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art piece shows perfect symmetry.
"그러니까 말해줘. 비가 오는 날 왜 달릴 수가 없는지"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나에게 비가 오면 달릴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납득시켜 주기를 요구한다. 나는 당연한 것을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할 때 쉽게 짜증을 느꼈다. 그것은 일종의 에너지 낭비이기 때문에 -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중요한 존재이므로, 고개를 삐죽 내민 짜증을 누르고 차분히 설명하려 노력했다.
"비가 오면, 젖잖아."
"젖으면?"
"옷을 갈아입어야 하지"
"갈아입으면 되잖아. 어차피 뛰면, 씻고, 옷을 갈아입잖아?"
나는 잠깐 말문이 막혔지만, 천천히 다시 말한다.
"길도 미끄러워."
"그리고... 산성비야."
그녀의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 그녀의 까만 눈동자가 나를 꿰뚫어 보듯 응시하고 있다. 그녀의 선명한 흑색의 눈은 투명하고 하얀 피부와 완벽한 대비를 이룬다. 까만 눈동자는 더욱 까맣게, 하얀 피부는 더욱 하얗게. 묘한 균형감이다. 나는 그녀의 눈빛을 읽는다. 그녀는 다른 그럴듯한 이유를 대지 않으면, 입조차 떼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신발도 젖잖아. 신발은 여간해선 잘 마르지 않는다고."
"운동화가 한 켤레밖에 없어?"
확실히 그렇지 않다. 신발장엔 신지 않는 운동화가 최소 두세 켤레는 있을 것이다. 나는 이내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참아왔던 짜증이 기다렸다는 듯 솟구쳐 올랐다.
"그래. 그럼 대체 비 오는 날 뛰어야 하는 이유가 뭐야?"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뛰어야 하는 이유가 뭐야?"
"뭐?"
"비가 오지 않는 날은 뛰어야 하는 이유는 뭐냐고"
나는 왜 달린다고 하였을까.
나는 왜 달리고 있는 거지?
왜 비 오는 날에는 달릴 수 없는 거야?
왜 맑은 날에만 달려야 하는 거지?
나는 이내 혼란에 빠졌다.
"뒤틀린 시간을 바로 잡을 시간이야. 네가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돼." 누군가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