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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기 Jun 04. 2020

치료하기-취향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카페에서 즐겨마시는 음료는?

단골로 가는 가게는?

좋아하는 뮤지션의 다음 콘서트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흔쾌히 답을 적어 내려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우물쭈물 적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냥 사람들이 먹자는 음식을 같이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젤 적당하고, 음악은 멜론 이상을 넘어가 보지 못한 유형. 우울증에 걸리고 한동안 일도 쉬고 나를 위한 일들을 만들어 나가보려고 했을 때 좀처럼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카페도 좋아하고 사진 찍는 취미도 있지만 카페에서 무엇을 먹을지, 어딜 가서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아는 게 없었다. 그냥 취향을 흉내 내고 있었다. 진짜 내가 무엇을 원하고 바라고 좋아하는지 면밀하게 들여다보지 못하고 살았다. 내가 방치한 나의 삶은 사소한 취향조차도 만들지 못했다. 그런 삶이 행복하고 활기차지 못한 건 당연한 수순이다. 나를 위해 한 끼의 음식을 정성으로 먹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방안에 채워나간다. 그렇게 하루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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