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에 처음 입학하면 친구들이나 주변의 최대관심사 중 해부학실습에 관한 질문이 의외로 많습니다. 아는 선배들은 우리에게, 실습 도중 아예 의대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말로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습니다. 의대 동기들조차 그런 걱정을 조금씩은 안고 예과 시절을 보냈던 듯합니다.
우리 학교는 의대, 치대, 한의대가 모두 한 캠퍼스 안에 있기에 실습용 시신을 확보하느라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졸업정원제가 처음 시행되던 해인지라, 전년에 비해 30%의 학생들이 더 입학한 상황이기에 그 어려움은 전년에 비해 더했다고 하셨습니다.
처음 해부학 실습실로 입장할 때는 정말이지 형언하기 어려운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위령제도 올리고 처음 비닐을 갈랐을 때의 첫 느낌은 그야말로 숨이 멎는 듯하다는 말이 가장 정확할 것입니다. 쾌쾌한 시신의 냄새와 포르말린 냄새의 조합,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엄숙함 등등 말로 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일시에 분출됩니다.
시신(屍身). 정말 그 앞에서는 엄숙해야 합니다. 언젠가 모 대학의 의대생들이 실습 도중 장난도 하고 웃으며 농담도 한다는 내용을 어느 블로그에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 학생이 몇 명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 성년의 시기에 진입한 나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는 가정을 사실화시키면 절대 안 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동기들은 참 고맙고 고맙다고 느끼는 중입니다. 실습을 마치면 시신을 기증하신 그분들의 용기는 물론, 반드시 소중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대해 많은 교감을 나누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다 알지는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회의 한 축에서 중요역할을 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생각해 보니, 실습하던 시기가 이때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꽃피는 4~5월) 우리가 의사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해 주신 귀한 영혼들의 안위를 조용히 빌어봅니다.
“여러분의 헌신으로 저희가 귀한 의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믿는 하나님께 한없는 은혜를 간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