매출 증대는 물론 매장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이제 냄새는 감각의 일부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삶의 질의 향상과 심신의 안정에 대한 욕구,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하고자하는 능률의 충족까지도 고려하게 되었다.
특히 기업이나 단체는 냄새를 감성마케팅의 일종으로 후각마케팅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고객에게 접근하고 있다.
은행의 통장과 매장에서 지속적으로 나는 고유의 향기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자연스럽게 은행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어디서든 이 향기를 맡으면 그 은행을 떠올리고 가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혹시 우리가 그러한 향기에 길들여져 사육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향기가 천연의 향기로 사람들을 편안하게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좋은 냄새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주1) 황성혜 기자 coby0729@chosun.com (WEEKLY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