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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May 02. 2023

크록스, 그다음은 무엇일까요?

뭔가 나오긴 나오겠죠!

(이미지출처: 네이버쇼핑) 색은 좀 다르지만......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수술실 내에서 신는 신발은 크록스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개인 신발 대부분은 거의 크록스입니다. 발을 포옥 감싸주는 독특한 모양과 적당히 송송 뚫린 구멍은 오랜 시간 신어 땀이 차면 시원하게 해 주고 적당히 냄새도 배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게다가 오픈형 슬리퍼가 잘 미끄러지며 바삐 걸어 다니면 쉽게 벗겨지는 결정적 단점이 있는데 얘는 그럴 일이 별로 없습니다. 언제부터인지는 그다지 궁금하진 않지만 누가 먼저 주도했는지는 제법 궁금하긴 합니다.     


제가 수련을 시작하던 시기만 해도 쉽게 상상이 가는 그 삼색선 슬리퍼가 대세였습니다. 게다가 구매가 쉽다 보니 대량으로 사서 수술실에 비치하였고 시간이 흘러 함부로 대접하다 보니 서로 크기가 다른 신발로 신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바닥은 의외로 딱딱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술에 들어가면 발바닥이 아픈 건 예사이고 피나 체액이 제법 나오는 수술이면 신발과 발에 묻어 나오는 일도 참 많았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러한 크록스의 열풍은 놀라운 대체품이 나올 때까지는 꾸준히 지속될 것 같습니다. 발도 편하고 외부의 물 공격에 적당히 방어 역할까지 해주다 보니 이 정도면 수술실에서는 반드시 크록스를 신어야 한다는 법 조항이 생길지도 모를 일입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구성원들이 알아서 자기만의 색깔, 모양을 다르게 신어도 될 만큼 다양한 제품을 구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슷한 맥락인데 한 때 중, 고등학생의 교복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를 누렸던 패딩이 있습니다. North Face의 검은색 패딩입니다. 이 또한 편의성을 대변하는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무리로 다니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검은색으로 맞춘 듯한 옷에 로고도 같은 자리에 박힌 패딩을 입고 다녔고 오죽하면 쟤들은 북면중(北面中) 북면고(北面高)에 다니는 학생이라는 말도 있었을까요.        

       

이와 같은 유행은 같은 회사의 다른 제품의 매출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조금이나마 다른 포인트를 준 제품도 덩달아 잘 팔렸고 회사에서도 다른 제품의 개발은 물론 지속적 품질 향상의 노력만 더한다면 회사의 발전과 함께 소비자의 선택 폭도 그만큼 늘어날 게 분명합니다. 이처럼 특정 물건이나 아이템에 대한 보편화나 인기가 좋은 점도 있는가 하면 우리가 놓치기 쉬운 어두운 면도 반드시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작용은 그를 얻지 못하는 계층의 소외입니다.   


  


옛적 나이키 선풍이 극에 달했을 무렵 덩달아 매출이 오른 회사는 다름 아닌 프로스펙스입니다. 하지만 이 두 제품조차 얻지 못하던 아이들도 제법 많았던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의 괴리감은 상상 밖으로 컸던 것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더라도 고를 수 있는 제품의 스펙트럼이 많다는 건 분명 바람직합니다. 덧붙여 가격대까지도 다양해진다면 더 바랄 나위 없겠지만 일부 돈 많은 계층은 그마저도 용납하지 못해 명품으로 눈을 돌리고 점점 구매량이 많아진다고 하니 우리 사회의 단면을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답답할 노릇입니다.     




보편성이란 무엇일까요? 획일화와 다른 점은 무엇이며 그렇다면 다양성은 무엇일까요? 신발 하나로 이렇게 멀리까지 달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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