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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May 10. 2023

야옹아, 멍멍해 봐!

제2외국어 하나 정도는 할 줄 알아야지.

(이미지출처:hellundweise) 대개 이 중에 하나였죠!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다소 생소한 과목이 추가되었습니다. 제2외국어가 그것입니다. 지금이야 여러 가지의 외국어가 있지만 우리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대부분 유럽권의 언어가 주를 이루었고 독어, 불어, 서반아어(西班牙語. 스페인어) 등이 있었으며 간혹 일어, 중국어 정도가 있었습니다. 우리 학교는 내내 독일어를 배웠다고 했는데 담당 선생님께서 교감, 교장으로 영전하시면서 그 후로는 내내 불어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우리 동기는 제2외국어를 불어로 배웠습니다. 아시다시피 영어와는 많은 차이가 있기에 거의 같은 알파벳을 사용하지만 한두 개 추가되는 게 있고 발음과 단어별로 뉘앙스가 다르다 보니 언어에 재미가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대놓고 흥미롭게 배우기에는 조금 버거웠던 게 사실입니다.     


제2외국어에 대한 추억은 대학 입학 후에도 이어집니다. 예과 2학년이 되자 제2외국어를 수강해야 했고 그 대상은 다름 아닌 독일어와 라틴어입니다. 라틴어는 의학용어의 상당수가 라틴어 어원이기에 배워두면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늘 그렇듯 문법에는 장사가 없어서 자주 헤매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우리 아버지 세대에는 의학서적의 원서 대부분은 독일어로 되어있던 때가 있었다는군요. 아마 2차 대전 당시 인체실험의 유물로 추측합니다만 이후로는 미국과 영국 등의 발전으로 우리 때의 원서는 대부분 영어로 된 책으로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의대를 다니려면 독일어를 잘해야 한다는 앞선 세대의 고정관념의 덕을 톡톡히 봤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연속성이 없다 보니 가끔은 알파벳의 발음도 헛갈릴 때가 있습니다. 어느 것이 아베세데이고 어느 것이 아베체데인지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생기고 기억을 짜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le, la, les를 적용하기 위해 명사를 잘 구분해야 하고 der, des, dem, den, die, der, der, die 또한 힘든 부분의 하나입니다.     


사실 해당 언어를 배우고 그 문학까지 전공한다든지 업무, 주거, 여행의 목적이 아니고서야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거치면 이후로는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게 제2외국어입니다. 저부터도 그렇습니다. 언젠가 학교를 졸업하고 몇십 년이 지난 어느 해, 제2외국어를 다시 잡아보려고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저 취미로 재미로 시작한 공부는 어떤 결과물도 남기지 못한 채 중도 포기라는 훈장만 남았습니다.     



세월이 지나 그나마 입이라도 뗄 수 있고 자세히 들으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는 이제 영어 밖에는 없습니다. 만약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대학원이라도 입학했더라면 반강제적으로나마 앞서 열거한 언어 중 하나라도 그 연장선상에 놓였겠지만 아쉽게도 제 학위는 석사학위에서 멈추었습니다.      


이제 머리를 굳히지 않으려 그나마 시도해 볼 만한 건 영어와 한자(漢字)입니다. 한자는 조금 자신 있다고 생각해서 중국어에 입문해 봤지만, 눈으로는 이해되는데 정작 발음과 성조가 안 되다 보니 이를 어떻게 하나? 고민이기는 합니다. 실기보다 필기가 익숙한 우리 세대의 고민거리라 생각하는 중입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계획을 세우다 보면 하고 싶은 목록은 하나둘 늘어갑니다. 계획의 변경은 있을지언정 계획의 파기나 포기는 없어야 할 텐데 부디 게으름이나 자포자기의 귀신이 제게 달라붙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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