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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May 02. 2024

별로 꾸고 싶지 않은 꿈

그럼에도 몇 번은 꾸게 되죠

(이미지출처:kr.lovepik.com) 이 정도 성적이 나오는 꿈이라면.


어제도 꿈을 꾸었습니다. 자면서 꿈 없는 날이 없을 테고 꿈의 소재도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니 아주 다양한 내용으로 펼쳐지는 일은 당연한 이치(理致)입니다. 그런데 굳이 오늘 꿈 이야기를 언급하는 이유는 바로 학창 시절의 시험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얻었다, 수석을 차지했다는 내용이 아니라, 내일 또는 심지어 시험 당일임에도 특정 과목의 공부를 1도 못했다는 내용입니다. 그저 ‘어떡하지? 어떡하지?’만 연발하다가 불쑥 꿈을 깨는 그런 꿈 말입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안도하며 다시 잠을 청하지만 그다지 유쾌한 내용은 아닙니다.
 
 좀 더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해당 과목의 대부분은 수학 아니면 대학 때의 내과학입니다. 두 과목에서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하루 몇 시간 벼락치기를 한다고 해결될 과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꿈에서도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만 합니다. 이렇게 얄궂은 꿈은 일 년이라는 기간을 놓고 따지면 두세 번은 꾸는 듯합니다. 하긴 얘들이 나를 애먹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거니 싶습니다. 가장 하기 싫었던 과목이었습니다. 과목의 중요도가 극상만 아니었다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미 내 맘에서 떠나보낸 과목이었을 겁니다. 마치 체육(體育)처럼 말입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졸업하고 나서도 아주 기본적인 셈에도 상당히 약한 편입니다. 문과 출신이라도 수학을 모르거나 등한시하면 안 되겠구나 싶은 게, 경제나 경영, 회계 세무 통계학 같은 전공 분야에 수학이 개입되지 않으면 참 힘들겠구나, 느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상품은 이율이 얼마다, 일 년에 아니 한 달에 어느 정도의 이자가 붙는다, 계산이 금방금방 되는 분들을 보면 내심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이 부분은 몇 % 인가? 구체적으로 얼마만큼의 금액이 나온다는 계산까지 척척 해낸다는 건 내게는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과목에 시험공부까지 안 했으니, 꿈속에서라도 식은땀이 난다 해도 믿을 판입니다. 심지어 어느 날에는 빨리 이 꿈에서 깨어야 할 텐데 왜 이리 눈이 안 떠질까? 걱정하다가 깰 정도이니 이쯤 되면 그 중압감 자체가 보통 일은 아닙니다. 내과학은 다른 분야보다 심장학이 제법 힘들었습니다. 대개 심장 크기가 자기 주먹만 하다는 데 공부의 무게는 자기 몸무게를 훌쩍 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요즈음 내가 이렇게라도 내 몫을 하며 사는 데에는 보이지 않은 우리 주(主)님의 손이 나를 이끌었다고 해도 거짓은 아닐 것입니다.
 
 하긴 세상을 살다 보면 어떻게 좋은 것만 취하며 산단 말입니까? 음식도, 내 몸이 좋은 것들이 맛까지 좋다면 얼마나 불공평한 일인지요. 공부가 그러합니다. 분명히 중요한 과목이지만 재미는 드럽게 없단 말입니다. 친구나 동기들 중에 서로 다른 점이 있다면 좋아하고 싫어하는 과목이 각자 다르다는 점뿐일 겁니다. 서로의 성향 차이이겠지요. 생김새가 각자이듯 이 또한 각양각색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내 입맛대로, 내 취향대로 인생을 경영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기 싫더라도, 재미없더라도 해야만 하는 많은 일들이 내 앞에는 많습니다. 그런 일들과의 괴리감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오죽하면 꿈에서도 나를 따라다닐까요? 꿈을 안 꿀 수는 없는 일이지만 꿈에서조차 조바심을 내고 소리 지르는 일은 없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꿀 같은 잠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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