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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 Jul 10. 2024

타자기미니에세이

누구에게나 소설 일기ㅡ책방 세레나데_ 에세이소설

왠지 반감에 지금의 내 상황을 덜 노출시킬 글자를 치려고 다시 문장카드를 보는데, 다 와닿아 버려서, 가장 짧은 것을 일단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내 마음에 들게 보낸 시간은 내 마음에 드는 나를 만든다로. 타자기를 치고 오타가 나고, 오타가 나면 다시 글줄을 레바를 돌려 바꾸고 다시 치고 몇 번 반복한 끝에 체험시간 20여분을 가게 앞에서 그야말로 체험을 했다. 그리고 그제야 점심 이후로 6시간이 지난 공복의 최고상태에 이름을 지각했다. 크루아상과 커피, 우유 등의 이미지가 알고 있듯이 타자기 옆에 사진이 나열돼 있다. 가격과 금액까지. 무리 없이 타자한 글을 들고 가게에 들어가 키오스크로 크루아상 2개와 우유를 커피를 주문한다. 1만 4천 원 결제 후 종을 울리고 기다리세요라고 되어 있어, 가게 안을 둘러보다가 배고픔을 잊게 해 줄지도 모를 갈색 공기 소파에 앉았다. 게다가 양탄자는 노란색으로 따듯함을 풍기고 있는데, 그 끝에는 귀찮음 한가득 표정으로 앞발을 모으고 있는 치즈 고양이가 눌러앉았다. 소파 앞에 나지막한 탁자 위에는 내가 주문한 크루아상 커피 우유가 나올 시간을 알려주는 태블릿이 놓여 있었다. 테블랫이 작동 안 될 대비해서 종이 설명서도 있다. 5분여 기다리니, 테이블과 대비되는 검은색 쟁반에 하얀색 접시에 크루아상 2개, 흰색 포크 2개, 검은 컵에 하얀 우유, 하얀 컵에 갈색 커피가 올려졌다. 가게 안의 양탄자와 같은 무늬의 앞치마를 한 하얀 상의에 하얀 바지를 입고 하얀 운동화를 신은 ‘’DD’님이라는 명패를 단 사람이다. 부를 일은 없겠지만, 만약 부를 일이 있다면 뭐라고 해야 하지 잠시 생각하다가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치명적으로 배고픈 걸 몸이 먼저 기억하고는 우유 한 잔을 기겁하게 마셨다. 그리고 크루아상을 한 입 베어무는데, 그때서야 포크가 두 개나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냥 물어먹었다. 거의 맛을 느낄 새도 없이 하나를 순식간에 먹었는데, 순식간에 먹었는데도 맛있다는 건 느꼈다. 두 번째 크루아상은 남은 커피와 천천히 먹을 여유가 생겨서 천천히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나란히 놓인 포크를 드는 찰나, 앞에 놓인 한칸책장이 보였다. 남은 크루아상을 더 천천히 먹게 생겼다. 책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제목이 무려 ‘우리가 같은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다. 지금 내가 그래서 그 속도감에 멀미가 나 배고픔도 잊었다가 이곳에 이렇게 앉아 있지 않나. 한칸책장이라고 버닝으로 쓰인 버닝레터 매무새를 한 번 쓱 손 끝으로 훑고 책을 꺼내는데, 책이 뭔가 다르다 했더니 비닐로 포장이 되어 책 자체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도 나면서 뭔가 쿠키를 여는 느낌이랄까 싶다. 책을 열자 속지와 첫 장 사이에 사진에 얹어진 타자기 문구가 나왔다. 책의 어느 문장을 담은 것이 아닐까 추측하며 책 제목 외에는 아직 어떤 정보도 나열되지 않은 책의 목차를 찾아나갔다. 책은 넓은 공간이 부끄러운 듯이 책의 중앙에 네모나게 글씨가 도형 네모처럼 모여 있다. 그리고 책을 스르르 넘겨보는 게 버릇인지라 그 버릇대로 스르르 넘기니 책의 중간중간이 사진으로 챕터화 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며, 각인될 문장이 큰 문장으로 한 페이지를 차지한 챕터도 있었다. 책의 목차에는 이렇게 세열만 나열돼 있다. -우리가 속도를 알게 된 이유는 (               ) 때문이다. -속도에 편승하지 못한 이유는 (                ) 때문이다 – 편승하기 싫은 이유는 (                )이 더 좋기 때문이다.라고.

 아무래도 커피와 크루아상이 더 식기 전에 반을 먹고, 책의 첫 장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봐야지. 커피는 드립커피로 융드립 커피라고 쓰여 있었고 크루아상은 따뜻할 때 드시면 좋아요라고 쓰여 있었다. 반을 먹고 더 기다릴 수 없어 책의 첫 장을 펼쳤다. 우리가 속도를 알게 된 이유는 멀미가 났기 때문이다.라고 적혀 있다. 멀미가 난다. 난, 배멀미가 있고, 요즘에 사람 멀미가 있고, 그 사람 멀미는(                            ) 속도에 연유했다.라는 생각을 하며 문장에 호흡해 나갔다. 오전에 일어난 것이 얼마만인가. 운동은 차치하고 몸이란 것이 이렇게까지 안 움직인다면 tv에서 본 거처럼 침대나 다른 사물에 끼어서 살 수도 있겠구나 싶어, 운동화까지 발이 부어 안 들어간다면 하고 거칠게 아빠 슬리퍼를 끌고 바깥에 나온 것이다. 오전에 하는 가게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찰나 스마트폰으로 릴스가 하나 떠올라 지금 다른 동네 다른 가게 앞에 시공간을 이동해 문장으로 호흡한다. 호흡의 습관이 안 들어서 그렇지. 책을 읽고 읽으면서 떠오르는 다른 책의 내용, 상황에 대한 이입에 따르는 위로와 공감, 다른 누군가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누군가의 입장들에 대한 것을 알게 되어 좋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으로 추천된 이연의 유튜브에서 좋은 습관 중 하나가 일기 쓰기라는데, 호흡의 습관을 갖기에 쓰는 것에도 집중해보고 싶다. 문득, 이런 생각 끝에 앞에 있는 한칸책장에서 유독 거꾸로 꽂혀 있어 보게 된 책에 이런 내용이 스르르 펼친 면에 피어있다.


'16쪽.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 치유하는 시간이었다. 수업을 듣거나, 사람들을 만나거나, 일을 하고 돌아오면 온전한 나로서 존재할 수 없었던 시간들의 괴로움은 반드시 잔해를 남긴다. 나는 문장을 씀으로써 마음 한구석에 쌓여 있는 잔해를 치웠다.'
책. 당신의 글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디자인이음.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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