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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제 Feb 15. 2023

시간이 멈춰버린 국적 불명의 땅 : 용산구

[부동산 포토 에세이] ep.1 용산구 23km 감성 임장기

일요일 아침 9시 임장 이라니. 괜히 빡센루트를 짰나.. 후회하면서 경의중앙선 이촌역에 내려 스타벅스 이촌점으로 향한다. 이촌역 4번출구로 나오자, 부자동네의 냄새가 난다. 베이글에 크림치즈가 먹고 싶어졌다. 



SCENE#1. 이촌동 & 서빙고동


백화점 매장에나 있을 법한 샵들이 아파트 상가에 일열로 늘어서 있다. 압구정 신현대 상가와 반포주공1단지 앞 상가들이 오버랩된다. 이곳은 오히려 백화점이 상대적으로 대중지향적임을, 그래서 그걸 한 단계 넘어선 듯한 컬렉션들을 보여주고 있다. 고급지다.


이촌현대맨션은 이주를 마치고, 뒷동부터 유리창과 새시를 하나씩 빼고 있다. 여기서 이주한 사람들은 어디서 살고 있을까?@왕궁맨션



46년 차인데… 진짜 재건축할 필요 없이 그냥 살아도 되는 아파트처럼 보인다. @반도아파트



"용산구에서는 범죄예방 및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을 위하여 지하보도에 클래식 음악방송을 24시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빙고지하보도


‘클래식 음악이 24시간 흐른다’는 용산구청 문구와 함께 실제로 들리는 클래식 음악은 대리석바닥과 타일의 울림이 만들어낸 어쿠스틱이 절묘하게 어울려 마치 콘서트홀에 있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오히려 난 다른 생각이 들었다. 박찬욱감독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잔인한 살인사건이 일어날 것만 같은, 피가 튀기기에 너무나도 깔끔하고 정갈한 세팅이다. 마치 영화세트장 같은 나에겐 비현실 적인 지하보도였다.


정신을 차리고 지하보도 계단을 올라 서빙고동으로 향하니, 온누리교회에서 막 예배를 마친 사람들이 몰려나온다. 일요일아침에 눈뜨는 일이 거의 없는 나에겐 이 또한 생경한 장면이었다. 일요일 오전에 차려입은 사람들. 조깅하는 동네 주민콘셉트로 쫄쫄이를 입고 왔지만, 그들은 이 시간에 오히려 차려입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신동아 아파트 단지로 걸어 들어간다.


아. 신동아. 말로만 듣던 신동아에 직접 발을 들여다보니, 알 수 없는 지기가 느껴진다. 이곳이다. 맘속에 꼭꼭 담아둔다. @신동아아파트


용산공원을 느껴보고자 서빙고역 육교를 건넜다. 맨날 다니는 80년대 일본 지바현 느낌의 광운대역 육교가 떠오르면서, 여긴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급진 지상철 육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빙고역



길 건너 이촌역 쪽 리모델링 단지들은 ‘굳이 리모델링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깨끗했다. 돈들이 많아서인가? 그냥 깨끗한 게 좋아서? 그들은 가뿐히 몇억 더 내고 더 비싸질 집에 살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자이로 바뀌니 @ 한가람건영



동부이촌동 재건축 단지들은 정말 뭐라도 될 듯하다. 한강맨션 소실점 속으로 빠져든다 @한강맨션





SCENE#2. 한강로동 & 다시 이촌동


용산한강로 3가 부영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이 보이고, 그 사이 기찻길옆 오막살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이촌로51길



동부이촌동을 나와 정비창쪽으로 향하는 길, 한강대우 아파트 뒷길로 경의중앙선 철길을 따라 걷는다. 가는 길에 파크타워, 시티파크, 용산센트럴파크 주복들이 보인다. 다들 파크파크하다. 이 가을에 용산공원을 내려다보는 느낌은 어떨까?


태극기만 아니었다면 홍콩인가 싱가포르인가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처럼 보이지 않는 이국적인 풍경이다 @파크타워



BTS덕분에 세워진 거대한 HYBE빌딩을 지나, 한강대로를 건넌다. 저 멀리 남산타워가 보이고, 이미 들어선 용산푸르지오써밋과 래미안용산더쎈트럴, 아모레퍼시픽 건물이 웅장하게 느껴진다. 정비창전면 특별계획구역으로 들어서자, 나지막한 땅 넓은 준주거지역이 나온다.


큼지막한 도로와 온 동네 상가들이 어떻게 다 동의를 이루어 냈을지가 궁금해진다. @한강로3가



드라마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라, 1년에 한 편 정도 <오징어게임> 같이 이슈가 되는 작품들은 챙겨본다. 그러다 우연히 본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남들이 다 인생드라마란다. 코로나 시국에 뒤늦게 넷플릭스로 정주행을 했었는데, 정말 그렇더라. 레전드다. 삶을 돌아보게 되고, 어떻게 사는 게 멋지게 사는 건지 생각해보게 해 준 드라마라 하면 너무 거창 하려나? 여하튼 그랬다. 드라마의 마지막 대사처럼 난 편안함에 이를 수 있을까?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드라마의 배경으로 많이 나왔던 이곳. 밤길이 아니라 아쉽지만. 같이 간 사람들이 모두 <나의 아저씨를> 안 봤단다. 다들 각자 그렇게 다르게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꾸역꾸역’ 살아왔나 보다. @한강로동 땡땡거리



오세훈시장이 용산국제업무지구를 아시아실리콘밸리를 만든다고 발표하더니 뭔가 꿈틀거리고 있다 @이촌고가차도



기와에 십자가가 올라가 있어서, 차로 지나가다 본 어린 시절에 엄청나게 괴이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뒤에는 어떤 곳인지 알게 되었지만. 발품을 팔다 보니, 이렇게 직접 와보게 되기도 하는구나 @새남터순교성지



용산 재건축 재개발 구역지정된 곳은 대부분 토지거래허가구역이다. 이촌1구역을 지나면서 여기 몸테크 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을 잠시 해봤다. 뒤로 동원베네스트가 보인다 @문화맨숀



현대한강, 대림, 북한강 성원. 영원한 한강뷰 아파트 3개 단지를 둘러, 중산시범아파트로 향한다. 우리 말고 한 열 명정도의 임장팀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우르르 가고 있었다. 사진을 찍으며 일정 거리를 확보했다. 단지 내로 들어가자마자 ‘우와’ 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1970년생. 한 2년 전인가. 강변북로를 지나는데 ‘박원순 시장 같이 죽자’라는 노랑 플래카드를 보고 잠깐 찾아봤던 중산시범아파트. 그래도 서울시에서 매각결정을 했다니, 어떻게든 진행은 되겠지.


몸테크로 추정되는 외제차들도 몇 대 보였다. 서울시가 과연 얼마에 땅을 내놓을까? @중산1차시범아파트






SCENE#3. 원효로동, 용문동, 효창동 & 청파동



뜬금포로 작년 10월에 선정된 리버힐 삼성아파트 앞 원효로4가71 모아타운을 지난다.


빨간 벽돌이 재개발의 대표벽돌이라 해도 이 집은 쫌 다른 빨간 벽돌인데… 이런 집들이 몇 개 있던데 ‘모아모아’ 질까 걱정이다. 내가 걱정할 바는 아니지만 @원효로4가71



 ‘지금 사는 게 맞나?’ 산호아파트 재건축 단지 뒤로 3개 동 짜리 강변삼성스위트가 보인다 @산호아파트



실거주 갈아타기를 한참 알아보던 2년 전 그래도 용산에 뭔가 끌림을 가졌더랬다. 끝자락이지만 여기도 용산이다! 며,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며 강변삼성스위트와 리버힐삼성, 그리고 도원삼성래미안 매물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상승장이라 좋은 물건을 좋게 잡을 수 없어 보내주고 말았다. 그 뒤로 거짓말처럼 갖가지 용산 호재가 시작되고. 하락장인 지금도 용산구 끄트머리인 이들마저 잘 버티고 있다. 사실 아무도 내놓지 않았다. 올해 거래 자체가 없다.


신통도 떨어지고 모아도 떨어진 원효로3가 1구역과 2구역을지나 도원삼성래미안을 들렀다가, 굳게 닫힌 효창파크푸르지오를 뺑둘러 효창공원앞역세권도시정비형 재개발 쪽으로 향한다. 실거주로는 도원삼성래미안이 참 좋아 보였다. 공덕역도 걸어가고 효창공원역도 이용할 수 있고, 앞에는 경의선 숲길공원까지.

나도 모르게 ‘아 좋다…’ 해버렸다. 날씨까지도, 햇빛의 온도도 색깔도 @백범교



정비구역지정 공람이 끝나고 곧 지정된다는데, 이런 곳이 진짜 지정될 수 있을까? @효창공원앞역세권도시정비형 재개발



갸우뚱 거리며 효창공원앞 구역을 돌고 나와 대각선에 위치한 공공재개발지정구역으로 간다. 여기도 반대가 꽤 눈에 띈다. 결론은 LH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다. 사유재산 강제수용하는 빨갱이…라고. 근데 어딜 가나 수긍가는 한마디말, “금싸라기 내 땅에 LH가 웬 말이냐?” 나라도 그럴듯하다.



다시 길을 건너, 효창공원앞 남영역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원효로1가 역세권 도시정비형 민간재개발)로 향한다. 여기는 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안심이 된다. 근데 내가 왜 안심을 하고 있단 말이냐. 근데 막상 다녀보니 여기도 비대위가 만만치 않다. 역시나 재산권 침해인데, 공급하는 주택면적 중 26평 이상이 185세대(5.58%) 밖에 안된단다.


길 건너 열정도의 젊은 상권이 이쪽으로 넘어오고 있는 듯했다. 이런집을 가지고도, 26평을 받을지 못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연출 중이다 @원효로1가 오하요도넛



재개발 남영동 업무지구 제2구역을 보며 청파동으로 향한다. 공업사들도 저 업무지구에 포함되어 개발될 예정으로 보인다. 신통기획1차로 선정된 청파2구역을 지나, 청파동1가 역세권 쉬프트 쪽으로 향한다.



웬만한 차들은 이길을 올라오길 포기하고 돌아가곤 했다 @청파1구역 삼용빌라



건널목 같은 도로가 끝없이 펼쳐진다 @서계동재개발



서울역 서측을 둘러보고 서울역으로 들어온 이때부터는 날도 슬슬 어두워지고 구역 구분이 안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임장을 급 마무리하고, 삼각지역으로 지하철을 타고 대구탕을 먹으러 삼각지역으로 향했다. 그전에 삼각맨션을 살짝 들었는데, 이 시간이 훨 삼각맨션의 내면을 잘 보여줄 것 같았다.


노오란 개스등이 밝혀주던 삼각맨숀은 시간이 멈춰버린 국적불명의 장소처럼 느껴졌다 @삼각맨숀



다음은 어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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