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면 아버지 손을 잡고 동네 목욕탕에 갔었다. 어른들 틈을 비집고 들어간 온탕이 무척 뜨거웠던 기억과 두툼한 손으로 해주는 때 밀기가 너무 아파 가기 싫어했던 생각이 난다.
발개진 얼굴로 먹는 요구르트 한 병이 달콤한 추억이 되듯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함께
했던 목욕이 그리워진다.
이젠 나도 어느덧 가정을 꾸리고 두 아들의 아빠가 되었다.
어린이집 정문에서 들어가기 싫다고 울어서 당황했던 기억, 초등학교 입학식 때 순진했던 표정, 운동회 달리기에서 넘어졌다가 벌떡 일어서서 완주하는 모습들을 보고 대견했던 순간들
다행히 건강하게 자라주어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힘들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주말에 오름을 오르거나 산책을 갈 때면 물어보지 않아도 학교생활을 이야기하고
재잘재잘 말이 많던 큰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더니 점점 변해간다.
훌쩍 커진 키, 코 밑에 제법 자라나는 수염, 변성기에 접어든 목소리.
외향적인 변화야 그렇다 치더라도 살갑던 아이는 온데간데없고 대답도 건성건성, 행동도 느릿느릿 완전 딴사람처럼 행동한다.
한 번은 학원 문제로 엄마, 아빠와 얘기하다가 돌연 울음을 터트린다.
“착하게 살고 싶지 공부 잘하게 살고 싶지 않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환경이 바뀌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데 쉴틈이 없다.”
“사람은 인생에 힘든 시기가 있는데 지금이 그런 것 같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머릿속으로 정답을 수없이 떠올렸지만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해
조금 더 생각해보고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
사춘기라는 어감은 아름답다. 새싹을 틔우는 봄처럼 생각이 자라나는 시기리라.
아이의 의문이 다행스럽고 터트린 울음이 진실되 보여 좋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아름다운 청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의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어른이 된 나도 성장통을 겪고 있다. 직장인으로서, 노동자로서, 그리고 한집의
가장으로서 생각하고 후회하고 때론 웃기도 한다.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삶을 살아갈 수 있듯이 아이에게 어깨만 내어주면 될 듯하다.
간혹 힘들 때면 아버지의 두툼한 손과 마주 앉아 소주 한잔 나누고 싶다.
아들이 아비가 되었을 때 즈음 옛날이야기하며 술잔을 기울이리라.
너의 첫 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