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던 과목, 너마저도.......

나이 들면 다 자양분이었구나!

by 김욱곤
다운로드.jpg (이미지출처:yes24.com) 보기만 해도 지끈거리는 수학문제.


중, 고등학교 아니 조금 더 빠른 친구들에게 좋아하고 싫어하는 과목을 고르라면 대략 몇 개의 과목으로 압축됩니다. 모든 과목이 호불호의 대상이 될 거 같지만, 사실 게 중에 수위(首位)를 차지하는 과목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지요. 저부터도 좋아하는 과목이 몇 개 되지도 않았을뿐더러 그저 다른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았을 뿐 정말 좋았다. 그저 너였기에 그냥 좋았다. 하는 과목은 없었습니다. 최소한 좋아하는 과목만큼은 절대평가의 기준은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선생님이 좋아서!라는 이유는 귀여운 이유에 속했고, 간혹 가물에 콩 나듯 특정 과목이 너무 좋아서 대학도 그 전공으로 가 주어야 소위 찐 팬으로 인정받을 정도입니다.


저요? 저는 4과목 정도를 싫어했습니다. 으뜸은 물리요, 다음은 수학이며 그다음은 화학이고 체육도 만만치 않게 싫어한 과목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3개의 과목은 싫어하는 과목에서 어느 정도의 순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남학생에게 체육은 사실 좋아하는 과목의 비중이 더 높을 터, 의외의 선택일 수도 있겠습니다. 만약 입시와 밀접한 과목이 아니었다면 이미 포기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얼마나 되었을까요? 아마 전공의 시절이지 싶은데 우연한 기회에 수학의 정석을 풀고 있는 한 학생을 본 적이 있습니다. 수학의 정석이 아직도 대세구나 싶은 반가운 마음에 풀고 있는 문제를 본 순간,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학교 다닐 때 분명 본 문제인데 너무 생소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어떻게 풀어야 하지? 풀이 과정이 왜 하나도 기억이 안 나지? 그랬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었습니다. 당황스럽기보다는 내가 이 문제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이었습니다. 아~~ 내가 바보가 되었구나. 싶고 졸업한 지 몇 년이나 됐다고 이걸 잊어버리다니! 싶으니 식은땀이 쭉 흘렀습니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시험에 대한 꿈이 서너 번 기억이 납니다. 의사국가고시나 전문의 자격시험같이 중요한 시험이 내일인데 막상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아 허둥대다가 깬 적이 있습니다.



지금 내 앞에 인수분해, n차 방정식, 미분 적분을 풀어보라 하면 저는 단 하나도 풀지 못합니다. 화학도 그렇고 물리도 그렇고 당시의 문제를 주며 풀어보라 하면 아예 손도 대지 못할 것입니다. 나이 들어 이렇듯 하나도 기억하지 못할 것을, 왜 그리 열심히 배웠나? 싶지만 당시에는 이 내용들이 그다지 어렵지도 않았을 테고 분명히 머리 회전에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다행스럽게도 당시에 상대적으로 재미있었던 국어나 영어, 음악, 미술 등은 여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영어는 의대 다닐 때부터 없으면 안 될 필수언어에 속했습니다. 마치 옛날 한자(漢字)가 차지했던 부분을 요즘은 영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내 삶에 꼭 필요한가? 싶은 것들도 지나 보면 내게 알게 모르게 귀한 자양분으로 작용합니다. 내가 싫어하고 심지어 어느 시점에 기억하지 못한다. 하여 내 인생에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단정하지 못합니다. 아마 내 자녀들도 또 그다음 세대도 입맛에 맞는 과목, 싫은 과목들을 견뎌내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겠지요. 그것이 국영수(國英數)이든 예체능(藝體能)이든 간에 내 앞길을 닦아주는 역할을 한다면 필요 없다며 팽개치지 못합니다.


내가 싫어했던 과목들을 가르치는, 그리고 가르치셨던 선생님들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감사를 전합니다. 여러 선생님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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