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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기 May 07. 2020

치료하기-병원

우울증과 불안장애 병원 일지

대체로 사람들은 정신과 진료를 받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성적으로는 감기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본인이 진료를 받기 시작하면 드러내기 힘들다. 뭔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볼 거 같은 시선을 견디기 힘들어서인지, 사회적 편견 때문인지는 몰라도 말하기 힘든 건 사실이다. 나도 그랬다. 뭔가 부끄럽고 내가 아프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나는 무슨 행운이 따라준 건지 주변 친구들이 늘 병원에 갔다 왔는지 약은 챙겨 먹는지 물어보는 바람에 자연스레 우울증임을 고백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혹시 내가 허튼 행동을 할까 봐 인스타그램에 내가 우울증 치료 중임을 밝힌 것도 한 몫했다. 병원에 다니는 걸 드러내고 말고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꼭 죄스럽고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이 글의 제목이 <치료하기>인 이유도 누구나 다 걸릴 수 있는 병이란 걸 말하려 함이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특별히 성격에 문제가 있다거나 가정형편이 안 좋다거나 하는 생각들은 틀렸다. 실제로 병원에 가면 다들 멀쩡해 보이고 심지어 외적으로도 화려하고 멋진 사람들도, 바쁘게 업무 전화를 받는 환자도 있다. 그냥 정말 어쩌다 보니 우울했고 불안했으며 그 아픔을 치료받는 중일뿐 특별히 불행한 사람은 없다. 치료니까 당연히 약도 먹고 좀 쉬고 보양할 겸 좋은 음식을 먹고 이런 걸 하는 거다. 약은 내 기분이 더 일상을 유지하게끔 도와주고 잠들기 편안해질 뿐 치료는 의지를 갖고 임해야 한다는 것도 다르지 않다. 우울증과 불안장애 이름이 무섭지만 사실 별거 아니라는 걸 현재 가장 우울하고 힘든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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