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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기 May 11. 2020

치료하기-가족

가족이 모든 걸 이해할 순 없다.

약 1년의 시간 동안 가족들을 보는 것이 미안해졌다. 매일 방 안에서 불도 켜지 않고 드러누운 장성한 아들과 동생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도 편할 수가 없기에. 그래서인지 더 방 문을 열고 싶지 않았다. 딱히 감정의 골이 생겼다기보다 그냥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가장 긴 시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마음의 짐이 될 때가 많았다. 그렇게 알고 있으면서도 가끔 대화를 하거나 마주할 때 기분 좋은 대화를 하지도 못했다. 이유 같지 않은 핑계로 가족들 탓을 하며 악을 쓰고 대든 적도 잦아졌다. 가족이라고 모든 걸 다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닌데 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 고쳐지지 않는 모습들이 튀어나왔다. 사실 자라온 환경이 같은 누나들과 자녀 셋을 단신으로 키워 온 어머니 역시 우울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들도 맘 속 우울과 불안을 견디면서 오늘도 온 힘으로 웃음 짓는 게 아니었을까?


나는 누나들과 각별한 사이다.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각별해 가끔 여자 친구로 오해받는 정도로.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아니 지금도 나의 부모는 셋이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사랑을 덜 받고 자랐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아프고 힘들었던 건 엄살이었을까? 사랑을 받는 건 갚아야 하는 일종의 부담을 남긴다. 물론 다 갚을 수 있다는 생각은 못하지만 바르게 살아야지 혹은 효도해야지 하는 식의 모습으로 발현된다. 내가 그랬다. 나로 살아야 하는데 자꾸 우리 가족이 과거의 모습처럼 힘들지 않게 살도록 내가 그런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족들은 내가 행복하길 응원하고 , 나는 가족들이 나로 인해 웃길 바랐다. 그 맘이 틀린 건 아니었는데 내가 어느 시점부터 지쳤다.


이제는 안다. 내가 행복하게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을 때 웃으면서 가족들을 마주할 수 있다. 나는 나의 행복에 책임이 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오늘 알차게 살고 행복하고 내일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자. 그렇게 생각하기까지 1년이 걸렸다. 다음 1년은 어떤 모습일까? 전에는 그게 무슨 대수일까 싶었지만 지금은 나의 1년은 나의 취향, 나의 선택, 나의 만족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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