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무해한 사람 - 최은영

t.A.T.u- All The Things She Said

by 우주


소외된 존재들을 다룬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대학원에 진학한 뒤 탈식민주의라는 개념에 흥미를 갖게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난 평소 나 자신에 대해 모순을 느끼는 지점이 많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 실린 작가의 고백처럼, 나 또한 의도의 유무를 떠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며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주제에 선함을 추구하는 것이 남들 눈에 우스워 보이지는 않을까, 작고 여린 것들에 이입하며 공감하기도 하는 내 행동이 악함과 동시에 약한 존재이기도 한 내 모습에서 비롯된 추잡한 자기 연민은 아닐까, 고민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앞뒤가 다른 사람을 보면 속이 끓는 이유도 그 사람들에게서 내 모습을 엿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일종의 자기혐오인 셈이다.

사실 '내게 무해한 사람'이라는 책제를 보고 훈훈한 내용의 소설이겠거니했다. '내게 무해한'이라는 언어에서 안락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은 내가 상상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먹먹한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책을 해설한 강지희 문학평론가에 의하면 '내게 무해하다는 느낌'은 타인의 고통을 알지 못하는 무지, 상대의 아픔과 외로움을 철저히 밀봉했을 때 내게 오는 안도와 행복이다. 따라서 '내게 무해한 사람'이라는 책제에는 그것들을 경계하는 작가의 서늘한 윤리의식이 담겨 있다. (내게 무해한 사람 中 해설 참조.)

해설을 읽기 전 나는 이 책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그저 동성애자, 가부장 구조 속에서 희생당하는 딸들, 사회적으로 규정된 강인한 남성성을 타고나지 못해 괴롭힘 당하는 남자가 주인공인 것을 보고 '아, 사회적으로 약자의 포지션에 있는 인물들이 나와서 무해하다는 거구나' 정도로 얕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해설을 읽고 나니 그러한 내 감상이 타인의 희생과 내가 타인에게 줄 수도 있는 위압감을 '동시에' 생각하는 서늘한 윤리의식을 담고 있는게 아닌 그저 트막한 공감. 즉 앞서 언급했듯 내 존재 자체의 면성을 깨닫지 못한 채로 약자에게 공감만 하는 일종의 자기연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겐 글을 쓰고자 하는 꿈이 있다. 특히 소외당한 존재들을 세상 한복판으로 끌고오는 발칙한 글을 쓰고 싶다. 라는 사람이 마냥 선할 수 없다면, 약한 대상이 아닐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해가 될 수밖에 없다면, 그 해악은 힘으로 타인에게 굴욕감을 선사하고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자들에게 향해야 한다고 본다.

https://youtu.be/t0KnuIGOb9I?si=Ud5eYUuQBSkpqkQ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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