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투트가르트(Stuttgart)는 인구 60만의 독일 남서부 바덴뷔템부르크 주의 주도이다. 언덕에 둘러싸인 분지로 주변 구릉에는 포도주 생산을 위한 포도재배가 활발하다. 그리고 검은 숲(Schwarzwald)에서 시작하는 네카어 강이 흐르고 있다. 네카어 강은 라인강의 지류로 하이델베르크를 지나 라인강과 합류한다.
이곳에는 독일 자동차의 본산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벤츠(Daimler)와 포르셰(Porsche), 자동차 부품회사인 보쉬(Bosch) 본사가 있다. 이외에도 자동차 관련 많은 기업들이 있다. 폭스바겐의 본사는 볼프스부르크(Wolfsburg), BMW 본사는 뮌헨(Muenchen)에 있다.
슈투트가르트는 슈바벤(Schwaben) 지역의 중심지로 카를스루에를 중심으로 하는 바덴(Baden) 사람들과 경쟁관계에 있다. 두 지역 간의 축구경기는 광란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뜨겁다.
독일 사람들은 절약이 몸에 배어 있는데 이 지역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 뭐라 할 정도로 인색하다. 그리고 무뚝뚝하다. 그러나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다. 다이믈러(Daimler)가 4륜 자동차를 처음 발명하였을 때 수월하게 받아들여졌다. 또 다른 예가 바이센호프(Weissenhof) 주택단지이다.
1925년 독일 공작 연맹 이사회(Deutsche Werkbund)는 슈투트가르트시의 지원을 받아 북동쪽 언덕 바이센호프 지역에 저소득층을 위한 미래 주거방식의 주택들을 짓기로 하였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일자리르 찾아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주택문제가 생겼다.
독일 공작 연맹 부회장인 미스 반 데 로에(Mies van der Rohe)가 기획하였다. 지금은 전설이 된 17명의 젊은 건축가들 - 르 코르브지에(Le Corbusier), 바우하우스 창립자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 등-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였다. 총 3,000평의 대지에 33채(63가구)가 지어졌다. 불필요한 장식을 제거하고 기능적이고 쾌적하며 효율적인 동선을 가진 저비용의 건물을 지었다.
모두들 주택은 삼각형 박공지붕이다라고 할 때 젊은 건축가들은 입방체의 주택을 지었다. 사전 조립주택, 연립주택, 여러 층, 단층으로 된 입방체 건물들은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다. 젊은 건축가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주거의 본질이 거주자 중심의 편의성에 있음을 알리고자 하는 울림이 전해진다.
새로운 시도는 독일 전통을 중시하는 건축가들의 공격을 받았고 나치시대에는 철거 위기에 놓였다. 전쟁 후 현대 공동 주거 단지 건축의 방향성을 제시한 .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재건된다. 2016년 르 코르브지에의 연립주택(Weissenhofmuseum im Haus Le Corbusier)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현재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언덕을 따라 내려오면 쇼핑몰과 오피스건물이 있는 신시가지가 보인다. 이곳에는 2011년 개관한 한국 건축가 이은영의 시립도서관이 있다. CNN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7개 중 하나라고 극찬한 건물이다. 바이센호프 주택단지를 보고 시립도서관 건물을 보면 뭔가 영감이 생길 거 같다.
바이센호프 주택단지와 대비되는 건물이 슈투트가르트 기차역(Stuttgart Hauptbahnhof)이다. 파울 보나츠가 설계했다. 독일 민족의 낭만주의와 고전주의가 합쳐진 건물인데 독일 전성기를 느낄 수 있다. 1911년 착공되어 1927년 완성되었다. 엄숙하고 잘 정돈된 독일을 보는 듯하다. 시계탑 위에 독일 자동차의 대명사 벤츠의 로고가 더욱더 이 느낌을 강하게 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Mercedes-Benz Museum)은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을 설계한 UN스튜디오의 작품이다. 철구조물에 유리와 콘크리트로 외관을 입힌 현대식 곡선이 아름다운 건물이다. 외부의 창은 1,800개의 삼각형 유리로 감싸고 있다. 내부는 나선형으로 되어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아래로 내려오며 관람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각 층은 신화(Mythos) 공간과 소장품(Collectionen) 공간, 그리고 가운데 홀(Atrium) 공간으로 구성되어 벤츠의 로고를 상징한다. 꼭대기층에서 시작되는 두 개의 경사로는 서로 교차하며 각 공간으로 이어져 관람의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신화 공간은 벤츠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역사관이다. 소장품 공간에는 자동차의 기능적인 면을 보여준다. 트럭, 소방차, 구급차 등 특장차를 볼 수 있다. 우리는 벤츠하면 승용차를 생각하지만 벤츠는 트럭 판매 세계 1위의 기업이다.
각종 자동차 경주 수상경력과 자신들이 선도했던 자동차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는 공간에서는 자동차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박물관 주변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있어 전기차에 대한 독일 자동차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전기차 운전자는 관람 시 공짜로 충전할 수 있다.
포르셰 박물관(Porsche-Museum)은 2009년 델루간 메이셀(Delugan Meissel) 건축사무소에 의해 새로 지어졌다. 세 개의 콘크리트 기둥에 전시공간이 비스듬히 걸려 있다. 에펠탑과 같은 35,000톤의 무게의 건물이 점프할 듯이 매달려 있다. 당시에는 아무도 시도하지 못한 신공법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소장 보관하고 있는 포르셰 중에서 80대가 돌아가며 전시된다. 1939년 생산된 은색의 포르셰 64, 1964년 생산된 포르셰 356, 이후의 포르셰 911 시리즈를 볼 수 있다. 보지 못한 포르셰는 어떤 차일까 궁금하게 만드는데 패션쇼에서 대기하는 멋진 옷을 입은 모델들이 오버랩된다.
슈투트가르트 미술관(Staatsgalerie Stuttgart)은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도 대단하지만 건축물 자체로도 볼만하다. 영국 건축가 제임스 스털링(James Stirling)과 마이클 윌퍼드(Michael Willford)에 의해 1984년 재탄생한 건물이다.
건물 외관 약간 앞으로 벽에서 깨진 돌들이 놓여 있다. 폐허의 잔해처럼 보이게 하는 속임수로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건물 외관은 짙고 엷은 사암 벽돌로 둘러 쌓여 있는데 중간중간 보이는 핑크색, 하늘색, 이끼색 강철 파이프들과 조화를 이룬다.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면 박물관 안마당을 둘러 안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안마당에는 어릴 적 교과서에 보던 영국 작가 헨리 무어의 조각상이 시선을 강탈한다.
반원의 아코디언 모양의 유리벽으로 된 입구를 들어서면 녹색 바닥이 빨간색 입구와 잘 어울린다. 박물관 안에는 램브란트, 루벤스, 뒤러, 모딜리아니, 피카소를 비롯한 유명 작가들이 작품으로 가득하다. 수요일 오후에는 무료입장이 가능하니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하면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