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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기 May 06. 2020

치료하기-울기

잘 우는 법

우울증에 빠졌거나 우울감이 높은 사람들은 안다.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깊게 울고 싶을 때가 찾아온다는 것을.

사실 혼자 있을 때 까닭 없이 눈물이 나는 건 그나마 괜찮은데 일을 하거나 사람들 속에 있을 때 눈물이 솟아오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나는 종종 호흡이 가빠지다가 눈물이 흐르는 경우가 있었는데 사실 심호흡을 한다거나 아무 일도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자꾸 방안, 침대 위, 이불속 이런 식으로 좁고 나만 아는 공간 안에 숨게 된다. 사실 숨는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한 번은 울음이 터져 시원하게 울고 싶어 소리 내 울었는데 4시간을 울었다. 정말 쉬지 않고 눈물이 흐르고 이러다가 쓰러지겠단 생각이 본능적으로 든다. 4시간 후엔 모든 기력을 다 써서 또 계속 누워있고 개선되는 건 없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울어서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닌 그냥 눈물이었다. 딱히 숨을 일도 아니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그냥 호르몬 탓을 하며 대충 흘려버리고 말 일이었다. 그때는 그렇게 부끄럽고 힘든 일이지만 돌아보니 그렇다.

우울한 사람들에게 힘을 내라고는 못하겠지만 지금 모습 그대로도 그다지 이상한 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울어도 그만 안 울어도 그만이다.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힘들어하지 않길. 그때의 나를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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