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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단지살롱 Jun 20. 2024

타자기미니에세이

누구에게나 소설 일기ㅡ책방 세레나데_ 에세이소설

온돌커피로 도착한 곳이다. 온돌 논문을 쓰다가, 기겁하게 지겨워서 잠시 시선을 돌렸다. 가게 안의 가게로 앞쪽에는 상시 이벤트테이블이 있다. 안내장들이 날아가지 않게, 젖지 않게 되어 있고, 안내장과 관련된 제품, 타자기, 쿠키, 책 등이 진열되어 있다. 봄바람이 불지만, 소품, 책을 위해서인지 이벤트테이블은 사각의 메쉬텐트 안에 놓여있다. 오늘은 일일찻집을 한다고 별책부록처럼 완전히 눈에 띄는 색의 안내장도 한 장 집었다. 치즈고양이가 가게안가게의 시그니처로 앉아있고, 가게안가게의 미닫이문은 잘 닫혀 있지만, 손잡이 부분에 노란 조명이 들어와 따듯한 느낌이 퍽 든다. 손잡이를 잡으니 기분만 그런 건지 따듯했다. 오른쪽 말고 왼쪽으로 미세요라고 적혀 있다. 가게를 하던 사람들이 가게 문을 리모델링해 가면서 사용하던 것인데, 가게 안의 우연히 날아든 씨앗이 나무가 되어 있는 것을 잘 피하고 활용해서 가게 문을 왼쪽으로 열게 설계해 실제로 만들어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다. 그 내용도 짧은 문장으로 전해질 내용은 담은 채 문 손잡이에 포인트 레터링되어있다. 온돌에 대한 정보가 중복되지 않아야 논문의 효과 적절성이 배가 되므로, 온돌에 대한 검색을 하다가 눈에 띄게 온돌커피, 온돌책방, 온돌우유라는 가게안가게가 알고리즘에 걸린 것이다. 논문에 도움이 역으로, 뜻하지 않게 될 수도, 호기심이 발동해서 즉각 논문을 저장하고 노트북을 챙겨서 차를 몰았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라서인지 다행으로 고속도로가 휑했다. 한 시간여를 달려서 도착한 곳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주택가의 끝쪽 택지의 놀이터 앞 부지의 나무 조립식 패널 건물이었다. 가게 안 가게로 이 2층 나무집 다세대 주택즘으로 보이는 곳의 1층 오른쪽에 미닫이문 입구가 보인다. 들어가기 전, 오늘 검색된 무드로 이벤트테이블 주위로 온돌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글, 온돌 커피 이야기, 온돌 티코스터를 개발한 이야기들이 야외갤러리처럼 전시되어 있고 아크릴 전시박스에 들어있고, 부가설명이나 주문은 가게안가게로 들어오라고 되어 있다. 전시박스 자체의 간결함이 효율의 미를 보여준다. 온돌에 관한 논문을 쓰다가, 이렇게 온돌의 활용을 보면서 내가 하는 일이 하잘것없어 이렇게만 살고 싶어 오늘은 그럴 생각이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데, 고양이 두 마리가 모두 내 옆 이벤트 테이블 옆 라탄 소파에 와 있다. 나 좋아하나 봐 흐뭇한 감응 중인데 조금 보자니 한 마리가 한 마리를 살짝 추격하는 모양새인데, 웬일로 서로 안 쳐다보고 편안히 소파에 띄엄띄엄 앉았네 주인이 말하고 지나간다. 온돌커피라는 데 신기하고, 그 온돌커피의 시그니처 지원 제품이라 할 수 있는 티코스터를 살펴봤다. 티코스터 사이에 인덕션처럼 열전도가 되는 구리선이 들어가 있는 것도 있고, 돌솥밥 할 때 쓰는 돌솥처럼 가스에 데워서 열전도가 되지 않는 받침대이자 쟁반이 되는 쟁반 위에 올려서 커피를 올려놓는 방식도 있고, usb충전해서 쓰는 온돌 티코스터도 있다. 그 외에 온돌티코스터에 대한 다양한 제안을 받는 큐알코드 안내문이 온돌 티코스터 옆에 놓여있다. 가게의 조명이 들어와, 왼쪽으로 미세요라는 레터링 된 문을 밀고 가게안가게로 들어섰다. 가게 안의 고양이가 있다는 정보로는 환기가 잘 되는지 고양이 특유의 냄새는 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고양이가 움직이며, 사람을 관찰할 수 있는 유리통로가 천정을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고, 고양이가 나가서 배변하도록 바깥쪽 테라스로 동선을 설치해 놓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가게 안 가게에서 고양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나 고양이 동선과 겹치지 않는 공간을 선택할 수 있다. 고양이가 없는 공간에 가야겠군, 생각하고 키오스크로 먼저 크루아상 2개와 우유 하나, 커피 샷 추가 하나를 주문하고, 온돌티코스터를 가스에 올려놓고 데우는 방식의 제품 하나와, 구리선이 들어가 인덕션 기능의 컵을 올릴 수 있는 제품 하나와, usb충전방식의 제품 하나를 주문해서 4만 천 원을 결제하고, 가게 안 가게 안쪽 오픈키친 ‘일일찻집’에서 나오는데 5분여즘 걸린다고 마지막 키오스크 화면에 팝업 됐다. (일일찻집은 숍인숍으로 가게안의가게 안에 가게를 말한다고 팝업이 동시에 된다. 괜찮냐고 묻기에 예스라고 터치하자, 하트가 뾰료롱 하더니 팝업이 사라진다.) 가게안가게의 유리 통로에 유유히 치즈고양이가 돌아다닌다. 묘하게 호기심이 이는 우아하다 못해, 올려다보는 사람 조롱하나 싶게 하는 고양이다.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생각이 바뀌어서 고양이가 동선이 겹치는 홀로 들어갔다. 각종 고양이 놀이기구가 늘어져 있는 대신, 고양이가 타고 올라갈 수 있는 나무가 연결되어 세 그루가 인조 나무로 심어져 있고, 어떤 구역은 고양이만의 제한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또한 고양이에게 주의할 점을 집사에게 알린다라는 대자보, 아니 포스터가 크게 어느 각도에서나 잘 보이는 벽면에 붙어 있다. 벽과의 색대비도 고려한 건지 벽대비가 포스터 가독성을 높인다. 주문한 크루아상과 커피, 우유는 배고픈 나에게 한 점 먼지와도 같다. 후루룩 크루아상과 우유를 게눈 감추듯이 비웠다. 생각해 보니, 오늘 논문의 2/3 지점까지 채우고, 뭔가를 먹으리라 했다. 그랬더니, 게눈 감추듯이가 이럴 때마다 뭔지를, 왜 이런 말이 생겨난 지를, 왜 속담과 관용어구는 찰떡인지를 이럴 때마다 안다. 옛날에는 언어도 단어도 몇 개 없었을 것이다. 언어가 난무하면서 마치 정보의 바다, 홍수 내지는 불필요한 과다한 정보처럼 언어가 희소하다가 어느 날 점점 많아지다가 빅뱅처럼 늘어나서 제어가 되지 않았을 시점을 시대를 느끼던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뭐든, 적정기술과 적정 단계가 있는데 그걸 넘어서는 것을 제어하는 것은 역사에서는 언제나 실패했으니까. 논문은 그렇다. 연구하는 분야에서, 생활에서 연결하는 꼭 필요한 주제라고 생각되며 다른 누구도 그 연결점을 논하지 않는 것을 깊이 있게 통찰해 문화, 사회, 역사, 과학, 기술 등의 관점에서 해당분야에 맞게 기술해야 한다. 관점의 통합적인 통찰이 없는 논문일 경우에는 신문 칼럼에 채 준하지 않는 읽을 가치도, 쓸 가치도 잃게 한다. 하지만, 논문을 쓴다고 논문 이외의 것을 보지 않고 듣지 않으면 논문은 그렇게 가치 없게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가끔도 들여다보게 되지 않는 sns나 유튜브를 의도적으로 (정보의 바다에, 사람들의 킬링 타임용으로 우습게만 생각지 않고) 빠진다. 그러다가 온돌이라는 검색으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과 구글에 구글링을 해 본 결과 접점인 이 가게안가게에 와서 기겁하게 크루아상을 먹는 거다. 가끔, 심심해하는 우리 집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친구와, 논문에 기겁하게 정신줄을 빼놓는 나를 모셔오기로 하고, 키오스크로 가서 한칸책장에 있는 ‘결혼식 가는 길’이라는 빨간 책을 정가 이상 결제하기 버튼을 눌러, 공간이여 영원하라는 메시지를 클릭해, 버튼을 조작해 후원금과 정가를 포함해, 원 가격의 2배를 결제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커피를 이라는 버튼이 있어서, 그 누군가가 누구지 의문을 가지다가 터치해 보니, 그 누군가도 지정이 가능해서, 그 누군가 중에서 혼자 왔는데, 띨해보이는 사람, 스스로도 띨해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는 사람에게 티가 나는 사람에게 기증이라는 버튼을 눌러, 추가 결제를 하고 가게안가게에서 논문안논문으로 돌아간다. (참고로, 기증 후 기증의 접점에 대한 이야기를 포스트 해서 키오스크를 와이파이 연결해서 확인가능하다고 한다. 내가 결제한 부분을 큐알코드 팝업된 걸 촬영하고, 한 달 즘 후 확인해 보겠어 계획 아닌 계획을 하고 핸드폰을 바지주머니에 잘 안착시킨다.)



'타자기미니에세이'는 과거 현재 미래에 그, 이, 저 '책방에 대한 세레나데'로 '에세이소설', '소설일기' 즘으로 지난 기억과  지금과 미래의 계획과 상상을 어떤 정서나 어느 인물 어떤 상황 속에서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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