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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May 09. 2023

난 짜장. 넌 뭐 먹을래?

언제나 늘 그렇게 한결같이.

(이미지출처:행복을 꿈꾸는 사람) 고향에 있는 길명반점이라는 중국집의 물짜장입니다. 물짜장은 좀 생소하시죠?



어떤 음식을 좋아하세요? 어느 정도 말문이 트인 사이라면 한 번쯤은 주고받을만한 질문 중의 하나입니다. 이 질문은 사람에 따라 상당한 당혹감을 줄 수도 있는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먹는 걸 좋아하지 않거나, 아니면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하나만 고를 수가 없거나! 저는 후자(後者)에 속합니다. 회식을 어디에서 할까요? 물으면 저는 한마디면 됩니다. 나는 어디든 괜찮으니, 입 짧은 분들이 결정하세요. 저는 따라갈게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있을 터, 그때마다 말하는 음식은 단연코 면(麵)입니다. 더 좁혀 주세요, 옭아매면 마지못해 발 연기를 동원하여 대답합니다. “짜장면요.” 이는 타협점이 없이 간짜장도 아니고 쟁반짜장도 아니며 유니짜장도 아닌 옛날짜장입니다. 양파나 감자, 고기가 송송 썰어져 있고 캐러멜이 많이 들어가 검은색이 나는 소스가 아니라, 밝은 갈색이 영롱한 그런 짜장면이어야 합니다.    



 

당연히 짜장면이 뭐 그리 맛있냐고 비난에 가까운 힐난을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런 논리대로라면 세상의 모든 음식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개인의 입맛까지 비난받을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마 어릴 때부터 입에 맞아서 좋아하겠지요. 중국요리 집에 가서 제아무리 대단한 요리로 대접받는다 한들, 맛있는 짜장면 하나면 그날 대접은 따봉입니다.     


짜장면을 고급 음식으로 보느냐? 옛 표현대로 대중 음식으로 보느냐? 물으면 대답은 한결같을 것입니다. 그냥 동네 음식점에서 먹느냐? 고급 음식점에서 먹느냐?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한때 짜장면을 ‘자장면’이 표준어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모든 방송 매체나 출판물에서는 모두 자장면으로 통일했습니다. 그때의 생경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지만, 간혹 자장면으로 표기하면 내 내면의 소리는 그냥 다른 음식으로 대할 뿐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큰 소리로 얘기합니다. “음식 이름 갖고 장난치는 거 아니야.”     





음식으로 장난치지 말아야 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정성입니다. 이는 음식 맛이 아니라 한 그릇에 정성을 담았느냐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어제는 쉬는 날이어서 아내와 짜장면을 먹으러 집을 나섰습니다. 걸어서 15분쯤 걸리는 곳에 유명 중국집과 그 분점이 있습니다. 본점과 프리미엄 점은 모임 위주이고 요리를 주문해야 식사가 나오기에 저희처럼 간단히 식사할 요량이면 분점에 가지요. 대개 그렇듯 본점이랑 맛은 똑같으려니 생각하고 들르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런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일이 다 있나요?     


아내가 좋아하는 유니짜장이, 어느 정도의 quality를 가진 편의점 음식보다도 못할 정도로 형편없는 맛이 나는 것입니다. 면은 뻣뻣하여 간도 안 스며들었고 소스는 짠 데다, 기름만 줄줄 흐르는, 상상만 해도 기가 막힌 그런 맛이었습니다. 요리라고는 아무것도 안 해 본 아이에게 맡겨도 그보다는 낫겠다 싶었습니다. 값을 치르고 먹기가 너무 억울했습니다.     


몇 달 만에 먹어 본 짜장면에 그렇게 실망하기는 처음입니다. 이는 내 입맛에 맞네, 안 맞네! 이런 차원이 아닙니다. 맛이 왜 이러냐고 따질 수도 있었겠지만, 혹시 이런 맛을 좋아하는 고객이 있을지도 몰라. 그냥 다음부터 이 식당에 안 오면 되지 뭐.라고 생각하며 문을 나섰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내 입맛에 맞게 제공하는 식당을 찾는다는 건 상당한 발품이 필요합니다. 그만큼 음식값도 제법 지불해야 하고요. 그러나 기왕 돈 내고 먹는다면 기분 좋게, 맛있게 먹어야 하기에 식당과 고객의 합(合)이 잘 맞아야 할 일입니다.         

 

갑자기 어릴 적 아버지께서 자주 데리고 가시던 중국집이 떠올랐습니다. 화상(華商)인데 처음 시작했던 1세대 사장님은 이미 세상을 떠나셨고 그 아드님이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는데 부모님 모시고 가 본 그곳은 장소도, 건물도 옛날 그대로였습니다. 주변이 구도심이다 보니 상권도 많이 침체가 되었고 오가는 사람도 줄었지만 손님은 여전한 모양입니다. 단지 아버지 때 맛보다 조금 못하다는 평이지만 그래도 주변 음식점에 비해서 준수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음식점을 한다는 게 이래서 어려운 일입니다. 100이면 100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어느 정도의 호평(好評)은 얻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명품이나 희귀품을 소유하는 일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어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의 입을 만족시켜야 하는 대원칙이 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에 짜장면을 먹고 싶다면 어디로 가야 하나 큰 고민입니다. 기왕 먹을 거, 잘 먹었다는 감탄사를 내어야 할 텐데 단 하나의 그곳을 찾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 가늠하려니 걱정부터 생기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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