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언제 봤는데?

덕이 있느니, 없느니 니가 판단해?

by 김욱곤
다운로드 (1).jpg (이미지출처:법무부 저스티스 서포터스) 요즘은 덕이 있으십니다로 접근합니다.



출퇴근길에 차가 필요 없는 곳에 이사하다 보니 아침저녁 걸어서 오고 가는 길이 참 새롭습니다. 근 일 년 반을 그리했으니 그다지 짧은 기간도 아닙니다. 젊을 때는 걸어 다니는 일이 그냥 예사로운 일이었는데 차를 쓰면서는 차가 예사로운 일이 되어서 걸으면서 느끼는 정서를 잃은 지 제법 오래입니다. 이렇게나마 다시 찾은 낭만을 오래도록 유지하려면 내내 건강해야겠다, 결심하는 중입니다.


출근이야 워낙 일찍 나오다 보니 그럴 일은 거의 없지만, 요 며칠 무심코 퇴근길을 걷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일이 종종 벌어집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일은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다가오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못 알아보나? 싶었지만 역시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다짜고짜 내게 "덕이 있으십니다" 또는 "덕이 많아 보이십니다"로 시작하는 대화는 말을 거는 사람이 달라도 거의 똑같습니다. 이번 주만 해도 벌써 두 번째입니다.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류(類)의 덕담을 자주 들으며 살았다면 모를까, 생전 처음 듣는 이런 덕담 뒤에는 분명 바닥에 깔린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소문이다 보니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모르겠지만 특정 종교단체의 포교 활동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거의 그쪽으로 추측할 뿐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일방적인 덕담은 물론 그 이후에 펼칠 이야기에 저는 아예 관심이 없습니다. 돌아다니면서 소기의 목적을 얼마나 달성할지 저는 모르지만 단 하나, 열심히는 한다. 그 정도입니다. 그러면서 내 마음 깊숙한 곳에는, 저들에게 종교란 무엇이고 신념은 무엇인가? 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방법과 목표 등등 사는 것이 여러 방면에서 이처럼 다양합니다. 하긴 사는 방식이 정해진 틀에서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재미없을까요? 하지만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만약 이들의 종교와 신념이 사람들을 옳지 않은 곳으로 데려간다면 세상은 어찌 될 것인가? 이곳저곳에 ‘나는 신이다.’ 실사판이 재현되는 것인가? 이 명제는 기존 수천 년간 종교로 진리로 이어온 거에도 똑같이 적용될 것입니다. 그래서 종교나 진리가 스스로 “답지” 못하면 이렇게 다른 뿌리가 생기고 이단이 생기며 그 줄기가 흥왕합니다.


살면서 인간에게 필요한 건 무엇이 있을까요? 진리, 사랑, 빵, 신뢰 그리고 신(神)? 우리가 빵에 집중하면 사람들은 그들을 완전하지 못한 속물로 몰아붙이며 내면의 것만 추구하면 배가 고픕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의 정신세계는 점점 피폐해집니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가장 이상적인 삶이라면 진리를 추구하면 할수록 급여가 높아지고 연봉이 높아지는 것일 테지만 인간의 본성대로라면 그들은 곧 타락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론이 없는 주제로 또 시간만 보냈군요. 남들이 나를 보면 그저 고리타분한 중년으로만 여기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360도 돌아보면 내게 추함도 있겠지만 경륜(經綸)도 있고 지혜도 있고 약간의 백치기도 있고, 하지만 예전 그랜저 광고 내용처럼 '그대, 잘 살아오셨군요' 정도의 칭찬을 한 번쯤은 들으며 지내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시간이 조금 더 들더라도 약간 돌아서 퇴근할 심산입니다. 거기에는 꽃도 있고 600년을 살아 낸 느티나무도 있고 풀도 있고, 사람 사는 냄새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들을 만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덕분에 눈과 코와 마음이 호강을 누려보라는 내 배려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그동안 잘 살아내셨습니다. 잘하셨습니다. 내가 받고 싶은 인사, 여러분께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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