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밤 9시, '밤에도 일하는 사람들'에게 뮤직레터를 보내드립니다
06/03/2020_7번째 밤레터
이 이미지는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촉발된 미국의 '블랙 아웃 튜즈데이' 캠페인을 위한 이미지입니다. 지난 6월 2일, 거의 모든 음악 회사와 음원 서비스들이 하루 동안 활동을 멈췄던 캠페인이에요.
원래 오늘 할 얘기가 있었는데 조금 전에 다 지웠어요.
그리고 이 글을 씁니다.
저는 어떤 현상 혹은 대상에 대해 우리가 말해야 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글쓰기가 업이 된 후에 늘 염두에 두는 일이기도 하고요. 어떻게 하면 현상을, 사람을, 작품을 대상화하거나 수단화하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것은 제게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지난 주에 의미심장하게 읽은 글들을 공유해봅니다. 이 사안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성찰할 수 있을까, 질문하게 되는 밤이네요. (주의: 링크 많아요)
1) 육아러장차장님 트위터
"흑인 사회가 가진 절망감이 그 뿌리가 최근 3~40년 간에도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는 마음이 미어지는 영상을 봤다. 그 고민이 너무 좌절스러워 같이 울었다. 16세 아이들이 시위에 나온 걸 보고 31세 아저씨가 제발 다른 길을 찾으라고 하며 46세 아저씨와 말싸움하는 영상에 한글 자막을 달아봤어요."
2) 조현익님 페이스북: “Black Lives Matter”을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
"...을 생각하다가,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현장에 남겨진 메모이자, 간간히 페미니즘 집회에 구호로 등장하긴 했지만, 결코 주요 구호로 주목받진 못했던 문장 하나가 떠올랐다."
3) 김세정님 페이스북
"폭력은 나쁘다. 그러나 폭력을 유발한 것이 고질적이고도 폭력적인 차별이었다는 것을 먼저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이 시기에 폭력적 시위를 하다니 K-방역, K-시위를 봐라!” 이런 말은 이 시기에 참 교만하다."
4) 박은하님 페이스북
"그 때 그 촛불은 그 정도 분노였던 게 좋았지만. 그 정도로 분노하게 만든 방아쇠가 2015년 백남기의 죽음이 아니라 이듬해 정유라의 B학점인 건 씁쓸한 일이다. 그 촛불 성숙한 민주주의 맞을까."
5) 강남규님 페이스북
"킬러 마이크의 말이 맞다. 그는 이 분노를 투표로 돌리자고 말하지 않았다. 계획을 세우고 전략을 짜고 조직하자고 말했다("Now is the time to plot, plan, strategize, organize, and mobilize."). '우리의 집'이 아니라 저 인종주의 시스템을 불태우자고 말했다("We want to see the system that sets up for systemic racism burnt to the ground."). 그의 말이 맞다."
6) 최진영님 페이스북 번역글
"흑인 커뮤니티는 흑인사회에서 고위층이 배출되도록 노력했어요. 그 결과가 어땠죠? 흑인 정치인, 전문가들, 중산층도 결국은 자본주의 체제에 따르고, 그 중심의 군대화된 국가주의에 동조하게 되었습니다. 시장가치에 끌려다니는 문화에 길들여진 연예인들의 문화, 지위, 명성 같은 피상적인 것들이 너무 큰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떤일이 벌어졌습니까? 백악관이 네오파시스트 갱스터들에 의해 점령되었죠."
<블랙아웃 캠페인>에는 다양한 단체들이 동참했는데, 그 중 UTA(United Talent Agency)의 성명서가 짧고 강렬했어요. UTA는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손꼽히는 에이전시로, 음악/영화/드라마 등의 아티스트 에이전시에요.
"UTA는 블랙아웃 화요일 운동에 함께 한다. - 국가의 부당함에 맞서는 사람들과 흑인 커뮤니티와 연대하며 비즈니스를 멈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우리는 소셜 채널들에서 침묵하는 대신 스스로 듣고 반성하고 학습하는 시간을 가진다. 억압, 인종차별, 혐오에 맞서는 목소리를 지지하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업계에서의 지위도 활용할 것이다. 여러분 모두가 함께하길 요청한다."
“UTA will join the Blackout Tuesday movement – suspending our business operations in solidarity with the black community and those fighting against social injustice in our country. During this time, we will also be silent across our social channels and take time to listen, reflect, and educate ourselves. We will use our position in the industry to support the voices affected by oppression, racism, and hate. We ask that you all do the same.”
'업계 영향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선언이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역할'과 '책임'이란 점, '옳은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요. 과연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요?
"힘들 때 듣는 음악이 따로 있나요? 그 끝을 어떤 음악으로 마무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주에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저는 우울하거나 생각이 많아질 때는 무척 심플한 음악을 들어요. 멜로디든 리듬이든 노랫말이든 아주 단순한 음악을 들으면 뭔가 마침표 찍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그런 음악들 준비해봤어요.
여러분의 하루는 어땠나요? 번잡스러웠나요, 복잡했나요, 즐거웠나요...
어떤 시간이었든 이제는 스스로에게 더 집중하는 밤이 되길 바랍니다.
말 많고 고독한 밤, 차우진이었습니다.
'쌀 아저씨'의 데뷔 앨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에요
1998년 오스틴에서 결성된 오케빌 리버의 곡이에요. 이상하게 듣고 나면 위로받은 기분이 되네요.
서른살 즈음, 일도 사람도 진로도 잘 안 풀려서 심난한 마음에 자주 가던 술집에서 주구장창 듣던 곡이에요. 옛날 얘기네요. ㅋ
지난주에 신청곡 보내달라고 한 걸 보고 지인이 "음악평론가한테 신청곡 보내는 게 쉽냐..."하더라고요. 하지만 망설이지 마시고, '함께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대로 보내주세요. 같이 들어요.
"José González - Stay Alive 신청합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OST였는데, "Do alive, just stay alive" 라는 반복되는 가사에서 위로를 받곤 해요. 이것 저것 생각나서 괴로워지는 밤에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 kcwjdwoals님
"저의 밤을 위로해준 노래들 같이 듣고 싶네요. 너드커넥션의 "좋은 밤 좋은 꿈", 차세대의 "타이타닉" 같이 듣고 싶습니다." - dreamcatcher0500님
"사업모델이 검증되지도 않은 스타트업에서 곧 1년을 맞아요. 젊고 의기양양한 대표와 공동창업을 했는데 점점 이게 아닌데 싶습니다. 아까운 커리어를 버린 기분에 화가 나요."
"회사를 다니다가 퇴사하고 2년째 불안정한 수입원으로 살아가고있는 30대 초반입니다. 불안함 속에서도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 뭐가 있을까요?"
고민을 뿌수면 모다? 반의 반의 반이 됩니다.
뿌셔뿌셔 가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