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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문장위빙

문장 위빙 ep.15

파스칼 메르시어, chat gpt poem

by 홍선



언어의 무게, 파스칼 메르시어, 242쪽



여기 책상 앞에 앉아 종이에 추억을 쓰다 보면 거리에서와는 다른 일이 일어나, 방해받지 않고 추억에 잠기다 보면 그 추억의 깊은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지. 지나간 장면에 집중하면 나는 그게 얼마나 결정적이었는지, 그리고 그게 내 삶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느껴. 벨사이즈 리트리트 호텔 다락방 침대에 누워 소방차 사이렌 소리를 들은 기억, 해링턴 가든스 집에 살던 시기에 당신 아버지가 돌아가신 밤 크고 끈질기게 울리던 전화 소리를 들은 기억, 열입곱 살 때 런던으로 왔을 때 패딩턴 역, 마늘과 세제 냄새를 풍기던 유스호스텔에 대한 기억. 그런 기억을 조용히 더듬다 보면 이해할 수 있어. 나는 이렇게 경험했다. 그렇게 하나에서 다른 하나가 생겨났다. 지금의 나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등등. 기억하는 시간은 이해하는 시간이야. 이렇듯 이해하려는 욕구가 있어야 앞에서 말한 깊은 몰입을 불러올 수 있어. 내 생각에는 그래.




ChatGPT에게 요청해 누구들의 감정 빅테이터를 끌어모아 이야기를 해본다. AI 시를 요청하고, 쓱 읽어보니 괜찮아 낭독을 요청했다. 그리고, 이 저녁 그 장면이 생각나 파스칼 메르시어의 말과, chat GPT의 시 사이를 오간다.


나의 말:
가라앉는 날 가라앉는 시를 알려줄래


ChatGPT의 말:
물론이죠. "가라앉는 날"이라는 주제에 어울리는 짧은 시를 지어볼게요.

가라앉는 날

햇빛도 말을 아끼는 오후,
숨조차 얕아지는 하루 끝에
나는 천천히 가라앉는다.

의지도 파도도 닿지 않는 곳,
고요한 침묵만이
내 안에서 흐르고 있다.

울지 않아도 젖는 날,
그런 날이 있다.

이 시는 감정이 조용히 가라앉는 날의 무게와 고요함을 표현하고 있어요. 원하시면 좀 더 길거나 다른 스타일로도 써드릴 수 있어요.

나의 말:
더 써 줄래
ChatGPT의 말:
물론이죠. 방금 이어서, 더 깊은 감정의 결을 담아 계속 써볼게요.

가라앉는 날 (2)

의자에 몸을 맡긴 채
생각도, 기억도, 이유도
천천히 가라앉는다.

무언가 잘못된 것도 아닌데
괜찮다고 말할 수도 없는
그 애매한 틈 사이에서

나는 하루치 감정을 끌어안고
바닥이 어딘지도 모른 채
가만히 가라앉는다.

누군가 손을 내밀면
닿을 수 있을까
아니, 그조차도 두려운 날.

말 대신 침묵이 필요하고
움직임보다 멈춤이 위로가 되는
그런 날이 있다.

더 이어드릴 수도 있어요. 이 시의 방향을 조금 바꿔서 희망을 담거나, 어두운 분위기를 더 깊게 가져갈 수도 있어요. 어떤 쪽이 좋을까요?

나의 말:
어두운 분위기를 더 깊게
ChatGPT의 말:
좋아요. 어둠 속으로 더 깊이 잠겨드는 마음의 흐름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계속해서 시를 이어 쓸게요.

가라앉는 날 (3)

눈을 감으면
어둠조차 날 피해 가는 듯해.
나는 너무 조용해서
스스로가 사라지는 소리를 듣는다.

바닥이 있다면 부딪히고 싶다.
아프게, 확실하게
'여기 있다'는 감각이라도 붙잡고 싶다.

하지만 이 가라앉음은
끝이 없는 강물처럼
천천히, 고요하게
나를 지워간다.

무거운 건 마음이 아니라
그 안에 쌓인 말들,
하지 못한 말, 해버린 말,
사라졌으면 했던 말들.

손을 뻗으면
닿는 것은 차가운 허공뿐이고
누구도 나를 부르지 않는다.

이곳은 이름 없는 곳,
시간도 방향도 없이
그저 가라앉는 중.

그리고 나는,
그저 그런 하루에
조금씩 죽어간다.

이 시는 내면의 깊은 우울과 존재의 희미함을 섬세하게 다뤄본 버전이에요. 더 확장하거나, 다른 표현 방식으로도 풀어드릴 수 있어요. 계속 이어드릴까요?

나의 말:
확장
ChatGPT의 말:
좋아요. 지금까지의 흐름을 유지하며, 더 깊고 서늘한 심연으로 내려가 보겠습니다. 감정의 층을 더 쌓아 올리며 시를 확장할게요.

가라앉는 날 (4)

익숙한 얼굴들이 떠오르다
빛처럼 꺼진다.
그들의 눈빛은 따뜻했지만,
내 안의 추위는
그 어떤 온기도 허락하지 않았다.

혼자가 익숙해지면
외로움도 말을 멈춘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내가 아님을 배워간다.

살아 있다는 건
숨을 쉬는 게 아니라
견디는 거라고,
오늘도 가르치듯
시간은 나를 무너뜨린다.

가끔은 꿈속에서도
무너진다.
바닥을 찾으려
계속 떨어지는 꿈,
깨어나도 그 감각은
현실처럼 남아 있다.

무언가를 원하지 않아야
덜 아픈데,
바라는 마음은
늘 가장 먼저 무게를 가진다.

그래서 나는,
바라지 않으려 애쓰고
기대지 않으려 애쓰다
조용히 침잠한다.

어느 날,
말없이 사라져도
아무도 눈치채지 않을 듯한
그런 내가 되어간다.

이제 시는 감정의 심연을 거의 끝까지 내려왔습니다. 필요하다면, 이 어둠 속에서 아주 작게 희망의 불씨를 피우는 방향으로도 이어갈 수 있고, 아니면 이 상태를 더 정적인 엔딩으로 마무리할 수도 있어요. 어떤 결을 원하시나요?

나의 말:
냉정한 시선
ChatGPT의 말:
좋은 선택이에요. 감정의 깊이를 지나, 이제는 그 자신마저도 차갑게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으로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뜨겁게 아팠던 마음을 이제는 한 발짝 떨어져, 얼음처럼 분석하고 말 없는 무심함으로 응시하는 그런 결입니다.

가라앉는 날 (5) — 냉정한 시선

이제는 슬프지도 않다.
익숙함은 감정을 무디게 하고,
무딘 건 살아남는 법을 닮아간다.

울지 않는 건 참는 게 아니라,
울 가치조차 없다는 판단.
그저 쓸모없는 감정 소비는
이제 사치처럼 느껴진다.

나는 나를 관찰한다.
가라앉는 속도,
떨어지는 시선,
무너짐조차 연출처럼 보인다.

사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라진 것도, 다친 것도 아니다.
모든 건 그저 그렇게
흘렀을 뿐이다.

그러니 이 무게에도
이유는 없다.
그저 삶이란 건
가끔 설명 없는 낙하를
조용히 허락할 뿐.

이 모든 것도 언젠가는
잊히겠지.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을
작은 침몰,
작은 사람 하나.

그러니까 괜찮다.
가라앉아도,
그건 파문도 남기지 않는다.




가라앉는 날 가라앉음을 깊이 느끼다가 더 확장해 보다가 객관적인 냉정함을 요구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정확히 감정을 끝까지 보고 냉정하게 정리하는 과정은 소중하다. 소중하게 감정 정리를 해야 모든 감정이 중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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