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성이시군요.^^
우리나라의 성(姓)은 대부분 한 글자의 단성(單姓)입니다. 아마 중국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두 글자로 된 복성(復姓)도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복성에는 남궁(南宮), 독고(獨孤), 동방(東方), 사공(司空), 선우(鮮于), 제갈(諸葛), 황보(皇甫), 서문(西門) 씨 등이 있습니다.
실제 주변에서 복성을 가진 분을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단성(單姓)에 익숙해진 분위기 속에서 성과 이름이 합쳐 네 자이면 우선 관심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실제 배려인 듯 배려가 아닌 일이 초등학교 문제지에서 종종 일어났는데 이름 쓰는 칸에 세 개의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름이 세 글자 이상의 아이들 질문이 한결같았습니다. 칸이 모자라는데 어떡해요?
중학교 1학년 때 수학 선생님이 새로 부임하셨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선생님이셨는데 수업을 처음 들어오시자마자 칠판에 또박또박 본인의 이름을 한자(漢字)로 적어주셨습니다. 그런데 앗! 4글자입니다. 그날 저는 세상에 남궁 씨라는 성이 있구나. 처음 알았습니다. 인생 열 몇 살이 되어서야 마주한 복성인 셈입니다.
이쯤 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라도 제 이야기를 하나 해 드려야겠습니다. 제 집안에도 복성이신 어른이 한 분 계신다는 점입니다. 아니! 어찌 그 나이가 되어서까지도 몰랐단 말이야? 하셔도 참 변명할 수 있는 적절한 대답이 없습니다. 각설하고 제 증조할머니께서 다름 아닌 남궁 씨이셨습니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수학 선생님이 처음이 아니요, 가장 가까운 집안 어른이 복성이셨던 걸 몰랐던 셈입니다.
중 2가 되면서 저는 또 한 명의 복성을 만나게 됩니다. 어느 따스한 봄날 교실 밖에서 만난 중 3 선배의 성이 바로 서문(西門) 씨였습니다. “어? 형. 형 성이 서문이야?” 이미 수도 없이 같은 질문을 받았는지 그 형은 그냥 웃음으로만 대답하고 내 옆을 지나갔습니다.
하긴 세상을 살면서 당사자가 느낀 불편함이랄까? 부담감은 상당했을 것입니다.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이 세 글자의 이름으로 살아가기에, 불편감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려 그 부모님 중에는 부득이 자식의 이름을 외자로 짓는 경우도 많았을 것입니다. 과거 장관까지 역임한 분 중에 사공일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의 이름은 공일이 아닙니다. 일입니다. 성이 사공(司空) 씨이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별일도 아니지만 조금씩 다르다고 하여 보편적인 생활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는 일은 의외로 많습니다. 하지만 어느 면에서 보면 이 또한 하나의 공격일 수도 있으며 차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가져온 터입니다. 백제나 고구려 일부는 복성도 제법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만일 우리에게도 그들의 관습이나 유물이 전해 내려왔다면 복성으로 인한 불편은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우리나라의 성씨는 얼마나 되고 무슨 한자(漢字)를 쓰고 있는지 궁금해서 둘러본 적이 있는데 과연 다양한 성씨들이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서양의 경우 이름의 폭이 좁은 대신에 성씨, 즉 last name의 폭은 훨씬 다양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 반대로 이름이 다양한 대신 성씨는 그 폭이 한정적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마도 핏줄 즉 혈연의 개념이 강해서 그렇다는 설명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과연 내가 알고 있는 족보는 과연 믿을 만한 것인가? 도중에 새로 만들어졌다든지 아니면 변조되었다든지 아니면 그야말로 순수한 것인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과연 나에게 수로왕(首露王)의 피가 대대로 내려와 조금이라도 흔적이 남아있나? 의문이 남는 것도 사실이지만, 설령 내 족보가 위조되고 변조된 것이라 할지라도 수많은 세월을 내려오는 동안 조금도 오염되지 않고 순수하게 나에게까지 내려왔으리라는 기대는 아예 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합니다. 나라는 사람의 DNA 속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역사와 이야기가 녹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