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처럼 다가오는 묘한 매력
오늘은 핸드폰이 맞는 표현인지 휴대폰이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폰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딱히 스마트폰이 없으면 업무적으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하지는 못하지만 어찌하다 보니 새로운 폰이 출시할 때마다 들여다보고 따져보는 일이 습관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그까짓 스마트폰이 뭐라고, 그냥 전화되고 문자만 잘 가면 될 일 아니야? 삼성이면 어떻고 애플이면 어때?라는 지론을 가지신 분들은 그냥 쓸데없는 내용이려니 생각하고 넘어가 주십시오.
저의 핸드폰 관심의 시작은 옛날 Motorola의 스타텍인가 하는 폴더부터 시작합니다. 애초의 투박한 폴더형의 검은색 휴대폰을 보고 눈에 밟히기 시작했는데 드디어 두 번째 모델을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모든 게 세월이 지나면 구닥다리가 되고 추억이 되는 게 정해진 이치이지만, 만일 이 모델이 비슷한 모양으로 부활하면 새우깡처럼 자꾸 손이 가요, 손이 가, 노래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던 중 내 눈을 사로잡은 새로운 회사가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다름이 아닌 애플의 아이폰 3 모델입니다. 그냥 한마디로 예뻤습니다. 고속버스 옆자리에 앉은 한 여학생의 손에 쥐어진 검은색 아이폰은 나에게는 풋풋한 여학생의 손보다 더 귀티 나는 물건이었습니다. 이후로 저는 폰을 교체할 때마다 한두 번의 안드로이드를 제외하고 매번 아이폰을 선택했습니다. 거의 모든 숫자를 밟아본 듯합니다. 도중에 소니에서 나오는 폰과 블랙베리도 사용해 보았는데 한국에서 철수했을 정도면 대충 감은 오시죠?
이처럼 저의 스마트폰 역사의 대부분 아이폰과 함께합니다. 심지어 아들이 사용하던 아이패드도 나에게 와있고 생일선물로 받은 AirPod도 있습니다. 단지 맥북이나 iMac까지 구매하면 좋겠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가성비 좋게 내가 사용할 수 없을 듯하여 내내 망설이고 있을 뿐입니다. 업무상 구매하면 모를까,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라는 노래 가사처럼 되기가 쉬울 것입니다. 사실 애플에 대한 로망은 레지던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남들은 386, 486을 거론하기 바쁜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교수님 한 분이 논문 정리를 하시면서 그 유명한 매킨토시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멋질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젊은 날 가졌던 열정으로 특정 브랜드만 선호하는 뜨거움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남들이 비록 그건 네 착각이야! 할지라도 내 마음은 현재 그러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옆에서 아내는 계속 ‘줄을 서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국산 폰을 사라, 단돈 얼마라도 싸게 주고 살 수 있는 삼성을 사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하지만, 어느 날 내 손에 들려있는 건 여전히 아이폰입니다. 이유를 말하라고 하면 딱히 둘러댈 이유랄 것도 없지만, 묘하게 눈에 잘 차지 않는다, 그 정도일 뿐입니다.
가만히 보면 제 아내도 삼성 폰을 고집하는 이유도 생각 밖의 이유입니다. 오랫동안 천지인인가? 불리는 키보드에 익숙해서 아이폰의 자판이 너무 불편하다는 겁니다. 이쯤 되면 그냥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면 될 일입니다. 과연 이 두 회사의 판매량을 뛰어넘을 만한 제품이 나올 것인가?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한때 샤오미나 화웨이의 제품이 나름 돌풍을 일으킨 적이 있는데 최대의 관심사는 그 벽을 무너뜨리거나 뛰어넘느냐입니다.
이미 높은 금자탑을 이룬 분야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일은 여러모로 힘든 일입니다. 세상사는 일이 이래서 힘들고 고단한 이유가 되며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까닭이 됩니다. 소비자는 이런 경쟁 구도가 하나의 재미이고 선택의 다양성으로 이익을 보는 셈이지만 해당 업체의 직원, 특히 영업하는 부서라든지 더 나아가 경영주라면 처절한 강호의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고민하고 밤잠을 설치다 보면 이 또한 크나큰 스트레스일 것입니다.
우리 세대는 물론이요, 후대가 맞아야 할 훗날에는 아마도 지금보다 더 극심한 경쟁 구도에서 살아내야 할 테지요? 안쓰러운 일이지만 어차피 다가올 미래를 향해 응원의 힘을 더합니다. 그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