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을 삽입하면 돌이킬 수 없는데 삽입할까요?
"선생님 하루는 밖에 얼마나 있었을까요?"
"글쎄요. 그건 하루만 알겠죠."
수의사에게 하루의 공고 사진을 보여줬다. 수의사는 털이 자란 길이로 봤을 때 하루는 최소 6개월 이상은 밖에 있었을 거라고 했다. 생각보다 길어서 놀랐다. 두 계절이 훌쩍 지나도록 너는 홀로 있었구나. 나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나는 보금자리와 먹을 것이 없는 6개월을 보낸 적이 없다. 너는 어떤 시간을 버텨온 걸까.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
수의사는 하루의 등에 있는 검버섯을 가리키며 하루가 최소 6-7살일 거라고 했다. 공고에는 하루의 나이가 4살로 적혀 있었다. 4살도 강아지 나이치곤 적은 나이가 아니었다. 강아지의 평균 수명은 10년 이내다. 나는 당황했다.
펫숍에서 생후 3개월이 지난 강아지는 상품 가치를 잃는다. 어떻게 생겨도 귀엽고 뭘 해도 사랑스러운 신생견(新生犬)의 특권이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다. 나이 든 강아지는 수요가 없다. 아마 수의사도 이 맥락에서 나의 당황함을 해석했을 것이다. 그래서 수의사는 아래의 질문으로 내게 돌이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건네주었다.
"칩을 삽입하면 돌이킬 수 없는데 삽입할까요?"
나는 아직 하루가 사랑스럽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낯설고 어색했다. 그러나 하루와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면 나는 하루를 사랑할 거라 믿었다. 하루의 입양 확인서를 작성한 그 순간부터 나는 하루를 사랑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하루는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내 눈에 가장 사랑스러운 강아지가 될 거다. 그때는 하루라는 존재 외에 내가 하루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는 존재하지 않을 거다. 나이 같은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거다. 이 믿음으로 나는 수의사의 질문을 공손히 밀어냈다.
수의사는 나의 품에 안겨 병원을 떠나는 하루에게 "넌 좋은 주인 만났다."라고 말했다. 기분이 좋았다. 한편으로는 '내가 정말 좋은 주인이 될 수 있을까?'하고 나에게 되묻는 책임감이 나를 들뜨지 않게 했다.
강아지의 시간은 사람의 시간보다 7배 빨리 지나간다. 하루가 사람이라면 40대 중반의 나이다. 하루가 밖에서 보낸 6개월을 사람의 시간으로 환산하면 3년 6개월이다. 내 품에 안겨 웅크린 자세로 자고 있는 하루의 모습이 작고 견고한 바위 같았다. 군데군데 검버섯이 피어 있는 바위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에 연민과 경이가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