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다는 것, 젊게 산다는 것.

이질적이지만 가능하기는 할까요?

by 김욱곤
다운로드.jpg (이미지출처) 일러스트레이터 노콩. 애잔하고 아리한 모습. 곧 우리의 모습입니다.


4~5년 전 퇴근길의 일입니다. 평소 출퇴근에 시외버스를 이용하던 저는, 대부분 직장에서 터미널까지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이동하는데 그날따라 수술이 조금 늦어져 택시를 타고 터미널에 가기로 맘먹었습니다. 택시 호출 앱으로 택시를 예약하고 배정받고 나니 그제야 승하차장 주변의 상황이 눈에 들어옵니다.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고 택시 번호판을 확인하며 자기가 호출한 택시에 올랐습니다. 때마침 제가 호출한 택시가 도착하여 탑승하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저 앞에서 벼락같이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언제부터 내가 먼저 왔는데 왜 젊은 놈들이 먼저 올라타고 지랄이야, 지랄이. 70 중반을 훌쩍 넘기셨을 법한 노부부이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탄 택시는 이미 출발했고 택시 뒤로 바라본 노부부는, 허탈한 표정과 함께 우리를 원망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그렇게 여러 대의 택시를 흘려보낸 게 확실합니다. 행여 병원 앞이 목적지인 택시가 와서 손님을 내려준다면 모를까, 그렇게 맥없이 빈 택시만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너무나 짠했습니다.




세월이 좋아졌다고 말하지만 스마트폰을 활용하기 힘든 노년층은 이런 서비스의 혜택을 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시골이나 지방 소도시에 살다가 대처에 들르신 분들의 어려움은 직접 보지 않아도 쉽게 예측이 가능한 일입니다. 설령 자식들이나 손주들이 와서 당신 폰에 앱을 깔아드린다 한들 그 어르신들이 활용할 줄 모르니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목적지로 가는 동안 기사님과 그 상황을 두고 내내 주제 삼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운 좋게 지나가는 빈 택시를 잡으면 모를까 사실 기사님들의 입장에서도 호출 앱의 도움에 먼저 손이 가기 마련입니다. 그런 앱의 도움이 없으면 공차로 주변을 도는 일이 무척 힘들 뿐 아니라, 연료의 소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이래저래 노년층의 어려움은 점점 가중될 뿐입니다.


뭔가 획기적인 방안을 찾는 게 급선무일 듯합니다. 이 상황에 대해 아내와도 대화를 나눴는데 시기가 언제냐? 일 뿐 우리에게도 충분히 닥칠 일일 것입니다. 지금의 마음으로야 나는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지만 지금의 노년들도 내 나이에 그런 패기로 똘똘 뭉쳐있었을 것입니다.




그 부부는 결국 어떻게 어떻게 택시를 잡으셨을 테지만 가는 길에도 얼마나 화가 나셨을까요? 속절없이 엉뚱한 사람을 먼저 태우고 간 택시며, 어른도 몰라보고 자기들이 먼저라고 앞차를 타고 간 젊은 녀석들이며, 이렇게 나이 먹고 서러움을 당하는구나 싶은 허무함, 그렇게 치밀어 오르는 화부터 삭이느라 무척 힘이 들었을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이나 통념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선진사회라 말을 하는데 과연 우리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우선 나부터 그런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너무 당황스럽고 서글플 듯합니다. 내가 벌써 그 나이가 되었나?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렇게 없단 말인가? 싶어 만감이 교차하겠지요.


지금 만약 그때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분들에게 택시를 잡아드렸을 겁니다. 지금의 이분들은 미래의 내 모습이기에 그렇습니다. 고향의 양가 부모님이 생각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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