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서부 끝자락에 위치한 콘스탄츠(Konstanz)는 스위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인구 8만의 중소도시이다. 알프스 빙하가 녹아내려 생긴 거대 호수인 보덴호수(Bodensee)에 접해있다. 보덴호수의 물은 라인강과 연결되어 북해로 흘러간다.
스위스에 비해 물가나 집값이 상대적으로 싸서 콘스탄츠에 살면서 임금이 비싼 스위스로 출근하며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집값이 싸다고 하지만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어느 도시보다 집값이 비싼 곳이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는 하이델베르크, 바덴바덴, 프라이부르크, 슈투트가르트 등 집값 비싼 도시들이 많다.
콘스탄츠는 4세기경 로마제국의 방어기지로 세워졌다. 6세기 말에는 주교 교구가 되고 1192 제국 자유도시가 되었다. 역사적으로 1414년부터 1418년까지 콘스탄츠 공의회가 유명하다.
콘스탄츠 공의회는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지기스문트(Sigismund)가 제안하여 교황 요한 23세(Johannes XXIII)가 소집하였다. 14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교회의 분열을 끝내기 위해서였다. 당시 프랑스계와 이탈리아계 성직자 간 다툼으로 3명의 교황이 있었다. 가톨릭 역사상 최대 혼란 상황이었다.
공의회를 통해 마르티노 5세를 유일한 교황으로 선출함으로써 분열을 끝내고 난국을 수습하였다. 하지만 종교개혁을 외치던 후스(Jan Hus)를 화형 시켜 버린다. 체코에 살던 후스는 지기스문트 황제의 안전보장을 포함한 초대에 공의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요한 23세는 그를 감금하고 이단죄로 화형 시켜 버린다. 죽기 전 후스는 마음속으로 믿을 놈 하나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종교마저 지저분한 음모와 책략으로 정치화한 당시 사회지도층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미 고인이 된 종교개혁가인 존 위클리프(John Wycliffe, 1320-1384)에게도 이단죄를 적용하였다.
콘스탄츠 항구에는 9미터 높이의 여인 석상이 서 있다. 여인은 도전적으로 치마사이로 한쪽 다리를 훤히 내보이고 가슴을 드러내고 있다. 날카롭게 서 있는 콧대 사이로 아래를 응시하며 살짝 도드라진 광대 아래로 얇은 미소를 짓고 있다. 그리고 양손에 두 명의 늙은이를 들고 있다. 왼손에는 황제 지기스문트가 축 처진 배를 내보이며 구부정하게 앉아 있고 오른손에는 교황 마르티노 5세가 역시 발가벗은 채 구부정하게 앉아있다. 여인은 이 둘을 들고 360도 천천히 돈다. 돌아버릴 거 같은 세상에 대한 풍자인가…… 독일 작가 페터 렝크(Peter Lenk)가 프랑스 문호 발자크(Honore de Balzac)의 단편 <미녀 임페리아(La Belle Imperia)>를 모티브로 하여 만든 작품이다.
콘스탄츠는 스위스와 국경을 접해 있어 전쟁 중 폭격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도시가 잘 보존되어 있다. 도시 곳곳에 500년 600년 된 건물이 많이 보인다.
시청 청사는 처음에는 상공업 조합 건물이었는데 16세기 라틴어 학교로 쓰였다. 1594년 르네상스 양식으로 증축되어 시청사가 되었다. 역사화가 페르디난트 바그너(Ferdinand Wagner)가 1864년 그린 벽화가 인상적이다.
라이헤나우(Die Klosterinsel Reichenau)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다. 보덴 호수에서 가장 큰 섬이다. 중세시대 많은 수도원이 생겨 수도원 섬이라 불린다. 724년 세워진 베네딕트파 수도원이 잘 보존되어 있어 중세 가톨릭 세계의 종교, 문화 예술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
9세기에서 11세기 이곳에 지어진 세 개의 로마네스크 양식 교회는 중세 초기 중부 유럽의 건축 양식을 알게 해 준다. 성모 마리아와 성 마르쿠스 성당(Das Münster St. Maria und Markus)은 중앙홀과 양쪽에 복도가 있는 바실리카 양식이다. 이후 지어지는 베네딕트 수도원은 이 건물을 표준으로 삼았다. 복음서 저자 성 마가의 유물을 보관하는 성물 보관소가 유명하다. 성 게오르그(St. Georg)성당은 벽화가 유명하다.
11세기에서 12세기에 건설된 성 베드로와 바울(St. Peter und Paul) 성당은 두 개의 탑이 세워져 있다. 18세기 교구교회가 되면서 내부는 로코코 양식으로 개축되었다.
수도원 섬은 카롤링거와 오토 왕조 이후 후원자가 없어지자 급격히 몰락했다.
보덴 호수에는 문명화되기 이전에 인간이 살았던 독특한 고대 거주시설(Pfahlbauten)이 있다. 수상가옥이다. 이 또한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신석기시대 이후 기원전 BC 1세기까지 사람들은 나무기둥을 물 위에 박고 수상가옥을 짓고 살았다. 알프스(Prähistorischen Pfahlbauten um die Alpen) 주변에 위치한 스위스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에서 총 111군데 수상가옥 주거터가 발견되었다. 그중 보덴호수 근처의 9곳의 수상가옥 유적이 다른 지역에 비해 보존상태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