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도 안 써지는 시간일 때마다 아무 생각 없고 싶을 때마다 비우고 싶은데 안 비워질 때 채워서 비우는 흐름을 만들고 싶을 때 피스넷 폴더 블루투스 키보드를 열어 핸드폰 카카오 브런치스토리 글쓰기 화면에 타닥타닥 글자들을 입력한다 어느 날은 묘사 부분만을 적기도 하고 그러다 서사로 가기도 하고 저러다 잊었던 장면이 떠오르며 보지 않은 장면이 미처 표현되지 못한 부분들이 해소되기도 한다
아직 충분히 밝았고, 잔디도 부드러운 암녹색이었고, 집은 보랏빛 시계꽃들이 피어 있는 신록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으며, 갈가마귀들은 푸른 창공에서 서늘한 울음소리를 떨구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 무엇인가가 움직여 번쩍였고 공중에서 은빛 날개를 뒤집었다. 어쨌거나 계절은 구월이었다.
잔디는 암녹색이고 제비꽃은 신록인 구월인 때이며 마치 반짝이는 저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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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마침내는 골목길, 들판, 광장, 밤이 많이 달란 밤나무와 꽃이 피는 울타리 나무들이 그를 계속 인도하여 더 멀리 있는 골목길에 당도하게 했다. 65
길은 모두에게 열려있다고 한다. 다만, 내딛고 나아갈 경우에 열리는 특성이 있지.
그녀는 캔버스를 옮기는 척하면서 이것은 걸러지고 증류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서 대상을 움켜잡으려는 시도를 한 적이 없는 사랑, 하지만 수학자들이 그들의 기호에 대해서 품는 사랑, 아니면 시인들이 그들에 구절들에 대해서 갖는 애정, 이와 같은 사랑은 온 세상에 퍼져서 인간의 성취의 일부가 되도록 의도된 것이었다. 정말 그랬다. 뱅크스 씨가 왜 저 여인이 그를 그렇게 기쁘게 하는지 그 이유를 말할 수 있다면 온 세상 사람들은 틀림없이 그 기쁨을 나누어 가졌을 것이다.
즉 그녀가 아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는 모습이 왜 그에게 과학 문제를 풀어낸 것과 정확하게 같은 효과를 내는지, 그리하여 그가 그 모습을 응시하고는 식물의 소화기관에 관해서 절대적인 명제를 증명해 냈을 때의 느낌, 다시 말해서 원시성이 순화된 느낌, 즉 혼돈의 치세가 정복되었다는 느낌을 맛보았던 것이다. 71
그러나 한순간 공이 하늘 높이 던져졌을 때 사물이 폭발할 것 같은 느낌, 넓디넓은 공간감각, 책임감의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느낌을 맛보았다. 그들은 모두 시선으로 공을 따라갔지만 결국은 놓치고, 하나의 별과 나뭇잎이 무성한 가지를 보았다. 희미한 빛 가운데서 그들의 윤곽은 모두 예리하게 부각되었고, 꿈속에서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105
그래서 어떤 모임에서 어느 나라 말을 사용할 것인가에 관하여 분란이 있을 경우 회장이 통일을 기하기 위하여 모두 프랑스어를 쓰라고 제의한다. 엉터리 프랑스어가 될지도 모르고, 또 프랑스에서는 화자의 생각들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어로 말하는 것은 약간의 질서, 약간의 통일성을 부여한다. 127
바로 지금 그녀는 안전한 곳에 다다랐다. 그녀는 공중에 매달린 매처럼, 기쁨의 대기 속에 떠 있는 깃발처럼 배회했다. 기쁨은 그녀의 몸의 모든 신경을 꽉꽉 그리고 향기롭게, 시끄럽지 않게 오히려 엄숙하게 채웠다. 거기서 식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그녀는 그것이 남편과 아이들과 친구들에게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이 모든 것이 이 심오한 정적 속에서 솟아오르며, 이제는 어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연기처럼 솟아오르는 수증기처럼 그들을 안전하게 함께 붙잡아주면서 거기 머무는 듯이 보였다. 147
책, 등대로, 버지니아울프
중족골이 아파서 정형외과에서 대기중이다 기다리는데 이젠 꼬리뼈가 아프니까 대기하는 데 안마의자로 대기의자가 죽 있어야 정형외과 다울 듯한거 아니냐는 의문에 당위성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