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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Nov 28. 2023

장로(長老)가 무슨 벼슬도 아니고!

어른 노릇을 해야 장로입니다.

(이미지출처:네이버뉴스) 깔뱅입니다.


교회, 특별히 개신교에 관한 이야기 꺼내는 게 심히 조심스러운 시절을 지내고 있습니다. 종교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재량하고 따지고 나면 그다지 후한 점수를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신앙이 없는 사람들이 쉽게 진입할 수 없고 이미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조차 그 자리를 떠나는 현실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돌아볼 일입니다.     


저는 소위 말하는 모태신앙이 아닙니다. 신자들이 자기를 소개할 때 늘 모태신앙을 먼저 이야기합니다. 마치 대단한 감투처럼 나타내지만, 엄밀히 말하면 신자인 엄마에게서 태어났다는 일종의 운명일 뿐 내 심령까지도 타고났다는 동의어는 아니지요. 신앙의 여러 가지 여정에서 이 모태신앙이라는 감투가 개인의 진보를 가로막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저도 신앙을 처음 가졌을 당시에는 모태신앙이 아닌 게 큰 걸림돌로 작용한 적이 있었지만, 이는 그저 내 자격지심일 뿐이요, 출신성분이 아님을 알기에 그 천박한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장로(長老)라는 직분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아시다시피 장로라는 직분은 한국의 주요 교단으로 자리매김한 장로교의 최고 직분입니다. 그래서인지 일단 그 자리에 오르면 개인은 물론이요, 그 가족에게도 대단한 영광입니다. 쉽게 말해 신앙의 정도를 인정받는 자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회의 행정에도 참여할 수 있고 교단의 총회에도 참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장로를 선거하는 과정에서 종종 무리수가 생기기도 합니다. 최고 위치에 대한 과도한 열망 때문이겠지만 세상의 직책이 아니니 그리해서는 안 된다는 이성의 끈이 미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실제 제 주위의 지인들도 소위 선거운동에 많은 잡음을 일으킨 경우를 보았습니다. 이게 뭐라고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데 한 번 감투욕에 눈이 멀면 그게 쉽게 안 되는 모양입니다. 그럴수록 사회나 직장은 물론 교회에서도 분별을 잘하여 표를 주지 말아야 하는데 세속의 경우와 똑같이 그런 사람이 당선됩니다. 아마도 기명(記名) 투표를 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종교가, 교회가 세속과는 다른 면이 있어야 한다는 기대와 대원칙에는 누구나 공감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알아야 할 일은 바람직하고 옳은 방향으로 달라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세상과 똑같거나 오히려 더 심하다면 그것은 성(聖)스럽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신앙을 가진 사람은 이처럼 그에 대한 책임감이나 무게를 견딜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이런 쓴소리를 하는 배경에 ‘장로가 되지 못한 분풀이’ 정도로 여기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아내와 장로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나왔던 걱정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 만한 위치인가? 또는 그럴 만한 신앙의 자격이 있는가?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항상 불편한 내용을 제기할 때마다 나오는 비판입니다. 제 생각에 이런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은 제반 문제점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굳이 자격을 논한다면 반듯한 자격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지요?     



세상이든 신앙이든 좋은 이야기만 하고 살아도 모자랄 인생이라고 할 테지만, 부조리나 악의 뿌리는 조그마할 때부터 잘라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이는 장로뿐 아니라 성직자 경우도 마찬가지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는 종교의 종류와 관계없이 항상 그래야 합니다. 종교가 맑지 못하면 세상에 소리칠 힘도, 자격도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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