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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Oct 11. 2023

옷에 몸 끼워넣기

참 고역이죠.

(이미지출처: 네이버뉴스) 어휴. 내 모습이죠.


체형이 남들과는 다르고 큰 탓에, 내 몸이 크다고 인정받기 시작한 나이부터 옷을 하나 사 입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몸에 옷을 맞추던 중, 고등학교 시절이야 정해진 가게에서 교복 하나 맞추면 운이 좋다면 졸업할 때까지 편하게 가면 되지만, 사실 중학생 때에는 하루가 다르게 크던 몸에 교복이 따라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를 포함하여 많은 친구가 아마 한 번 정도는 교복을 더 맞추었을 것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면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이 고민을 그냥 고난이요 고행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입으시던 옷을 물려받기도 했지만, 젊은 애가 아버지 옷만 입는다는 건 용납하기 어려웠던 어른들이 저를 데리고 가끔 옷집 탐색을 하곤 했습니다. 지금처럼 큰 치수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다 보니 치수가 없는 일은 비일비재했고 운이 좋게 하나 생겼다고 해도 영 내 옷 같지 않아서 난감했던 적이 많았기에 옷을 사주는 분이나 옷을 사는 저는 단단히 짜증으로 마무리된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런 고난의 행군은 결혼 후에도 지속됩니다. 그 당시에 비하면야 큰 체격의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정말 옷 고르기가 한결 수월해졌어도, 그 와중에 결혼 초반 옷을 하나 사려면 참을 인(忍) 몇 번은 고쳐 써야 옷 구매가 끝났습니다. 몸이 뚱뚱하니 돈 쓰는 일도 생각 같지 않네! 아내가 종종 하던 말입니다.          


 

옷도 옷이려니와 간혹 신발을 사던 일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발 모양이 예사롭지 않아서 볼이 넓고 발등이 높아서 한 치수 위의 크기를 고를 것, 되도록 끈을 묶을 수 있어야 할 것, 그런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에 당연히 선택의 폭은 좁아지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 남자들의 발은 왜 그리도 천편일률적으로 날렵하고 잘 빠졌는지, 거의 모든 신발이 예쁘게만 생겼습니다. 분명 우리나라 남자의 발 평균 모양이 있었을 테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모양의 신발이 출시되는 요즘에도 나이키같이 날렵한 모양보다는 약간 주걱 모양의 신발이 제게는 딱 좋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걸 맞춤으로 가면 좋을 테지만 며칠을 기다려야 하고, 가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평상복이나 평상화(平常靴)를 위해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예복이면 모를까! 기성복에 몸이나 발을 맞추는 시절을 살고 있습니다. 언제나 준비된 물건, 세세하게 그리고 촘촘하게 다양한 눈금처럼 준비된 옷이나 신발에 우리는 잘 맞추며 살아내는 중입니다. 사실 건강을 위해 살도 빼고 운동도 해야 할 테지만 원하는 모양의 옷과 신발을 위해서라도 다이어트까지 해야 버텨내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어릴 적 운동선수 생활하다가 그만둔 이후로 거의 모든 날을 큰 덩치를 유지하며 살아온 저는 단 몇 개월이나마 정상체중을 유지하며 지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기분과 느낌을 느껴보려고 무진 애를 쓰지만 들인 노력에 비해 그다지 성과는 좋지 못합니다. 더구나 나 혼자만 고생하면 덜 미안할 텐데 같이 사는 아내까지 고생이니 이것을 어떻게 보상해야 할지 참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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