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꼭 마셔야 하나요?

저는 정말 못 마시는데!

by 김욱곤
(이미지출처:네이버) 색깔은 참 곱지요. 맛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저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마시지 않는 게 아니라 못 마시는 것입니다. 아는 분 중에는 제가 개신교인임을 알기에 종교적인 신념 때문이냐고 물으시지만 그렇게 거룩한 이유는 아니고 그저 몸에서 받지 않아서입니다. 어느 술이든 컵의 크기와 관계없이 한두 잔만 입에 들어가면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할 뿐 아니라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심하면 파랗게 질리기까지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무서워서 아예 마시지 않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아마도 알코올분해효소가 부족해서일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잘되었다고 생각하며 삽니다. 술에 대해 그다지 애착도 없을 뿐 아니라 혹시라도 내게 숨겨진 주사(酒邪)라도 있다면 그 또한 난감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술로 인해 이차적인 건강 이상까지 생긴다면 그것도 사실 감당하기 힘든 일입니다.


대학 입학 후부터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사실 많은 오해와 비난도 받았습니다. 술자리가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해 준다는 믿음이 팽배하던 시절, 저의 행동은 상대를 싫어한다거나 만나기 싫어하는 심산으로 보이기도 해서 몇 번의 해명이 지칠 만하면 결국 친분이 끊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술은 내게 일종의 애증입니다.


이처럼 음주를 안 한다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만큼은 집단의 일원이 되기를 포기한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기회, 계약을 맺는 매개체 또는 보답, 때로는 크고 작은 범죄의 배후에는 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돈을 벌려면 술로 장사를 하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요즘이야 어디 그런 일이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그런데 가만히 보면 건강을 잠식하는 큰 원인 중에 이 술이 또 한몫합니다. 술로 건강을 해치려면 하루 이틀의 음주로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도대체 술이란 이렇게 나쁘기만 한 것인가? 포도주가 우리에게 좋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서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들은 술의 장단점을 거의 꿰뚫고 있지만 정작 중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술의 해악 뒤에는 조절 능력의 장애가 그 원인일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마시면 적당히 기분이 좋아지고 몸의 피로도 어느 정도는 풀리지만 딱 거기에서 멈춰야 하는데 사람의 욕심이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결국은 탐닉하게 됩니다. 그것이 문제입니다. 실제 인턴 생활하면서 보았던 알코올 의존 환자, 그로 인해 이차적으로 뇌의 병변이 생긴 환자를 보면서 내내 안타까웠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날이 더워지거나 맘에 맞는 사람과 만나면서 시원한 캔맥주를 딸 때 터지는 취~~~ 소리가 너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어차피 마시지 못할 걸 알기에 언젠가 제 지인이 배려해 주어서 무알코올 맥주 맛 음료를 준비해 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로 인해 같이 즐거워하고 술의 맛도 느꼈던 귀한 추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좋은 기억과 추억은 술이 있고 없다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자리에 술이 없음을 탓하며, 그 자리에 술이 있다면 그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을 탓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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