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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우진 May 24. 2020

[밤레터#05]
사랑과 실수의 밤, 차우진입니다

수요일 밤 9시, '밤에도 일하는 사람들'에게 뮤직레터를 보내드립니다

여러분 안녕, 

말 많고 고독한 디제이입니다.


엊그제 넷플릭스의 <더 라스트 댄스>를 봤습니다.


장안의 화제죠?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이슈와 엮이면서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해요. 1997~98년 시즌을 중심으로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의 황금기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자칫 마이클 조던만 강조하는 얘기 아냐? 싶지만, 실제로는 최고의 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들이 어떻게 훈련하고 관계맺고 정상에 올랐는지의 얘기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 다큐멘터리에서 팀웍과 조직 관리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것 같은데, 저는 이걸 보다가 이 한 단어가 떠올랐어요.


바로 '사랑'이요.


| '사랑'을 정의하는 밤


<더 라스트 댄스>에는 인상적인 장면이 가득합니다. 총 6화 중에 2편이 남았는데(5, 6화는 25일 월요일에 공개됩니다), 매회 정말 놀라운 순간들이 있어요. 제리 크라우스 단장의 전략, 필 잭슨 감독의 남다른 운영 철학 등등이 매우 흥미진진한데 제가 매우 인상적으로 본 장면은 두 개였어요.

하나는, 문제아로 불리던 데니스 로드맨의 이야기. 그는 당시 마돈나와 사귀었는데, 마돈나가 로드맨에게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는 자신이 정하는 거다. 남들 말대로 살지 마라."고 말했고 이게 로드맨의 인생관을 크게 바꿨다는 장면이 있죠. 이 에피소드도 매우 고무적이지만, 저는 로드맨이 휴가에서 돌아오지 않자 마이클 조던이 그를 끌고 왔던 이야기가 인상깊었어요.

다음 날 연습하러 모인 자리에서 감독이 데니스 로드맨의 컨디션을 묻는데, 마이클 조던이 웃으며 이렇게 말해요. "몸 끌고 왔잖아요, 필. 너무 많이 바라지 마세요." 바로 다음 장면, 데니스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해요. "마이클과 스코티는 제 본 모습을 인정해줬어요. 행실은 저래도 농구를 많이 아끼는 친구다..."

(� 이틀 전에 캡쳐한 사진인데 지금은 순위가 6위로 올랐어요. ㅎㅎ)

두번째는, 거친 플레이로 유명한 동부 1위 디트로이트 피스톤즈를 몇 년 만에 꺾었을 때.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악수도 없이 퇴장해버린 그들을 불스 팀은 30년이 지나서도 용서하지도, 이해하지도 않는 게 인상적이더라고요. 이기려고 무슨 수를 써도(그게 반칙이더라도) 이해할 수는 있지만, 농구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 만큼은 가차없다는 모습이었으니까요. 

저 역시 그랬어요. 글을 쓰면서 자괴감에 시달렸지만 동시에, 내 일을 사랑하고 그 마음을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무엇보다 컸어요. 종종 비난받기도 했지만, 그보다 동료라고 여기던 사람들이 이 일을 하찮고 우스운 것으로 만들 때 상처받았어요. 이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었거든요. 그게 안에서부터 무너지는 느낌이 너무 싫었죠. <더 라스트 댄스>는 바로 그 점을 새삼 상기시켰습니다.

밤에도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 저는 그게 '사랑'이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 '실수'를 떠올리는 밤


<더 라스트 댄스>에서 특히 마음이 갔던 인물은 데니스 로드맨이에요. 제가 어릴 때에도 그의 기행과 가십은 유명해서 '돌아이'나 '문제아'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다시 보니 밑 바닥에서 시작해서 실력으로 최고가 된 사람 특유의 인정 욕구를 엿본 것 같아요.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을 뒤늦게 알아차린 사람이랄까, 그런 인상을 받아서 좀 짠하면서도 대견했네요.

자신을 사랑하기. 이 말은 사실 덧없게도 들리고 위험하기도 해요. 정작 중요한 걸 놓칠 수 있으니까요. 그걸 경계하면서 생각해봅니다. 저는 여럿이 함께 일할 때 실수를 잘 해요. 그래서 함께 일하는 게 무서워요. 회사 다닐 때는 하루 종일 긴장한 채로 있었어요. 매일 아침 저녁 메모하는 건 기본이고 제가 한 말을 녹음하고, 다시 듣고, 사진을 찍고, 계속 되내이고... 포스트잇, 메모장, 노트, 일정관리 툴까지 실수하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어요. 그런데 잘 안되더라고요. 디테일한 내용은 종종 잊어버리고, 이쪽의 의견이나 저쪽의 결정사항을 공유하는 게 상당히 서툴렀습니다. 

그때마다 정말 부끄럽고 자존감이 바닥을 찍곤 했는데요, 얼마 전 이 영상을 보고 조금 위로가 되었습니다. "참 쉽죠~"로 유명한 밥 로스 아저씨의 영상인데 이 분은 정작 "우리는 실수를 하지 않아요. 행복한 사고(happy accidents)가 일어났을 뿐이죠."란 말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네요. �

물론 이게 '혼자서 그림 그리는 일'이라서 가능하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실수'를 대하는 태도가, 실수하는 쪽이나 그걸 감당하는 쪽이나 모두 중요하지 않을까요. 데니스 로드맨을 대하는 마이클 조던, 디트로이트를 꺾을 새로운 전략을 마련한 필 감독, 1년 간 그걸 실험하고 충돌하면서 다함께 성장했던 시카고 불스 팀처럼요.

네, 저도 지금보다 더 성장하고 싶어요. 그럴려면 좋은 동료들이 필요하고, 그를 위해선 제가 먼저 좋은 동료가 되어야 하고, 그보다 먼저 제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순환구조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실수하는 나를 미워하고 모자라다고 자책하는 것보다, 실수하는 나를 정확히 이해하는 게 먼저 아닐까, 뭐 그런 거요. 자신의 못난 점, 콤플렉스를 어떻게 이해할지, 그걸 통해서 한계를 똑바로 바라보고 이해하고 수긍하는 일, 그걸 통해서 나와 타인과 내가 하는 일을 정확히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참 쉽죠? (아니야! ㅠㅠ)

듣고 있으면 절로 힐링되는 밥 아저씨의 인생 명언들 (6:17)

| 브라우저를 추천하는 밤


저는 브라우저를 수시로 바꿔요. 주로 하는 일이 뉴스 검색, 기사 저장, 메모, 캡쳐 등 '리서치' 단계여서 브라우저 최적화라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수시로 더 편리한, 유용한 브라우저를 찾아서 즐겨찾기, RSS, 북마크 등등 여러가지로 설정을 바꿔보는데요. 이걸 하나로 모아보는 게 의외로 어렵더라고요. 

10년 전엔 크롬을 썼고, 또 파이어폭스도 썼고, 작년에는 익스플로러 엣지, 오페라, 크롬을 섞어 쓰기도 했어요. 최근에는 네이버 웨일을 쓰고 있습니다. 매우 마음에 들어요.


제게 중요한 건 뉴스와 번역인데요. 최근 파파고 번역기가 상당히 좋아졌는데 웨일에는 기본 기능으로 들어갔어요. 위키피디아 같은 사이트는 미리 설정해두면 자동으로 번역됩니다. 폴란드,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비주류 언어는 구글 번역기를 썼는데, 웨일이 크롬 기반의 브라우저라 크롬 확장 기능을 다 쓸 수 있어요. 언어에 따라 크롬을 열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거죠.

여러 기능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모바일-웹이 무척 자연스러워요. 말 그대로 끊김없는(seamless) 경험을 줘요. 손바닥에서 책상으로, 쓰던 그대로 적용되는 게 매끄럽습니다. 네이버 웨일 한 번 써보세요. ㅋ


네이버 웨일 알아보기 | https://whale.naver.com/ko

참고로 이 사진은 며칠 전의 제 책상인데, 왼쪽 모니터에 웨일 브라우저, 오른쪽에 오페라 브라우저에요. (참고로 음악은 스포티파이, 유튜브 프리미엄, 멜론과 플로 서비스를 씁니다. 오페라의 기본 사이트로는 유튜브, 메타크리틱스, 케이팝 레이더를  띄워놓고요. 컴퓨터를 켰을 때 열리는 첫 창에 대해선, 나중에 얘기해볼게요. 그 험난한 여정... )


| 원나잇 바이브 from TMI.fm


오늘도 밤의 음악들입니다. 이 시간에는 되도록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곡이나, 유명하다면 조금 다른 버전을 소개하려고 해요. 쓰는 것보다 듣는 일이 더 재밌으니까요.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이제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밤을 보내세요.


사랑과 실수의 밤, 차우진이었습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안녕.


Lord Huron - The Night We Met (Lyric Video) | 2017

벤 슈나이더의 솔로 프로젝트에요. 슈나이더가 머물던 후론 호수에서 영감 받아 지은 이름이고, 이 곡은 모든 플랫폼에서 총 5억회 이상 스트리밍 되었다고 하네요.


Sleeping At Last - Saturn | 2016

라이언 오닐이란 싱어송라이터의 솔로 프로젝트입니다. 타임랩스로 찍은 영상과 사운드가 무척 아름다워요. 언젠가 캠핑카를 끌고 밤의 사막을 횡단하는 꿈을 꾸네요.


Sasha Sloan - Dancing With Your Ghost | 2019

러시아계 미국인 사샤 슬론은 이디나 멘젤, 카밀라 카베요의 곡을 만든 작곡가인데, 솔로 곡은 매우 침착하고 무척 웅크린 인상을 줘서 인상적이에요.


| TMI.fm 소식


다양한 일들과 연결되는 경우가 조금씩 생기고 있어서, TMI.fm의 소식도 종종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1. 삼청동 오브젝트에서 전시 중이에요.

'쓰는 사람을 위한 문구' 소소문구의 <나, 해보려고> 전시가 오브젝트 삼청동에서 열립니다. 소소문구의 데일리 로그 노트에 1달 간 TMI.fm의 아이데이션을 정리, 기록했는데, 지난 달 스틸북스에서 열렸던 전시가 삼청동 오브젝트에서 추가로 열리게 되었어요. TMI.fm 말고도 11명의 사람들이 참여했습니다. 6월 14일까지 열립니다. | 인스타그램에서 정보 보기 


2. 밤레터의 구독자가 500명을 넘겼어요!

세상에. 맙소사. 

한 달 밖에 안되었는데, 정말 기뻐요. 더 좋은 시간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고맙습니다, 여러분. 아름다운 밤이에요~

4주 만에 50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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