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유해동물이야?
2021년 5월 어느 날, 아침 출근길의 일입니다. 출근길 막히는 게 답답해 워낙 일찍 나오는 편인데, 병원을 한 오 분 정도 남겨둔 길 가에 뭐가 꾸물거리는 듯했습니다. 어차피 날은 밝고 형체를 충분히 알아볼 정도로 해는 밝았기에 차를 세워 두고 거슬러 가 보니 고라니 새끼 한 마리가 어찌 된 일인지 앞다리가 양쪽 모두 골절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차에 쳤을 것입니다.
다른 차 운전자도 궁금하셨는지 저와 함께 그 자리에 모였지만 영업일이 바쁘다며 갈 길을 서두르셨기에 제가 119에도 전화했다가, 110으로 해 봐라! 하셔서 110으로 전화했다가, 다시 (경기도) 화성시 담당자에 연결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결국은 아침 6시 30분 경이라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전화하는 과정에서 전화기 너머로 들은 이야기 중에 다소 생소했던 정보가 바로 "고라니는 유해 동물이다 “ 는 말이었습니다. 아마 농작물을 해치고 다녀서 그런 모양입니다. 결론은, 그렇기에 구조를 쉽게 해 줄지 모르겠다는 암시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저도 이리저리 연락하다가 지쳐, 다친 고라니를 그냥 놓아두고 출근했습니다. 아무도 도움도 안 줄 뿐 더러 전화도 받지 않으며 제 출근도 맘이 바빴기 때문입니다.
그 와중에 제 잔상에 남은 것은 순수한 그 눈망울이며, 놀라 동그래진 눈이며, 행여 자기를 해칠까 두려워 다친 다리로 버둥거리던 그 몸짓입니다. 다음날 출근길에 그 장소를 다시 획 둘러보았습니다. 다행인지, 아니면 안타까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리에는 아무 흔적도 없었습니다. 그냥 내 마음에는 누군가가 좋은 손길을 주었으리라 믿고 싶었습니다.
문득 내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 나의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끝까지 연결을 시켜놓고 왔어야 했나? 둘러업고 와서 동물병원에 데려가야 했나? 내가 놓고 온 후에 사람 손에 험한 끝을 본 건 아닐까? 아무리 유해 동물이라 할지라도 무슨 조치라도 받아야 할 텐데? 싶어 운전하고 오는 동안 수많은 생각과 가정(假定)으로 가득한 출근을 마쳤습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닐 테지만 혹 그런 일이 다시 닥친다면 어찌해야 할 것인가? 어린 생명, 유해 동물, 이 두 명제 앞에서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인가 진중히 생각해 둘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