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가요는 정말 건전한가?

왜 하필 건전이냔 말이야!

by 김욱곤
다운로드.jpg (이미지출처:네이버) 이렇게 모음집도 있었군요.



80년대 한창 팝이나 가요에 꽂혀있던 시절, LP나 카세트테이프를 하나 사면 공통점이 하나가 있었습니다. B면 맨 끝 곡은 반드시 건전가요로 마무리한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곡이 수록된 것도 아니요 기껏해야 몇 곡 정도에서 발췌된 정도였지만 그 누구도 이 곡을 제대로 듣는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혹, 음반을 낸 해당 가수가 불렀을까? 궁금한 마음에 들어보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건전가요가 다 그렇듯이 몇 가지 곡이 돌고 도는 수준이고 정부에서 홍보용으로 제공한 음원을 그대로 수록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나의 조국, 아! 대한민국, 어허야 둥기둥기. 아름다운 우리나라, 시장에 가면. 이런 정도의 곡입니다.


애써 발매한 음반에 굳이 수준도 낮은 이런 곡을 어떤 생각으로 왜 껴 넣었는지 대강 짐작은 합니다만, 지금 생각하면 이처럼 허접한 곡을 포함했음에도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은 거금을 들여서라도 어떻게든 마련하는 젊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턴테이블은 대부분 건전가요의 바로 앞에서 멈추었습니다.



건전가요의 대미는 아마 정수라가 부른 ‘아! 대한민국’ 일 겁니다. 이 곡의 작사가인 박건호는 애초에 좋은 의도로 가사를 지었다고 밝히고 이상적(理想的)인 국가에 대한 본인의 바람을 솔직히 쓴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본인의 생각과는 달리 정권은 그 노래를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활용을 한 경우에 속합니다.


이후 MP3가 보편화되고 싱글앨범의 발매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건전가요의 강제 수록은 자연스레 사라졌습니다. 건전가요는 이제 군가 정도에서나 남아 있을 뿐 시중에서 상업적으로 발매되는 음반에는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무늬만 건전가요인 정책성 가요는 이제 없어진 셈입니다.


건전가요의 뿌리는 일제의 전시(戰時) 체제 당시 식민지 지배 정책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노래를 통제하고 의식을 고취한다는 목적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 우리의 대중문화는 암흑기를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심의를 거쳐 통과한 노래만 발표되고 그 외 수많은 금지곡이 양산되었으며 활동 금지된 연예인도 많아서 그로 인한 대중들의 갈증은 갈수록 심해진 셈입니다.


최근 들어 과연 다른 나라에도 건전가요라는 형태의 정책을 펼친 나라가 있었나 찾아보았더니 중화민국(타이완)의 ‘중화민국송’이라는 노래가 있었으며 이외 ‘매화(梅花)’, '국은가경(國恩家慶)'이라는 노래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예상대로 북한, 중국, 舊 소련 등이 이를 적극 활용했다 전합니다. (참고: 나무위키)



과연 건전가요의 기능은 무엇인가? 한 번은 생각해 볼 일입니다. 그저 한 시대를 풍미한 광풍(狂風) 같은 유행이었다 할지라도 과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향기를 남겼는가? 답이 그다지 그리 긍정적인 건 아니라 할지라도 곰곰이 생각해 볼 여지는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무엇이 명곡(名曲)이고 무엇이 명작(名作)이며 선(善)인가?


그에 대한 답은 건전가요라는 허울뿐인 장르가 만드는 게 아니요, 어느 유명한 작사가, 작곡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다고 될 일이 아니며, 나라에서 강압적으로 장려한다고 하여 될 일도 아닙니다. 나, 너, 그리고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이 있어야 하고 대를 이어 들어도 그 감동이 없어지지 않을 정도는 되어야 名曲이고 名作이고 大作이고 善 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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