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제 아무리 예쁘다 한들

너는 그냥 마우스니라!

by 김욱곤
다운로드.jpg (이미지출처:wkorea.com) 미키는 이렇게 귀여운데.....


수술실의 복도, 특히 통제구역 밖에 있는 복도에 제 방이 있습니다. 그 복도로 오고 가는 사람이 제법 있을 뿐 아니라 수술에 필요한 물품이 들어오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생각보다 혼잡하다면 혼잡한 장소에 자리한 셈입니다. 하지만 수술실이라는 장소의 특성상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구역은 아니고 수술 환자들이 다니는 출입구는 다른 구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상상하는 것처럼 그다지 불편하거나 시끄럽지 않습니다.


어느 평범한 오전입니다. 말씀드린 그 복도에서 느닷없이 아주 고음의 비명이 들렸습니다. “꺄악~~” 수술실에서 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소리에 놀라서 나간 복도는 너무나 평온했습니다. “환자에게 무슨 일 생긴 거야?” “아니요.”



상황은 의외로 어처구니없는 일로 인해 야기된 것이었습니다. 수술실 도구를 담은 종이상자가 모서리에 조그맣게 파손을 입은 채로 도착한 모양입니다. 그걸 검수하던 직원이 “뭐지? 쥐가 파먹었나?” 그 말 한마디에 쥐를 극도로 싫어하던 간호사가 그만 단발의 고음을 발사했던 것입니다.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하긴 쥐를 싫어하는 사람이 현실적으로 엄청 많을 것입니다. 저부터도 가장 싫어하는 동물이 무엇이냐 물으면 주저하지 않고 두 종류를 댑니다. 다름 아닌 쥐와 뱀입니다. 심지어 그림이나 모니터로 보는 것조차 싫습니다.


저는 어릴 적 ‘쥐를 잡자’라는 표어와 포스터가 난무하던 시절을 보냈습니다. 실제 창고나 시궁창에는 재와 비슷한 색의 쥐들이 활개를 치며 다녔고 제 선배까지만 해도 쥐꼬리를 모아 오라는 과제가 주어질 정도로 쥐의 폐해는 심각했습니다. 질병을 옮긴다, 곡식을 축낸다는 이유이고 번식력까지 좋은 쥐들은 집의 천장에서 운동회를 열 정도였지요.





하지만 이런 보편적 관념에 일대 변혁이 생기는 계기가 생기는데 바로 미키마우스의 등장입니다. 실제 1920년대에 탄생한 미키마우스는 우리나라에 전쟁 후 미국문화의 확대 그리고 TV의 보급에 힘입어 전국에 들불과 같이 유행을 얻게 됩니다. 초창기 다소 괴상했던 캐릭터를 조금씩 손보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월트 디즈니사를 거대한 회사로 등극시킨 대표적 캐릭터를 자리매김합니다. 실제로 일부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 쥐 사주세요. 집에서 키우게요.”라고 부탁할 정도였다고 하지요. 이쯤 되면 쥐의 이미지 변신에 큰 기여를 한 셈입니다.

미키마우스가 관심을 더 얻게 된 배후에는 월트 디즈니사의 저작권 소송과 일련의 소동도 일조했을 겁니다. 이는 다소 민감한 문제이기에 더 이상의 언급은 자제하겠지만 오죽하면 무인도에 고립되었을 때 디즈니사를 이용하면 저작권 때문에, 무인도까지 찾아와서 구해 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았을까요. 월트 디즈니사의 가치는 이쯤 되면 어마어마하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사실 미키마우스에 대항할 만한 메가톤급의 캐릭터는 거의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애니메이션의 강국으로 부상한 일본이 자랑하는 캐릭터가 몇 있기는 하지만 디즈니의 아성을 함락하기에는 조금 힘에 부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제아무리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가 그 귀여움을 뽐낸다 해도 실제 쥐가 혐오스럽고 싫은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는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쥐에게 엄청난 반전이 생기지 않는 이상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글을 정리하는 이 순간에도 내 옆에는 쥐가 한 마리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는 업무를 볼 때마다 딸깍거리며 쥐를 주무르는 만행을 저지르며 지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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