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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문장위빙

빌 에반스와 라비크와 조앙 마두와 만나기

문장위빙

by 홍선


책, 빌 에반스, 재즈의 초상, 피터 페팅거, 황덕호, 을유문화사의 오늘의 막 열어 본 페이지 중 하나의 문단을 거머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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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인 정박지 역할을 맡고 있는 두 음 사이의 진동은 강건하고 도발적이어서 그 어떤 옥타브나 강도 속에서도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에반스는 악절의 내적 틀에 따라 움직이면서 자신의 상상력 안에서 틀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실행을 통해 구체적인 음들을 만들어 낸다.


책, 개선문,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민음사의 페이지에서 이웃이 된 라비크와 조앙 마두를 조금 만나고 온다.


모로소프는 빙그레 웃었다. "처음 몇 해 동안 러시아 놈들이 그랬던 것하고 똑같아. 마치 구명대에 매달리기라도 하듯 자기들의 직함과 예법에 매달린단 말이야." 87


"저 놈은 취한 데다가 농담도 몰라. 라틴 족속이 대게 그렇지."하고 라비크는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농담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내가 방금 자네를 대령으로 승진시켜주었네. 자네는 내가 알기로 가여운 중령이야. 하지만 자네가 저 고메스 대령과 같은 계급이 아닌 걸 난 참을 수가 없단 말이야."

"수다 그만 떨게, 이 친구야. 저 작자 때문에 알레힌 변칙수가 엉망이 되어 버렸어. 이 비숍은 죽은 것 같군."모로소프는 얼굴을 들었다. "저런, 또 다른 녀석이 오는데. 다른 부관이야. 질긴 놈들이네." 89


그들은 한 시간쯤 체스를 두었다. 93


"지금도 아무것도 안 먹고 싶은 거요?"하고 라비크가 밖에서 물었다. "모르겠어요. 많이는 못 먹을 것 같아요." 라비크는 팔을 들어 택시를 잡았다. "좋아요. 벨 오로르로 갑시다. 거기서는 정식을 먹지 않아도 되니까요." 101


"보드카 두 잔."하고 라비크가 주문했다. "찬 걸로."

"뭘 좀 마시고 나서 전채요리를 먹읍시다."하고 그가 여자에게 말했다. 101


환하게 드러난 신비였다. 아무 것도 감추지 않으면서, 또한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는다. 전에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어 하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게 없었을지도 모른다. 혼란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을 테니까.

"담배 있어요?" 하고 조앙 마두가 물었다.

"알제리 담배밖에 없어요. 독한 흑담배."

라비크는 웨이터에게 손짓을 하려고 했다. "그렇게 독하진 않아요."하고 조앙 마두는 말했다. "저에게 한 번 주신 적이 있어요. 퐁드랄마에서요."

"그랬구나." 171


여자는 케이트 헤그슈트렘에 대해 묻지 않았다. 구석에 앉아 조용히 긴장을 풀고 담배를 피웠다. 담배를 피우는 데만 집중하는 듯했다. 그러고는 조용하게 천천히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는 데만 집중하는 듯했다. 이 여자는 아무리 하잘것없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거기에 완전히 집중하는 듯했다. 172


"그런 걸 마시게인 이곳이 너무 고급이라 그럴 테지. 칼바도스였을 거야. 여기서 구할 수 없다니 실망이야. 그 술집을 다시 찾아간다면 아주 간단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고."

"왜 안 된다는 거죠?"

"당신은 여기에 있어야 하잖아?"

"아뇨, 전 근무 끝났어요."

"잘됐군. 그럼 가 볼까?"

"네. 그러죠."

라비크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그 술집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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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병원을 두 번 갔는데 이번엔 나와있으면 좋겠다. 플라스틱 미세 가시가 박히다. 주사 바늘, 주사기로 부황 뜨듯이도 했는데 두 번째 이번.....이번엔 아웃이면 좋겠다.

라비크와 조앙 마두, 빌 에반스를 잠깐씩 만나면 그들이 궁금해져서 또 만나러 간다. 그 만남들로 나와 타인, 이웃 그리고 지나간 상황과 사람들, 다가올 사람들과 상황을 이해하고 예측하기도 한다.

문장위빙은 날실과 씨실을 엮어 태피스트리를 만들듯, 작가의 책과 독자인 내가 만나 수많은 인물과 만나 그들의 세세한 상황과 태도와 삶을 들으면서 내 삶과 나라는 사람으로부터 세계에까지 직조한다.


카페,문화공간인 오늘도주와의 팥두유, 셀프결제 후 숍인숍책방 인 수다서가로 한칸책장 이용자로서, 카페지기 부재시 문의 후, 슥 들려 혼자만의 장소성을 맞이한다.
팥우유에 소금 한꼬집, 설탕 한 스푼 섞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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