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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 Jun 14. 2024

타자기미니에세이

누구에게나 소설 일기ㅡ 책방 세레나데_ 에세이소설

빈 둥지 증후군은 남의 말인 줄 알았고, 주부에게나 해당하는 줄 안다. 그런데 아니다. 나의 경우에는 말이다. 심하게 온다. 눈이 퉁퉁 붓게 울어보기는 난생처음이다. 누군가 팝업 창을 띄워서 가게안가게에 왔다. 인스타그램의 홍보물에 홍보물 같지 않은 릴스홍보이길래, 다시 보기로 홈페이지로 연동해서 찾아온 가게안가게다. 가장 끌리는 건 온돌 시그니처이다. 가게안가게가 바닥이 온돌인 것이 아니라, 온돌커피, 온돌우유, 온돌티코스터를 효자상품으로 온돌 시그니처 가게이다. 그럼으로써 더불어 온돌이라는 효자 파생 상품으로 가게안가게를 지속하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가게안가게는 이벤트테이블에 머무르는 시간을 지속하게 하는 가게로 블로그에 소개되기도 하던데, 역시나 눈길이 끄는 데가 많았다. 우선 반짝이는 전구로 타자기를 매혹적으로 보이게 했다. 또한 책들은 하나같이 반짝였다. 비닐포장으로 손수 모두 포장되어 있어 책이 흐뭇하게 보일 정도다. 책에 관심이 있든 없든, 책이 다 예쁘다 하고 한 번씩 말하게 될 것 같다. 가게안가게에서 운영하는 책방세트 안내장과 타자기 사용 안내장을 들고 아늑한 이벤트테이블에서 가게안가게로 들어선다. 치즈고양이들이 나란히 방향은 다르게 머리를 두고 자듯이 졸 듯이 있다. 고양이 가까운 곳으로, 턴테이블과 타자기테이블과 책테이블이 모두 있는 자리가 쟁탈전이 심할 듯하여, 가게를 둘러보기 이전에 해당 자리에 앉았다. 가방을 살며시 내려놓고 방울소리가 나는 차열쇠도 가만히 내려놓았다. 어떤 것을 먼저 볼까 고민하던 찰나에 책 테이블의 세심하게 놓인 책의 제목이 먼저 눈에 닿았다.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라는 제목과 후루룩 펼쳤을 때 오늘의 나를 위한 말이 목차로 놓여 있어, 책의 세 페이지 내 몇 문단을 읽어 마음에 들어, 자리에서 일어나 키오스크로 책의 정가대로 결제해 주세요란 안내문구를 확인하고, 책 상태를 확인하라고 메시지대로 책을 스스륵 넘겨 확인하고(사실, 책이 깨끗하지 않아도 여기서 만났기 때문에 사려고 했다. 메시지가 떴으므로 과정을 진행해보고 싶은 느낌이랄까.) 책을 결제하고 뒤돌아서는데, 고양이를 키우기 때문에 조용히 (혹시 고양이가 있을까 봐) 발을 떼려는데 아니나 다를까 혹시나 했던 치즈고양이들이 두 마리나 뒤에 와서, 발 펀치를 날릴 순간이다. 간택된 흔하지 않은 흔한 장면이라 잠시 멈춤 상태로 있었더니, 고양이 두 마리는 저들 둘이 뭉쳐서 데굴데굴 굴러가더니, 가게 앞쪽 고양이 자리인 듯한 쿠션으로까지 굴러갔다. 지켜보다가, 다시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와 함께 가게를 한 번 휘돌아, 일어선 김에 바테이블까지 가본다. 대면 주문을 하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시그니처 메뉴인 온돌커피와 온돌티코스터를 10개를 주문해서 자리에 앉아, 책의 중간부터 읽어본다. 내용이 좋으면 앞으로 앞으로 거꾸로 가는 경향으로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 결국 몇 분 지나지 않아 책의 제일 첫 페이지 속지부터 다시 본다. 온돌커피가 하얀 쟁반에 주문한 10개의 티코스터(온돌티코스터가 신기하고 온돌티코스터를 만든 가치가 좋긴 하지만, 10개나 필요하진 않다. 하지만 이 공간을 후원하고 오래 지속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그니처 상품을 주문했고, 집에서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제작되었기 때문에 주변의 좋은 좋아해야 할 사람들에게 돌리려고 한다.)가 하나하나 개별 포장으로 비닐 포장으로 되어, 시그니처 스티커가 붙은 상태로 차곡차곡 크라프트 종이 봉지에 들어 있다. 확인 후 가져가세요 라는 문구가 종이봉투에 있어 하나하나 크랙이 없는지 확인 후 다시 조심히 담아놓고, 책을 다급하게 다시 읽는다. 그러니까, 빈 둥지 증후군이 나에게는 없을 줄 알았다. 왜냐하면, 나는 누구에게도 매달리는 성질의 것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그렇게 줄곧 사람들을 깊이 집착하지 않게 살았으며 내가 하고 있는 일들과 여러 가지 일이 있기 때문에 남의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에게 세게 온 거 같다. 집에 있을 수 없어 sns를 둘러보다가 가게안가게로 들어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가게의 가치와 세계관이 마음에 들어 시그니처 효자상품과 시그니처 온돌커피와 마주해 나를 다잡아줄 페이지를 부여잡는다. 이런 말이 들어있다.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라고. 사람들은 최단 경로를 이용하려고 내비게이션을 이용하고, 최적의 효율을 내기 위해 AI를 도입하고, 최고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사람들의 활동을 그래프의 숫자화하고, 최선을 다해 일한다. 그런데, 땅에 금만 긋다가는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있었어도 이렇게 빈 둥지 증후군이 기어이 오고야 마는 것이다. 땅에 금을 그을 게 아니라, 하늘을 올려다보고 하늘에 걸린 것과 내 삶에 걸린 것과 나와 주변, 세계로 렌즈를 매일 닦고 점검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첫 번째로 혼자로 카페 투어를 하기로 하다가 가게 안 가게에 와서 흡족하다. 가게 안 가게는 회원제 위주를 추구해 운영하는데, 간혹 나처럼 와서 회원이 된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경험해 보는 공간을 지향하기 때문에 완전한 회원제를 지양한다. 그 또한 세계관이 마음에 들어서, 달마다 티코스터를 30개쯤 사두고 싶다. 이렇게 천천히 내 몸에 맞는 약을 찾듯, 카페 탐방을 다니면서 내가 좋아하는 내가 놓일 잠시의 공간을 찾다 보면 빈 둥지증후군이 그야말로 남의 일이고, 남이 빈둥지증후군을 느낄 때 참조할 글을 남길 수도 있을 것 같다. 회원제 안내장을 책 테이블에서 챙기고 자리를 정돈하고 빈둥지 집으로 향한다.


32 저는 아마 그 순간 주인이 시간을 보내는 방식에 꽤나 매료되었던 듯합니다. 단순한 듯하면서도 꽉 찬 시간을 지켜본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자율성의 시간이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자발성과 주의력과 우아함이 가득한 고밀도의 시간 같은 것이 아닐까요?

책, 삶을 바꾸는 책 읽기



타자기미니에세이'는 과거 현재 미래에 그, 이, 저 '책방에 대한 세레나데'로 '에세이소설', '소설일기' 즘으로 지난 기억과  지금과 미래의 계획과 상상을 어떤 정서나 어느 인물 어떤 상황속에서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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