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르츠부르크(Würzburg)는 독일 바이에른주에 있는 인구 13만의 도시이다. 마인강이 흐르고 있다. 이 지역은 10세기까지 프랑켄 공국이 지배하던 곳이다. 이곳 사람들은 자신들은 프랑켄(Franken) 사람이라고 하고 바이에른과 선을 긋는다. 서점에는 만화 아스트릭스(Arstrix)를 프랑켄 언어로 번역하여 판매한다. 제주도 사투리로 말을 하는 이순신 장군 만화를 읽는 느낌일까 싶다.
뷔르츠부르크는 로만틱 가도(Romantische Strasse)가 시작하는 곳이다. 차를 타고 남쪽으로 약 300 킬로미터를 가면 가도의 끝인 퓌센에 다다른다. 로만틱 가도라는 명칭은 2차 대전 후 관광상품 개발로 만들어진 명칭이다. 여름에 차를 타고 잘 정돈된 자연환경을 즐기며 소도시를 방문하는 여행길을 추천한다.
뷔르츠부르그 주교관(Würzburger Residenz und Hofgarten)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의 궁전이다. 바로크 양식은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다. 화려하고 웅장하여 왕과 제후들이 취향에 잘 맞아 궁정 건축에 많이 쓰였다.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교회와 수도원은 인기를 회복하고 신도를 끌어들이기 위해 바로크양식을 적극 수용하였다. 가톨릭과 합스부르크의 영향에 있는 오스트리아, 독일 남부, 스페인 등의 많은 궁전과 성당에서 바로크 양식을 발견할 수 있다.
주교관은 1720년 영주인 선제후 주교의 명에 따라 발타자르 노이만(Balthasar Neumann)이 설계를 한다. 1744년 완성된 주교관은 나폴레옹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교관이라고 칭찬할 정도로 뛰어나다.
외관은 ‘ㄷ’을 옆으로 돌린 모양으로 직육면체 모양의 중앙 건물을 중심으로 양 옆에 붙어 있는 건물이 직각으로 뻗어 있다. 그 앞으로 원형의 분수대(Frankonia brunnen)가 있다.
궁전 내부에 들어가면 <계단의 집(Treppenhaus)>을 볼 수 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천장화가 보인다. 베네치아에서 온 G.B. 티에폴로(Giovanni Battista. Tiepolo)가 1752년에서 1753년까지 그린 그림 <하늘과 땅의 우화, 4대륙과 선제후 주교에 대한 찬양 (Allegorie von Himmel und Erde, Verherrlichung des Würzburger Fürstbischofs Carl Philipp von Greiffenclau mit den vier Erdteile, Deckenfresco)>이다. 540평방미터 크기의 세계 최대 프레스코 천장화이다.
천정화 중앙부에 아폴로 신이 그려져 있고 각면 가장자리에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가 묘사되어 있다. 유럽 윗부분에 티에폴로를 초청한 선제후 주교 카를 필립(Carl Philipp)의 초상화가 있다. 궁전의 프레스코화를 그리고 티에폴로는 노이만의 연봉의 13배를 받았다고 한다. 아무리 프리랜서일이지만 노이만이 기분이 안 좋았을 거 같다.
1945년 3월 폭격으로 주교관은 파괴되었다. 다행히 계단의 방은 파괴되지 않았다. 궁전에 약 340개의 공간이 있는데 그중 <황제 홀(Kaiser Saal)>은 티에폴로의 프레스코 천장화와 로코코의 화려한 장식으로 볼만하다. <황제의 방(Kaiserzimmmer)>에 붙어 있는 로코코 양식의 <거울의 방>, 하얀 벽에 화려한 하얀 회칠 문양을 한 <하얀 방(Weisser Saal)>도 있다.
궁전은 복구작업을 통해 재탄생되었다. 1987년 <거울의 방>을 끝으로 전후 시작된 복구는 마무리되었다. 독일의 문화유산은 폭격으로 많이 파괴되었고 대부분 복구된 것이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노력을 들인 유적복구는 개르만 문화와 역사에 대한 독일인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조급하지 않게 오랜 세월 꼼꼼히 완벽을 추구하며 복원하는 모습이다.
주교관 오른쪽 건물에 노이만이 설계한 예배당(Hofkirche)이 있다. 금박으로 둘러싸인 제단과 제단화, 화려한 문양으로 장식된 창과 벽, 자주색 흰색 파란색이 어우러진 대리석 기둥, 천정화와 주변의 걸쳐진 조각 등 환상적이고 세련된 아름다움이 묵직하고 투박한 느낌을 주는 기존의 예배당과는 사뭇 다르다.
정원(Hofgarten)은 바로크 양식으로 질서 정연한 절제미를 뽐낸다. 건물 완공 후 조경전문가인 요한 마이어(Johann Mayer)가 1765년부터 1780년까지 만들었다. 여름이면 모차르트 음악제가 열린다.
주교관의 아름다움은 비발디의 사계의 선율을 느끼게 한다. 깔끔하고 우아하며 탄탄한 기교가 장인들의 힘을 느끼게 한다. 질서 있게 배치된 공간 구성과 호화로운 로코코 장식은 주교관을 보다 풍성하게 한다. 건축가 노이만은 유로화 이전 독일 50마르크 지폐의 표지 인물이었다. 한국도 새 지폐를 만들면 과학기술 분야 인물을 넣었으면 좋겠다.
시내에 뢴트겐 박물관(Röntgen Gedaechtnisstaette)이 있다. 병원 건강검진 때 항상 찍는 엑스레이(X-선)를 발견한 사람이 뢴트겐 (Wilhelm Conrad Röntgen)이다. 그는 뷔르츠부르크 대학 교수였다. 1895년 실험 중 X-선을 우연히 발견하고 노벨 물리학상 1회 수상자가 되었다. 독일 병원에서는 엑스레이를 찍는 것을 뢴트겐 찍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