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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기 Jun 01. 2020

치료하기-호흡

가끔씩 숨이 찬다. 속에서 끓는 기름 같은 게 식도 끝을 건드리는 기분. 아무리 조절해봐도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는다. 손발은 물론 온몸에서 땀이 흐른다. 척추골을 타고 흐르는 땀이 등허리를 타고 팬티 끝에 닿는 감촉이 든다. 그럴 때마다 숨을 쉬기가 힘들다. 코로는 숨을 쉴 수가 없고 입으로 후후 소리를 내며 겨우 버틴다. 무엇이 불편하고 힘들어서 그런지 파악할 수도 없다. 머리로 판단을 할 만한 상황이 아니게 된다. 이런 상황이 너무 심할 땐 약을 먹는 게 유일하다. 그조차도 삼사십 분 후에 몸이 조금 늘어진 기분과 함께 숨을 쉬게 될 뿐 온갖 피로가 몸을 덮는다. 왜 내 안에는 화마가 한 마리 뛰어다닐까? 왜 남들은 화사롭게 웃으며 걷는 거리에 나만 숨을 쉬지도 못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감긴다. 뭔가 억울하고 분했다.


시간이 흘러 내 상태가 꽤 나아져서 이젠 호흡이 가빠져 예전만큼 심하지 않다. 나름 요령이 생긴 건지 최대한 시선을 멀리 두고 일정하게 숨을 내쉬면서 안정이 빨리 찾아온다. 여전히 내 속에 있는 화마는 아직은 살아있는 듯 하지만 전처럼 활개를 치지 않는다. 아마 계속 같이 할 삶인 거 같다. 같이 살아야 한다면 같이 사는 법을 익혀야겠지. 우울한 것도 속이 뜨거운 것도 그냥 어쩔 수 없음으로 남겨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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