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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May 22. 2023

안경을 처음 끼던 때가?

벌써 20년이 넘는군요.

(이미지출처:네이버) 처음에는 이런 뿔테를 썼지요.



2002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운전면허증을 갱신해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부랴부랴 신체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평소 양안 1.0이던 시력이 0.6 정도로 떨어진 걸 알았습니다. 그 정도면 당연히 1종 보통 면허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당시 몇 주 동안 눈이 침침하다 싶었는데 설마 시력 저하 때문이랴! 싶었습니다.     


그날 저녁 안과에서 시력검사를 하고 바로 안경을 맞추었습니다. 다행히 안경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나왔고 교정시력으로 1종 보통 면허로 갱신했습니다. 지금까지 교정시력으로 잘 유지하고 있고 약간의 불편은 있지만 일상에 커다란 부담감이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평소 시력만큼은 자신만만했는데 그날 이후로 사람의 일에 자신하는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이 안경이라는 게 오묘한 것이어서 기왕 착용하는 것, 내 얼굴과 잘 맞아야 하고 더 나아가서 사람의 인상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갈수록 느낍니다. 게다가 관리도 잘해야 하기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닙니다. 렌즈 표면에 상처가 나지 않아야 하며 실수로라도 떨어뜨리거나 깨트리지 않아야 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늦가을 이후로 날씨가 추운 날은 실내와 실외를 교차할 적마다 안경알에 끼는 뿌연 안개 때문에, 평소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살다 보면 사람의 마음이 간사해서 안경을 벗어버리고 싶은 날이 가끔 생깁니다. 일일이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안경이라고 불편함이 왜 없겠습니까? 남들처럼 라식이나 라섹을 해 볼까? 싶기도 하고 콘택트렌즈를 사용해 보는 것도 염두에 두지만, 그냥 썼다 벗는 일이 뭐 그리 귀찮은 일인가 싶어 내 마음에 주문을 건 게 제법 오래전입니다. 그러나 렌즈의 상처는 세월이 지날수록 어쩔 수 없이 남기 마련이고 이삼 년에 한 번은 바꿔주어야 한다는 원칙은 잘 알고 있는데 안경 쓴 세월이 길어질수록 그마저도 꾀가 납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무언가의 도움을 받아야 내 삶을 불편 없이 지탱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이는 도움을 받는 대상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모두 해당합니다. 아쉽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거나 손을 내미는 이가 없는 일처럼 답답한 일도 없을 것입니다. 안경을 쓰면서 제거는 오히려 감사의 제목이 늘었습니다. 이렇게 도움을 받게 되어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말입니다.     



다른 한 편으로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살면서 나에게만 고난과 역경이 다가오지는 않을 터, 타자(他者)에게 내가 안경이 되고 때로는 빛이 될 수는 없을까? 내가 도움받을 사람, 내가 도울 사람이 있다는 건 하나님께 받은 크나큰 복중 하나일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받은 사랑 이상으로 주변에 베풀며 살아야 할 텐데 도대체 이 무심함은 이 나이가 되어도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사람의 체온 이상으로 따스한 마음이 지속되면 좋겠습니다. 당신 덕분에 내 삶이 참 따뜻했노라는 고백을 들어야 할 텐데 저는 아직도 남들에게 따스한 봄바람맞을 준비만 하는 이기적인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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