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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Dec 28. 2023

다섯 가정의 소소함

끈끈함, 그 너머

(이미지출처:얌빠님의 블로그) 우리는 우리를 독수리 오 형제라고 부릅니다.ㅎㅎㅎ


비록 규모는 작아서 조그마한 모임이긴 한데 교회에서 만나 친구처럼 지내는 다섯 가정이 있습니다. 나이도 서로 비슷하고 아이들의 나이도 거의 같다 보니 순식간에 가까워진 이들입니다. 게다가 성경 공부를 매개로 만나다 보니 시간이 되면 소풍도 가고 여행도 다니면서 그렇게 정이 들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직장을 옮기고 사는 집도 이사하는 일이 생겨 교회가 서로 흩어졌지만 모임까지 흩어진 건 아니어서 일 년에 몇 번은 반드시 모이고, 경조사가 있으면 꼭 챙기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숫자로는 열 명이지만 요즘은 부득이하게 대면으로는 여덟 명밖에 모이지 못합니다. 한 가정이 아이들 때문에 미국으로 이사했기에 그렇습니다. 안정되면 다시 귀국한다고 했지만, 정해진 날은 없는 데다 아이들이 결혼 후 독립하여 미국 내에 정착하다 보니 거처가 미국이냐, 한국이냐, 결정된 바는 아직 없습니다. 요즘은 zoom이 있어서 다행입니다만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습니다. 자녀 결혼식을 국내에서 열어 두 번 방문한 이후로는 내내 이렇게 떨어져 지냅니다.     


서로 교인(敎人)이라는 공통분모를 빼면 모일 만한 꼬투리도 전혀 없는 친구들이올시다. 출신지도 다르고 출신 학교도 다르며 직업도 다른 데다가 이제는 서로 사는 지역도 흩어졌습니다. 누구 하나 이제는 그만 만나겠다고 뛰쳐나가도 이상할 거 하나 없습니다. 하지만 서로 지겹다거나 불편하다고 투정 한 번 부려본 적이 없습니다. 혹시라도 혼자 있을 때 각각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만나기라도 하면 웃고 떠드느라 시간이 아쉬울 형편이며 이는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서로의 연결고리를 위해 개개인의 생일 축하 문자를 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먼저 시작한 이 문자 축하는 이제 당연한 행사로 자리한 듯합니다. 음력 생일을 쇠는 분이 몇 분 있어서 날짜 맞추는 일이 조금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또한 열 번의 생일을 챙기는 일이 조금은 번잡하기도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민망한 일은 내 생일을 알리는 일입니다. 다행이라고 할까요? 내 생일은 아내가 챙기기도 하고 총무에게 살짝 바통을 넘기기도 하여 그렇게 우리 모임은 빛이 나는 중입니다.
 
 

각자의 환갑을 특별히 챙기다 보니 이제 두 명의 환갑만 남았습니다. 남은 이들의 환갑을 축하해 주는 내년 이후는 명실공히 우리는 육순(六旬) 모임이 되는 셈입니다. 세월이 유수(流水)와 같아서 언제 이리 나이를 먹었을까? 싶지만 따져보니 우리 나이 30대 후반에 처음 만났습니다. 그렇게 따지니 우리 만남도 30년 장년이 거의 되어 갑니다. 짧은 날은 아니죠. 부디 우리의 수(壽)가 다하기까지 계속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많은 게 좋은 것인가? 진실한 친구 몇만 남아도 족(足)한가? 서로 묻는 일이 생깁니다. 내 부모님께서는 내 친구가 박(薄) 한 데 대해 종종 걱정하곤 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나는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지만, 부모의 걱정은 오로지 하나인 듯합니다. 그렇다고 내 성격을 굳이 바꾸면서까지 실속 없이 숫자만 늘리기는 싫고 딱 이 정도의 숫자와 깊이면 내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마음도 서로 알고 정(情)도 이 정도 들면 되겠다 싶은데 정작 모임의 하나하나가 다 같은 마음인지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나는 남에게 어떤 사람일까요? 성품 자체가 남에게 베풀고 곰살맞게 대하며 따뜻하게 배려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타자(他者)와의 관계가 내 의도와는 다르게 흐르는 경우도 분명히 생깁니다. 그러면서도 “내 마음은 그게 아니야.” 우겨도 보지만 실제로 중요한 건 상대가 느끼는 감정이겠지요. 무뚝뚝함이 아니라 따스해지려고 노력할 요량입니다. 조금은 버겁기도 하고 힘도 들 테지만 노력하다 보면 습관이 되고 내 인격이 될 것입니다. 다른 건 다 떠나서 내 아내에게 먼저 인정받아야 할 텐데 그게 그렇게 힘이 드네요. 나로 인해 세상이 따스해지는 소망을 부려봅니다.
 
날이 참 춥습니다. 건강하셔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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