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번호는 몇 번일까?
지금이야 그럴 일이 거의 없다고 봅니다만 제가 학교 다닐 적만 해도 학급의 번호매김이 제각각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생일 순이었지요. 생일이 빠른 아이가 1번입니다. 그러다가 중학교를 넘어가니 키가 작은 친구가 1번입니다. 요즘처럼 ㄱ-ㅎ 순으로 깔끔하게 정돈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더 재미있는 일은 대학에 들어와서도 계속됩니다. 그때는 원서접수 순으로 번호가 매겨졌습니다. 당연히 가장 빨리 접수한 친구가 1번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나다 순으로 정렬되는 일은 개뿔. 너무 정신없는 배열이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학교가 진화될수록 정리정돈이 덜 되는 느낌이지요. 중학교 이후로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저는 맡아놓고 가장 끝번호였습니다.
중 1부터 차례로 173.175.178.180.181.182를 찍다 보니 당연히 당시의 키로는 클 수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고3 때 무릎을 약간 굽혀서 가장 끝번을 면한 정도입니다. 그것이 좋을 것 같아도 수업시간마다 선생님들이 무엇을 시키거나 질문을 하실 때마다 "제일 끝번호 누구야?"라는 멘트로 저를 긴장시키시기에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지요. 게다가 교련시간이나 체육시간 조회시간마다 키 순서대로 선다 치면 당연히 작은 아이부터 세우는 일도 있지만 키 큰 아이들이 앞에 선다던지, 기준점이 되기라도 하면 그 일 또한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당시 표준사이즈를 기준으로 하면 제 몸은 상당히 heavy 해서 맞는 옷 고르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옷 사이즈가 다양해진 요즘도 옷 사러 가는 길이 그다지 즐겁지는 않습니다.
생각해 보면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저를 부러워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요즘 들어 제 생각은 가장 보편적인 사이즈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거기에 덧붙여 나이가 들면서 건강 또한 중간으로 따라가는 것이 내심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사는 일이든, 신앙이든, 직장생활이든, 남을 이끄는 입장이던지 아니면 가장 끝에서 남을 따라만 가는 인생이 아니기를 바라는 요즘입니다. 생각해 보면 대과(大過, 大誇) 없이 사는 요즈음이 참 감사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