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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Oct 06. 2023

어떻게 해야

맛깔난 글을 쓸 수 있을까?

(이미지출처:초록여신 핑거쇼룸) 이 수많은 책이 다 내 마음에 있다면!


어제에 이어 재차 말씀드리지만 저는 졸업하고 여태껏 글을 제대로 써봐야겠다는 결심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애당초 어느 글자, 어느 단어로부터 시작하여 그 많은 분량의 글을 완성한다는 거 자체가 엄두도 나지 않았을뿐더러 내 머리와 가슴에서 솟아오를 만한 샘 자체도 없다고 확신하며 지내오는 중입니다. 어디에선가 책을 많이 읽으면 글이 잘 써진다길래 책도 읽어보지만 그야말로 아! 그렇구나, 이런 접근할 수도 있겠구나, 싶을 뿐 내 것으로 승화시키거나 기화시키지 못합니다. 이 문장을 겨우 완성하고 나니 언뜻 책은 많이 읽는가 보다,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그마저도 딱 오해라고 자신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야는 역사나 인문입니다. 그것도 세계사보다는 한국사, 그것도 조선이나 근대의 역사가 참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재미로 읽는 수준이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해 깊숙한 지식조차 없는 상태에서 관련 글을 조금이나마 풀어봐 달라 부탁하기라도 한다면 그 일은 곧 나에게 무턱대고 박사학위 논문을 써보라는 말과 동급입니다. 다행히 누구 하나 숙제나 리포트 마냥, 내 글을 걷어가는 일은 없는 걸 알기에 그나마 맘 편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어보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예전에 비하면 약간의 진척이라 볼 수 있으나 이상하리만치 자기 계발서나 소설, 시는 아직도 친하지 못합니다. 이 또한 고쳐야 할 편식임은 잘 알고 있습니다.     



글쓰기는 허가받은 글 도둑이라 하지요. 독서하다가 어느 한 줄 미려한 문장을 보면 어떻게 이런 문장이 나오지? 감탄은 물론, 나에게는 왜 이런 재주가 없나 싶어 아쉬워하는 것도 잠깐, 다음번 글을 쓸 때 어떻게든 하나 정도는 베껴보려고 애쓰는 나를 봅니다. 왠지 낯부끄럽기도 하고 대놓고 베낀 듯하여 웃음거리라도 되지 않을까? 걱정도 들지만, 어차피 도레미파솔라시도로 비슷한 멜로디 만드는 거랑 뭐가 다르겠느냐 싶어 조금은 뻔뻔해지기로 맘먹으니 조금은 편합니다.          


글을 잘 쓴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나만의 만족일까요, 아니면 남들에 의한 객관적인 평가일까요? 이런 고민은 펜을 잡는 순간 시작하는 의문일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나만 만족할 요량이면 고민 자체를 안 해도 될 일입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그 경우 내 글은 그저 고인 물에 불과할 뿐 내 안은 채워지지도 않을 것이며 그렇다고 흘러내지도 않는 그릇일 뿐입니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입니다만 푸념과 같은 이 글도 사람들 앞에 선을 보일 수 있을지, 아니면 그대로 폐기될지, 결정하지 못한 채 펜을 굴리고 있습니다. 유명한 말이죠. It’s not over till it’s over. 내 결심이 실행에 옮겨져야 끝난 것입니다.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니 말입니다.     



기왕 말 나온 김에 퇴근하고 근처 책방에 들러 볼 예정입니다. 온라인으로는 내용을 휘리릭 둘러볼 방법이 없어 발품을 좀 팔더라도 서점에 들르는 걸 더 좋아합니다. 책 좀 그만 사라는 아내의 잔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듯합니다. 그런데 속없이 콧노래가 납니다. 더 혼나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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