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똥보다 더러운 나였다.
연차를 쓰고 차를 빌려서 하루 종일 나를 도와준 친구가 떠났다. 나는 한 손으로는 하루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패드와 사료, 약 등을 손가락들을 하나하나 사용해 위태로이 들고 있었다. 또 다른 손이 있었다면 현관까지 가는 길이 수월했겠지만 내게는 또 다른 손이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나는 이제부터 내 두 손으로 이 모든 걸 짊어져야 한다는 걸 실감했다. 무겁고 번거로웠다. 나는 하루와 그 밖의 짐들 그리고 나 자신을 집 안으로 끙끙대며 데리고 들어갔다.
나의 공간에 다른 생명체를 들여놓는 순간은 기대했던 것만큼 극적이지 않았다. 기존의 환경과 하루는 아직 조화롭지 못했다. 하루를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하루는 집안 이곳저곳을 킁킁대며 돌아다녔다. 하루의 발톱과 거실 바닥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평화로운 나의 공간을 뒤흔들었다. 불안이 내 마음에 쿵하고 내려앉았다. 바닥에 주저앉으려는 찰나 요란한 소리가 멈췄다. 하루가 거실 한가운데 자세를 잡고 똥을 싸고 있었다. 참 큼지막했다. 나는 그 큼지막한 것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저 똥은 지금부터의 나의 현실이다. 나는 이제 이 친구의 똥을 매일 치워야 한다. 나는 큰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었다. 하루의 똥은 생각보다 컸고 냄새가 심했고 나는 비위가 약했다. 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똥을 치웠다. 나의 공간에 똥이 침범했다. 나는 이제 하루와 타협해야 할 것이다. 하루가 가구를 물어뜯어도, 화분을 엎어버려도, 이불에 오줌을 싸도 화내지 않아야 한다. 강아지는 원래 그러니까. 나의 통제 하에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이 공간은 이제 내 명령이 아닌 하루의 마음대로 어질러질 수 있다. 나는 이 불확실성을 감내할 수 있을까.
내 머릿속은 정리해야 할 하루의 짐과 구입해야 할 하루의 용품들로 뒤죽박죽이 되었다. 하루가 다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현관으로 달려가 패드를 가져와 바닥 이곳저곳에 깔았다. 그리고 주저앉아 하루의 행동을 지켜봤다. ‘제발 바닥에 오줌을 싸진 말아줘.’
이곳저곳 킁킁거리며 돌아다니는 하루를 보고 있자니, 이 넓은 세상에 하루와 나, 단 둘만 덩그러니 던져진 것 같았다.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 나는 하루를 보살펴야 하고 나를 보살필 사람은 없다. 나는 하루와 나를 보살펴야 한다. 앞이 깜깜했다. 똥 한 덩이에 우는 내가 누굴 보살핀다고. 나는 교만했고 어리석었다. 감히 내가 누구를 구원한다고. 그 교만함에 대한 대가를 하루도 안 되어서 치르고 있었다.
하루가 패드 위에 자리를 잡는데 나는 아주 큰 감동을 받았다. 하루가 오줌을 싸는 모습을 보는데 내 마음에 안정감이 스며들었다. ‘아! 하루는 패드를 찾고 있었구나!’ 똥과 오줌을 해결한 하루는 하루를 데려올 때 가져갔던 이불 위에 앉아 있었다. 버리려고 중문 옆에 던져두었는데 그 위에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얌전히 앉아있는 하루를 보면서 잠깐이지만 ‘버려진 강아지는 버려진 이유가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한 나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하루의 똥보다 더러운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