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서나 보려고요.
간혹 시골을 들르거나 스쳐 지나기라도 하면 어딘가에 분명 쓰러질 듯 비어있는 폐가 정도의 집을 보게 됩니다. 가만히 보면 집터나 구조, 마당의 크기도 쓸만한데 주인이 살지 않아 황량하기 그지없는 그런 집 말입니다.
요즘 억지로라도 영상을 통해 이와 같은 폐가를 보수하고 복구하는 모습을 자주 접했던 터라 보는 순간 뇌리에는 어떻게 리모델링을 하면 좋을까? 실현 가능성 없는 걸 상상하게 됩니다. 상상으로만 끝나 다행이지 직접 해 볼 테야? 물으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냥 낭만을 생각하고 하루 이틀의 감성만으로 끝날 일은 아니겠구나 싶었습니다.
언젠가 친구를 만나러 남쪽 지방에 내려간 적이 있습니다. 부부가 서로 친한 집이기도 하거니와 당일 저녁에 올라오기에는 너무 일정이 빠듯하여 하룻밤을 그 도시에서 묵었습니다. 친구 부부는 우리를 극진히 대접해 주었고 맛있는 음식도 대접하고, 자기 집이 불편할까 봐 근처 우리를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잡아 주었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주변은 정말 고즈넉하고 조용한 마을이었으며 내부 또한 널찍하고 조용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데서 불편함이 생겼습니다. 주변이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고 어두웠습니다. 이웃집도 별로 없는 데다 집과 집 사이도 멀고 그마저도 모두 불을 꺼서 어둡기 그지없었습니다. 밤하늘의 별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야 낭만을 운운하며 볼 일이지, 우리에게 그런 낭만은 가당치도 않은 사치였습니다.
결국 우리는 날이 밝자마자 서둘러 체크아웃하고 계획했던 주변 구경을 한 뒤 친구 부부와 약속 시간에 다시 만났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 부부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리에게 귀촌(歸村), 귀향(歸鄕), 전원생활(田園生活)은 아직 이르구나! 우리 취향은 아니구나!라고 말입니다. 그냥 하루 이틀 놀러 다니고 지인과 함께하는 게 좋을 뿐, 본격적으로 전원에 눌러앉기에는 사실 버거울 거 같다고 말입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성향이 달라서 각자 원하는 주거의 양상도 모두 다를 것입니다. 내 취향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이 좋을까, 생각하고 결정하다 보면 결국 나의 취향과 성향이 정해지겠지요. 장차 우리 부부가 어떤 모습으로 지내게 될지 살짝은 예상되는 글입니다. 여유를 누리고 전원의 향기를 느끼려면 어쩌다 한번 놀러 가면 해결될 일입니다. 얕은 경험이나마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여 얻은 결론이니 그다지 손해 나는 일은 별로 없으리라 위로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