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욱곤 Apr 04. 2024

금년의 연수교육을 개시하며

다시 두뇌를 지식으로 채웁니다.

(이미지: 학술대회 배너입니다.)



2024년 3월 30일 토요일. 오늘도 소화기암 학술대회에 참석했습니다.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인 제가 뜬금없이 내과, 그것도 소화기 질환에 대한 교육이라니요? 예전에도 말씀드린 기억이 납니다만 의사라면 1년에 일정 시간 이상의 연수 교육이 필수이고 그 연장선입니다. 제 전공도 어느 정도 참석할 예정이지만 그 이외의 시간은 이렇게 타과(他科) 교육에 할애합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새로운 지침이나 치료 방침을 배우는 장(場)은 늘 설렙니다. 준비하여 발표하는 연자(演者)들의 압박감이 피부에 와닿을 뿐 아니라 정해진 시간 안에 전달하고픈 내용도 만만치 않음도 봅니다. 오늘도 주어진 시간 안에 정확히 끝내는 분과 살짝 넘기는 분이 있다가 보니 순번이 늦은 강연자는 늘 조바심이 날 법도 합니다.
 
 강의는 진행되는데 저는 이처럼 펜을 놀리고 있습니다. 귀로는 약물과 병의 상관관계, 질병의 기전, 예후, 치료 성적 등이 나열되지만 정작 제 눈과 손은 글을 쓰는 데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마 학부 시절 우리를 가르치시던 교수님들이 보시면 혼쭐이라도 날 일이지만 다행히 당시에는 노트필기에 집중하던 시절이니 실제 혼날 일은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이미 언급했다시피 오늘의 주제는 소화기암(癌)에 관한 내용입니다. 우리 몸은 머리카락을 포함한 털이나 손, 발톱을 제외한 모든 부위가 암에 노출될 수 있고, 어느 부위이든 불편 없는 곳이 없지만 소화기 계통의 암은 그 불편함이 의외로 큽니다. 비슷한 질병에 노출된 적이 있는 제 입장에는 오늘의 주제가 참으로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이렇게 타과(他科)의 강의를 듣다 보면 청강자(聽講者)의 입장으로 강의를 판단하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게 오늘의 대상은 이미 내과 전 과정을 수료한 전문의들이 대상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학술대회의 경우 저와 같은 비전공자를 염두에 두지 않기에 제게는 살짝 겉도는 느낌이 들지만 그럼에도 제 귀에 들어오는 강의는 강사의 전달력이 참 좋은 경우입니다.          


Second session은 일본인 교수 두 분이 강의했습니다. 젊은 분들인데 학문의 영역이 넓은 모양입니다. 재미있게 잘 들었습니다. 일본인 특유의 억양도 없이 영어로 잘 설명했고 좌장을 맡으신 일본 모 대학교 교수님도 유창한 영어가 참 부러웠습니다. 아마 한국인도 그 특유의 뉘앙스가 있을 테지요? 그게 귀여움인지 거슬림인지는 듣는 사람들의 몫일 것입니다.
 
 
 

 금년도 몇 시간의 연수 교육 강좌를 더 들어야 합니다. 언젠가 어느 목사님이 공개석상에서 다음과 같은 비아냥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의사처럼 세상에 편한 직업은 없어요. 한 번 면허를 따면 평생 가지고 가잖아요?” (그런 목사는요?)


 의사도 공부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시류에 뒤처질 뿐 아니라, 질병도 다양해지는 판에 환자에게 죄를 짓는 일입니다. 이제 무슨 주제로 공부를 이어갈지 생각 중입니다. 분명히 관심 가는 분야가 생길 거예요. 당연히 제 전공에 대한 강좌도 포함될 테고요. 덕분에 새로운 한 주를 맞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조롱도 병인양 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